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1.23 09:51

배당금 '0' 유니클로, 수출액 '0' 아사히...불매운동으로 초토화
지난해 12월 들어 조금씩 지표 상승 기미 있지만 여전한 약세

2019년, 일본 불매운동은 갈수록 식었을까?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캡처)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가 적힌 NO재팬 운동 로고.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캡처)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2019년의 ‘NO재팬’ 일본 불매운동은 식었을까. 아니면 해가 바뀐 지금도 계속 이어질까.

작년 7월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우리 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일본이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것이 시발점이었다. 한국 사회는 뜨겁게 불타올랐다. 유니클로, 아사히, 도요타 등 주요 일본 기업 제품을 불매했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란 문구가 거리 곳곳에 걸렸다.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다”

일본 화장품 기업 DHC의 자회사 DHC테레비 방송에 출연한 패널의 발언이다. 오카자키 다케시 패스트리테일링 CFO는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 움직임이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일본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일본 유통사다. 유니클로는 작년 10월, 한국판 광고에서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는 자막을 쓰기도 했다.

불매운동이 시작한지 반년이 지났다.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가 어떤 양상을 띄고 있는지 유니클로, 일본 여행, 일본 자동차, 일본 맥주 기업 아사히의 성적을 다시금 짚어봤다.

◆유니클로, 실적 기준 배당금 ‘0원’...“올해도 불매운동 영향 받을 것”

한국 유니클로 유통사 에프알엘코리아는 2019년 하반기 배당금을 0원으로 책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에프알엘코리아가 2019년 3월부터 2019년 8월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한 기말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배당금이 0원인 것은 2011년 배당금을 책정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유니클로 유통사 에프알엘코리아는 2019년 하반기 실적 기준 배당금을 0원으로 책정했다. (사진=유니클로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하반기 배당금을 0원으로 책정한 유니클로. (사진=유니클로)

유니클로 온라인 앱의 월간 사용자 수가 연말 들어 회복세를 보였지만 구매와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내 8개 카드사의 신용카드 매출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앱 사용자가 상반기 평균과 비슷했던 작년 10월, 11월 두 달 모두 매출액은 전년대비 크게 줄었다. 10월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67% 줄어든 196억, 11월(1일~20일)은 64% 감소한 206억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 등 일본 브랜드는 올해도 불매운동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온라인 고객이 있다고 하지만 오프라인 방문객 수는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매출 회복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여행, 일본 찾는 한국인 관광객 뚝… 겨울 특수에도 여행사는 울상

일본 여행을 떠난 한국인 관광객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9일 인천공항공사의 정례브리핑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노선을 이용한 국제여객은 1185만5858명이다. 전년 1342만9012명보다 11.7% 줄어든 인원이다.

일본 정부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1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20만 5000명으로 2018년 11월의 58만 8213명에 비해 65.1% 적었다. 1월부터 11월까지 총합도 533만 6600명으로 전년의 685만 7386명에 비해 22.2%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 니가타의 술축제 '사케노진' 현장. (사진제공=하나투어)
일본 니가타의 술 축제 '사케노진' 현장. (사진=하나투어)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일본을 찾는 한국인보다도 많아졌다. 2019년 8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2만 9652명이다. 같은 달 방일 한국인은 30만 8730명이다. 2014년 6월 이후 5년 만에 방한 일본인이 방일 한국인보다 많아졌다. 이 결과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겨울방학 시즌 특수를 맞아 12월에는 일본으로 가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의하면 12월 99만 1805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그래도 전년과 비교하면 42.4% 줄은 수치다. 작년 12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일본 패키지상품 수송객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84%, 85% 줄어들었다.

◆아사히, 수출액 ‘제로’의 아사히 맥주… 회복 기미도 없어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 물품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회복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수입맥주 업계에서 꾸준히 1등을 기록했던 아사히 맥주는 끝없는 추락 중이다. 순위는 10위 밖으로 밀려났으며 편의점 ‘4캔 만원’ 이벤트에서도 제외된 지 오래다. 일본 재무성의 품목별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0월 일본 아사히 맥주의 한국 수출액은 ‘제로’다. 혹여 수출이 있었다 해도 20만 엔, 한화로 215만원 아래라는 이야기다. 20만 엔 이하는 국가 통계에 쓰지 않는다. 

일본 맥주는 큰 타격을 입었다. 아사히 맥주의 2019년 10월 한국 매출액은 '제로'다. (사진=아사히 홈페이지 캡처)
일본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은 맥주 기업 아사히. (사진=아사히)

11월 수출액 역시 전년보다 99.1% 감소한 696만엔(약 7380만 원)이다. 롯데 아사히 주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작년 12월 3일, 아사히 주류는 “올해 계약 만료가 도래하는 계약직 영업사원들을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아사히 맥주 판촉 푯말을 사용했던 홈플러스는 해명과 함께 해당 지점에 즉각 철거 지시를 내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일본 맥주의 빈자리는 국산맥주가 메웠다. 국산맥주는 지난해 하반기 3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CU에서는 국산맥주가 전년대비 7월(159.6%), 8월(200.4%) 크게 오른 것에 이어 12월에는 306.8%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산맥주에서 차지하는 수제맥주의 비중도 2018년 1.9%에서 2019년 5.6%로 올랐다.

◆자동차, 전체 판매량 전년대비 19% 감소… 닛산·도요타는 40% 감소에 육박

지난해 일본 자동차의 전체 판매량은 전년대비 19% 감소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9년 일본차는 총 3만6661대가 팔렸다. 2018년 4만5253대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닛산은 전년대비 39.7% 감소한 3049대를 한국에서 판매했다. 도요타는 1만611대 판매로 1만대 선은 지켰지만, 2018년에 비하면 판매량이 36.7% 감소했다. 렉서스는 8.2%, 인피니티 역시 6.1%만큼 줄었다. 혼다만이 전년보다 10.1% 증가해 총 8760대를 판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자동차 기업 토요타. (사진제공=토요타)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 (사진=도요타)

다만 최고 1700만원을 할인해주는 등 공격적인 판촉 행사로 작년 12월, 일본차의 판매량이 올랐다. 9월 총 1103대가 팔렸던 일본차는 12월 3670대로 전년 평균인 4000여 대를 따라잡았다.

수입 차 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여전히 일본차 구매가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국가차원의 정치‧경제적 합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대체재를 찾아 나서려는 소비자 운동이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생각보다 작은 한국 반도체 시장 피해… 일본 아베 정부 반응은?

작년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191억달러였다. 2003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한국의 대일 수출은 7.8% 줄은 반면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14.6%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시장 역시 우회 수입과 국산화로 피해를 줄이는 형국이다. 화학 소재 기업 솔브레인이 반도체 핵심 소재 고순도 불산액 대량 생산에 성공했고, 다른 반도체 부품의 공급 또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정부 역시 이에 맞춰 2조1000억원을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 반도체 시장은 우회 수입과 국산화로 피해를 줄이는 형국이다.
국내 반도체 시장은 우회 수입과 국산화로 피해를 줄였다. 반도체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아베 총리는 1월 1일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민간교류는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도 동의했다"며 "한일은 이웃 국가로 중요한 관계다. 특히 북한 정세가 긴박해지고 있어 한일, 한미일 간 협력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년 8월 이후 계속 비슷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자세를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벚꽃을 보는 모임’과 측근들의 불륜 스캔들로 위기에 빠진 아베 내각이다. 반한 감정이 큰 보수 성향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한 아베 정부가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더 강하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일본 상품 수요 조금 늘었지만… 불매운동은 현재진행형

작년 12월 들어 전체적인 일본 관련 상품들의 수요가 일부 늘었다. 겨울바람을 맞아 거셌던 일본 불매운동의 불길이 살짝 꺾인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동의 없이는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위안부 합의 때 절실히 경험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역시 새해 첫날 인터뷰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 조약을 기초로 한일 관계가 발전해 왔다. (현재 상황은) 기초가 붕괴하는 것과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 밝혔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설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 12월 24일 악수하고 있는 <b>문재인</b>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진제공=청와대)
지난 12월 24일 악수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진=청와대 트위터)

한일 양국의 줄다리기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해결한 것은 거의 없다. 한국 시민들 역시 간단히 물러서지 않을듯하다. 설문조사 결과, 새해에도 일본 불매운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62.8%로 ‘중단해야 한다’고 답한 27.3% 보다 두 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업계 관계자들은 불매운동이 쉽게 사그라질 기미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결국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란 말은 지금까지는 틀린 것으로 보인다. 불매운동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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