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1.08 22:06

문 대통령 대학 후배 요직에 올라…고검장·검사장 10명 승진
청와대 '선거개입·감찰무마' 의혹 수사 지휘부 모두 바뀌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후보자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법무부가 8일 검찰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가 이뤄졌다.

법무부는 오는 13일 자로 대검검사급 간부 32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관심이 집중됐던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이성윤(58·23기) 현 법무부 검찰국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는 심재철(50·27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이 각각 임명됐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특징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47·27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등 대검 간부들은 대거 교체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31일 자로 인사가 난지 5개월여 만이어서 좌천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추 장관 취임으로 그동안 공석이었거나 사직으로 발생한 고검장 및 검사장 등 고위 간부에 대한 통상적인 정기 승진 및 전보 조치다.

이번 인사에서는 특히 윤 총장 측근인 대검 간부들의 교체가 대거 이뤄졌다. 윤 총장을 보좌하던 강남일 대검 차장은 대전고검장으로 이동했다. 검찰개혁 등 검찰 행정 업무 전반을 담당하던 이원석 대검 기조부장은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발령 났다. 

전국 특별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이 났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하명수사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등을 수사하던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들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사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또 이두봉(56·25기) 과학수사부장은 대전지검장으로 옮기게 됐다. 조상준(50·26기) 형사부장은 서울고검 차장검사, 문홍성(52·26기) 인권부장은 창원지검장, 노정연(53·25기) 공판송무부장은 전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또 '대윤-소윤'으로 불리며 윤 총장과 막역한 관계로 알려진 윤대진(56·25기) 수원지검장 역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됐다.

이들의 빈자리는 신임 검사장들이 대검 참모진으로 대거 기용됐다.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과 배용원(51·27기) 수원지검 1차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해 각각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공공수사부장을 맡는다.

이정수(50·26기) 부천지청장이 대검 기획조정부장, 김관정(55·26기) 고양지청장이 형사부장, 이수권(52·26기) 부산동부지청장이 인권부장으로 각각 승진·전보됐다. 노정환(53·26기) 대전고검 차장과 이주형(53·25기) 대구고검 차장이 각각 대검 공판송무부장·과학수사부장으로 수평 이동했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도 수장이 교체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법무부 김오수 차관 및 이성윤 검찰국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법무부 김오수 차관 및 이성윤 검찰국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인 이성윤 검찰국장은 문무일 전 총장 시절 대검 반부패부장 등을 지냈고, 윤 총장 취임 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추 장관 취임까지 수행했다. 그는 경희대 법대를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후배다.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총괄한 조남관(55·24기) 서울동부지검장은 법무부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으로 보임됐다. 

강남일(51·23기) 대검 차장은 대전고검장으로 전보됐다. 구본선(52·23기) 의정부지검장이 대검 차장으로 선임됐다.

서울 검찰청 검사장도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건 공소유지에 들어간 송삼현(58·23기) 서울남부지검장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됐다. 서울동부지검장에 고기영(55·23기) 부산지검장, 서울북부지검장에 김후곤(55·25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서부지검장에 장영수(53·24기) 대전지검장이 각각 보임됐다.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으로 5명이 승진했다. 사법연수원 기수별로는 26기 3명, 27기 2명이다. 고검장 승진도 대구고검장으로 발령 난 오인서(54·23기) 서울북부지검장 등 5명이다.

법무부는 "신임 장관 취임을 계기로 인권·민생·법치에 부합하는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을 도모했다"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완수 등을 위해 새롭게 체계를 정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본연의 업무인 인권보호 및 형사·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온 검사들을 우대했다"며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에서 벗어나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던 일선 우수 검사들을 적극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차장·부장급 중간간부와 평검사 승진·전보 발령을 차례로 내고 이달 안에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로 법무부와 검찰이 심각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날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극심한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특히 윤 총장의 인사안에 대한 의견 청취를 둘러싸고 두 기관의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며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로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던 윤 총장의 수족이 사실상 잘려나감에 따라 검찰의 반발 등 후폭풍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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