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1.11 00:05

이순재 "우수 보험대리점에게 '판매전문회사' 전환 우선권…13개월차 설계사 정착률 높고 불완전판매율 낮은 곳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후원해 9일 국회에서 열린 '소비자 선택권 제고를 통한 보험산업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주최자인 김병욱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후원해 9일 국회에서 열린 '소비자 선택권 제고를 통한 보험산업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주최자인 김병욱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이정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후원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소비자 선택권 제고를 통한 보험산업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한국보험산업의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김병욱 의원은 인사말에서 "그동안 양적성장에 비해 질적성장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보험대리점은 불완전판매를 줄이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최근 보험사들이 성장성과 수익성은 악화되는 반면 보험 민원은 금융 관련 민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보험사 중심인 보험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보험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제1 발제자인 손성동 동서대학교 글로벌경영학부 겸임교수는 "2000년대 들어 보험판매 채널의 중심이 GA(독립법인대리점) 등 비전속채널로 이동하면서 보험대리점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보험업계의 불완전판매율은 은행 등보다 높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비전속 채널'이란 다양한 회사의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하며, '전속 채널'은 이와는 반대로 한 회사의 보험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창조 국회 입법조사관은 보험상품 판매에 있어 구체적인 문제점을 거론했다. 그는 "현재 대리점 설계사들은 3개의 보험상품을 추천해야 하지만 수수료가 높은 1개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나머지 2개를 형식적으로 보여주고 소비자에게 서명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어려운 업황 속에서 대리점 설계사 수가 전속 설계사를 역전했는데 그 규모에 맞는 역할과 품격이 필요해 스스로 변화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보험대리점협회는 현행 법에서는 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과는 달리 보험설계사, 손해사정사 등과 함께 '그 밖의 보험관계단체'로 규정돼 있다. 토론에 참여한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보험사 전속설계사 수가 18만명인 반면 보험대리점협회 설계사 수가 23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보험대리점협회가 법적 지위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2 발제를 맡은 이순재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보험대리점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소비자 권익제고를 위해서는 판매전문회사 도입, 대리점 경영의 선진화, 대리점협회의 자율규제기관 역할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판매전문회사 도입'에 대해 "제판분리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비전속 채널의 확대는 여러 보험사의 다양한 상품을 비교 평가해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비전속 채널'의 비중이 높은 국가는 영국으로 생보 71%, 손보 61.9%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생보와 손보가 비슷한 수준이며 한국(43.8%)과 일본(91.5%)은 손보의 대리점 비중이 높다. 이에 이 교수는 "비전속 채널은 다수의 보험사를 대리해 관리와 감독에 한계가 있다"며 "그 결과 보험모집과정의 불공정 영업행위, 소비자 피해보상 등을 둘러싼 갈등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8년 판매전문회사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 자체가 중단된 바 있다.

지난 2008년 6월에는 금융위가 금융상품판매전문업 도입을 제안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보험판매전문회사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며, 2015년 12월엔 보험연구원이 보험상품판매 전문업 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보험연구원 제안의 핵심은 '소속 보험설계사 500인 이상 법인대리점은 기준 충족 후 3개월 이내에 판매전문회사 전환을 의무적으로 신청하도록 하고, 100인 이상 500인 미만은 자율적으로 신청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보험연구원은 자본금 요건 신설, 판매자 손해배상책임 부과, 영업행위규제 강화, 업무범위 규제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보험연구원의 의무전환 방안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보험연구원의 의무전환 방안은 사업자의 자율선택원을 제한하고 보험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면서 "인원 기준을 충족한 대리점이 자본금 요건 등 기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원을 줄이게 되면 설계사의 편법 이동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가 대안으로 자신의 '연구 시안'을 제시했다. 요약하면 보험산업의 안정성과 소비자보호 관련 지표를 자격요건으로 설정해 이를 충족하는 대리점에게만 판매전문회사 전환을 허용하는 안(案)이다.

그는 '판매전문회사 전환을 위한 자격요건 및 전환대리점의 예시'를 제시했다. 13개월차 설계사 정착률, 불완전판매율, 자본금 규모, 교육 인프라 유무의 4개 분야에 각각 25점, 20점, 10점, 5점의 배점을 부여해 보험업계 평균보다 얼마나 낮은지를 계수화해서 따지는 방식이다. 이렇게 평가해서 점수에 따라 A급에는 '즉시 허가'를, B급에는 '1년 유예'를, C급에는 '2년 유예'를 부여해 차등을 둔 규제를 가하는 방식이다.

또한 그는 '대리점협회의 자율규제기관 역할 강화'도 언급했다. 그는 "대리점 보수교육, 대리점 자격시험제도 운영,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참여 위원회 운영을 해야 한다"며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리점 배상책임보험, GA옴부즈만 제도도 운영하고, 정책파트너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보험업법 상의 유상기관화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대리점 경영의 선진화를 위해선 대리점의 장기 안정적 수익기반 강화로 연결되는 수수료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미국, 일본, 영국의 '수수료 체계'를 소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는 생보는 일시급과 분급, 손보는 고정 및 변동수수료 제도다. 일본은 생보는 보험사 독자 체계, 손보는 포인트제를 이용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영국은 일시급/분급 외 유지수수료, 펀드관리 수수료 등으로 운영한다.

결론적으로 이 교수는 "현행 모집수수료(선지급/분급) 일변도의 수수료 체계는 모집채널의 다중 대리인 문제, 소비자 후생증대 한계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일원화 수수료 체계를 이원화 수수료 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의 주장의 핵심은 현행 '일원화 수수료 체계'에서 '선지급형 수수료+분할지급형 수수료+시책비'로 구성돼 있는 체계로 바꾸고 향후에는 '장기보험(모집수수료+유지수수료)'과 '단기보험(모집수수료+이익수수료)'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이밖에도 그는 '대리점 경영의 선진화'도 얘기했다. 그는 "무리한 스카우트 방지·정착률 제고·완전판매 강화 및 교육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며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평가해 판매하는 대리점 본연의 목적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 및 판매매뉴얼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이 같은 대안에 대해 뉴스웍스는 보험업 종사자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었다.

모 보험업계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시) 지금보다 GA(독립법인대리점)의 권한이 넓어질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판매만 하면 수수료를 원수보험사로부터 받고, 그걸 자기네가 운영하는 형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GA측이 주장하는 방안은) 체결권 자체를 아예 다 중개하는 것 같아 좀 더 권한은 넓어지는 것 같은데, 다만 이제 그렇기 때문에 사업비나 이런 것들에 대한 규제, 자본금 요건도 생기고, 판매 자체를 아예 중개하는 거니까 판매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도 생기고 그런 부분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제가 보기에는 지금 현재 단계의 GA도 판매행위 중 불완전판매나 과당경쟁이나 이런 문제점들이 드러난 게, 어떻게 보면 다 GA에서 많이 발생했다"면서 "그런 체결중재권에 대한 권한이 더 많아진다면 현재의 문제점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채로 권한만 더 강화되는 형태가 된다고 하면, 소비자에게 영업질서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갈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그는 '책임과 권리'에 대해 아픈 지적도 내놨다. 그는 "지금 판매행위나 이런 것들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현재도 그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는 하지만 지금 구조상으로 현실적으로 다 보험사가 책임지고 있지 않느냐"며 "그것의 소재 책임을 누가 했는지를 명확히 규정하기 힘든 우리나라의 보험 환경 때문에 그런 것인데, 그런 것도 없이 권한만 확대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조금 욕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만 GA가 자꾸 이런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그래야 보험사와의 이해관계에서 조금 더 유리한 입장에 위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며 "올해부터 적용되는 사업비 개편안이 기존의 GA에게 더 수수료를 많이 주는 관행들이 불가능한 형태가 되기 때문에 그것의 대안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메스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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