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훈의 촌철살인] 청와대 '추미애의 검찰' 시도 성공할까
[원성훈의 촌철살인] 청와대 '추미애의 검찰' 시도 성공할까
  • 원성훈 기자
  • 승인 2020.01.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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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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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시구(詩句)에서 따온 이문열 소설의 제목은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였다. 맹목적인 열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그것의 종착역이 파멸이었다는 점에서 짙은 페이소스(pathos)를 안겨줬던 소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발동해 사실상 '1·8 대학살'에 나선 것을 지켜보는 심정이 아슬아슬하다. 마치 이 소설을 다 읽고난 후에 온몸에 엄습했던 씁쓸했던 감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면 지나친 감정의 비약일까.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8일 발표한 검찰 인사는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 자르기' 인사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더해, 최근들어 청와대를 향해 세갈래로 조여 들어오기 시작한 검찰 수사에 대한 정권 차원의 화급한 대응이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즉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과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부정 의혹 사건 및 우리들병원 대출비리 의혹 사건이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기 전에 미리 차단하겠다는 조치로 읽혀진다.

추 장관의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서는 '절차적 정당성' 시비도 적잖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돼 있다. 간단히 말해서 검사에 대한 인사권은 법무부장관이 행사하기는 하지만,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엄연히 포함돼 있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것이 '임의적이거나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필요적·실질적 절차로 보고 있기도 하다.

물론 추미애 장관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고, 완전히 상반된 얘기를 털어놨다. 추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인사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검찰청법 34조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자유한국당 정점식 의원 질의에 대해 "검찰청법 위반이 아니라 검찰총장이 저의 명(命)을 거역한 것"이라며 "인사위 전 30분 전 뿐만 아니라 총장에게 인사 의견을 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사위 후에도 얼마든지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고 했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로 무려 6시간 기다렸다"며 "검찰총장은 제3의 장소에서 인사의 구체적 안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법령에도 있을 수가 없고 관례에도 없는 그런 요구를 했다. 있을 수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것으로 부족했는지 퇴임을 앞둔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을 정조준 해 "검찰청법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고 표명했다. 명백하게 추미애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윤 총장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바로 이 지점이다. 아마도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성공'이라는 높은 이상을 실현하고픈 꿈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날개'를 달고 비상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100% 인정하고 또 그것이 반드시 이뤄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무리하다는 느낌을 줘서는 곤란하다. 또한 그것이 국민들에게 보수와 진보 간의 극한 대결양상으로 비춰져서도 안 된다.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 '대의'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도록 부드럽게 연착륙시키며 유연하게 성공시켜야 할 과제다. 그런데 이 총리까지 나서서 추 장관의 이런 무리한 칼질을 지원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는 말이 딱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맞서 검찰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부정 의혹을 파헤치기위해 9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10일에는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을 들이닥쳤다.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반발'로 보기는 곤란하다. 윗선이 바뀌었다고 해서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를 헤아려 적당히 덮었다가 나중에 정권이 바뀌면 자신이 당할 수 있음을 검사 등 수사 실무진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적폐청산 과정의 학습효과이기도 하다. 더구나 공수처법이 통과된 마당에 검찰이 이미 빼든 칼에서 성과를 못 낸다면 조직의 힘은 빠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법무부의 검찰 군기잡기가 제대로 먹혀들기는 힘든 상황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에 의견 차가 있는 실정에서 '검찰의 중립성 혹은 독립성 확보'가 크게 흔들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활용해 검찰총장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검찰을 '윤석열의 검찰조직'이 아닌 '추미애 법무장관 산하의 조직'으로 재편하려고 시도했다는 시각에서 나온 평가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권은 검찰중간간부에 대한 2차 대학살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정권의 범죄를 수사해온 검사들을 좌천시키고 중간간부급 검사들도 내려보내겠다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문 정권은 검찰의 간부들을 친문하수인 검찰들로 채웠다. 아예 땅에 묻어버리기 위해 충견들로 검찰의 요직을 채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문 대통령이 퇴임한 뒤에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측근의 범죄를 암장하기 위해 권력에 아부하는 검사들로 채웠다"며 "중립성·독립성을 망각한 이 검사들은 공수처와 함께 범죄를 저지른 권력자들을 보호하는 앞잡이 노릇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한국당으로 대변되는 보수세력에게는 '현재 수사중인 사건을 덮기 위한 인사' 및 '검찰조직의 독립성 해체'라는 의구심이 짙게 깔려있음이 감지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한 이후 지금까지의 '전개과정'을 보거나 '검찰조직의 특성'을 보더라도 '현재 수사중인 사건을 덮기 위한 인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의 임기가 2년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지켜주는 것이 관례인데다 문 대통령과 여권의 주요 인사들은 윤 총장 및 검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지금까지 경질하지 않았다. 아울러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를 경유하는 과정에서도 정부와 여당은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던 점도 주목된다. 그런데도 검찰은 개인 비리 차원의 죄목으로 조국 전 법무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만 구속하고 조국 장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구속조차 못 시키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어느 한 순간의 인사조치로 '검찰의 중립성·독립성 해체'가 이뤄지기도 쉽지 않다. 검찰은 철저한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이런 조직문화는 '검사동일체 원칙'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전국의 모든 검사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상하 수직적인 불가분의 관계'속에 놓여있다는 의미다. 검사들은 자신이 언제 어디에 가있더라도 '검찰조직의 한 구성원'이고 그 조직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조직이라고 철저히 인식한다는 얘기다. 이미 문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그것도 4·15총선을 몇개월 남겨두지도 않은 상태에서 검찰조직 내부의 그 누구도 후일을 생각한다면 경거망동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여야 각 정당이 이번 '1·8 검찰 인사'를 놓고 떠들썩한 가운데, 윤 검찰총장은 10일 "검찰총장 자리를 지키겠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윤 총장이 그동안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수사 및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등에서 입수한 수사자료를 토대로 입에 칼을 물고 대반격에 나서 중요한 범죄 혐의를 밝히는데 성공한다면 어찌될까. 청와대가 주도한 숙청 인사가 부메랑이 되어 집권세력에게 되돌아오게 된다.

1972년 미국에서 벌어졌던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상기할 필요가 크다. 당시 닉슨 대통령이 실각하게 된 결정적 사유는 대통령의 특권을 내세우며 자료제출을 거부했던 위압적 자세만이 아니라, 사건 수사를 담당한 아치볼드 콕스 검사를 해임한 것에서부터 촉발됐다. 정부와 여당은 스스로의 문제점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고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오만한 정부', '귀를 닫아 걸은 정부'라는 야당의 평가에 동의하는 국민이 늘어난다면 '경제난 타개'라는 당면 과제 해결부터 어려워진다.

다시 한번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시귀가 떠오른다. "교활한 까마귀나 끈끈한 거미의 손 그리고 덤불 속의 깃털에 속아넘어가지 마세요..(중략) 추락하는 이들마다 날개가 달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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