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1.10 01:00

이창준 IBS 연구단장 연구팀

중뇌 흑질의 별세포 반응성이 커지면 마오비에 의해 가바 생성이 활발해진다. 과도한 가바가 도파민 신경세포를 억제하면, 도파민 신경세포 내의 도파민 생성효소인 티로신 수산화효소(TH)가 사라진다. 이후 도파민 부족으로 파킨슨병 운동증상이 나타난다. (그림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도파민 신경세포가 잠들면 파킨슨병이 유발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인지 교세포과학 그룹 연구단장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별세포가 도파민 신경세포를 잠들게 하면 파킨슨병이 유발됨을 규명했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하여 파킨슨병이 유발된다는 기존 이론과는 달리 도파민 신경세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도 파킨슨병이 유발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파킨슨병은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 뇌 속에는 운동에 꼭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있는데, 기존에는 중뇌에서 도파민 생성 기능을 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하면 각종 운동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파킨슨병에 걸린다고 생각했다. 

연구에서는 반응성 별세포에서 분비된 과도한 ‘가바(GABA)’가 도파민 신경세포를 잠들게 하여 파킨슨병을 유발시킴을 밝혔다.  

별세포는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여 주변 신경세포에 여러 영향을 미치는 상태일때 반응성 별세포라고 하며,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중풍 등 뇌질환에서 주로 나타난다. 반응성 별세포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과도하게 분비한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억제되어 도파민 생성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잠들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도파민 부족으로 운동기능에 이상이 생긴 파킨슨병 쥐를 준비한 후, 마오비(MAO-B) 억제제를 이용해 반응성 별세포의 과도한 가바(GABA) 분비를 막는 실험을 진행했다. 가바(GABA) 양을 줄이니 도파민 신경세포가 잠들지 않아 도파민 생성이 원활해졌고 운동기능 이상 증세가 완화됐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쥐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빛으로 자극하는 광유전학적 실험을 진행했다. 빛자극으로 도파민 신경세포를 잠들게 하거나 깨운 후, 그에 따른 걸음수 변화를 관찰했다. 정상 쥐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잠들게 하면 걸음수가 줄어들고, 파킨슨병 쥐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깨우면 걸음수가 늘어났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잠들어 있을수록 걸음수가 줄어들고 파킨슨병 증상을 보임을 증명했다.

파킨슨병 치료는 레보도파로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방법이 우선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방법이며 장기간 레보도파를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파킨슨병 초기에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도파민 생성 기능을 멈춘 상태이지만 아직 사멸하지 않고 살아있다. 이 때 도파민 신경세포를 잠재우는 가바(GABA)를 조절하면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창준 단장은 “별세포 연구로 기존 파킨슨병 이론을 뒤집어, 파킨슨병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파킨슨병의 근본적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연구가 진행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10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인지 교세포과학 그룹의 모습
이창준(가운데) 단장 등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인지 교세포과학 그룹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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