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1.13 04:00

유료방송TV·OTT서비스·클라우드 게임 주도권 놓고 '혈투'

새해부터 이동통신 3사 수장들은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새해부터 이동통신 3사 수장들은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지난해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세계 최초로 5G 시대 포문을 열면서 치열하게 싸웠다. 5G 가입자 수는 단기간에 4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2019년 11월 말 기준 SK텔레콤의 국내 5G 가입자 점유율은 44.5%, KT 30.4%, LG유플러스 25%다. SK텔레콤이 우위를 점했지만, 아직 5G 미가입자가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안심하기에는 시기상조다.

2020년에도 변함없이 5G 시장서 각축전을 벌일 이통 3사이지만, 본격적으로 전장(戰場)을 늘릴 채비를 마쳤다. 이미 3사 수장들은 신년부터 '탈(脫)통신'을 내세우며 전장 확대를 예고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현재 사업방식으로는 새로운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2020년 중점 과제로 '철저한 미래사업 준비'를 꼽았다.

황창규 KT 회장은 3일 'KT 그룹 신년 결의식'에서 KT를 '통신사'가 아닌 '5G 기반 AI 전문기업'으로 설명했다. 

SKT는 좀 더 노골적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CES 2020'에 참가 중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단순 통신사가 아닌 ICT 복합기업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현재 통신 매출과 ICT 관련 매출은 6대4 수준이다. ICT 사업이 성장하며 매출 규모가 비슷해질 듯 보인다. 바뀌는 정체성에 맞춰 사명 변경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3사 수장들이 모두 '사업 다각화'를 올해 주요 과제로 꼽은 셈이다. 각 사가 맞붙는 전장이 늘어나는 건 필연이다.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인수합병(M&A) 심사결과'를 브리핑했다. (사진=전다윗 기자)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인수합병(M&A) 심사결과'를 브리핑했다. (사진=전다윗 기자)

◆'통신사 삼국지' 시대 열린 유료방송TV 시장

최근 유료방송TV 시장은 통신 3사 중심으로 재편됐다. 지난해부터 통신사들이 잇따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인수·합병(M&A)하면서 일어난 결과다. 

가장 늦었던 SK텔레콤의 M&A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2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M&A를 조건부 허용했다. 남은 절차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전동의도 곧 마무리된다. 방통위는 이르면 이달 중 심사를 마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이에 앞서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인수했다. SK텔레콤의 M&A가 마무리되면 유료방송TV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인 KT가 31.3%, LG유플러스가 24.7%, SK텔레콤이 24%를 점유하게 된다. 그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4.3%, 11.9%에 불과했다. 

업계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본다. 유료방송 가입자를 자사의 다른 플랫폼으로 유도하겠다는 계산도 읽힌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신흥 강자에 대응하기 위한 콘텐츠 확보 역시 2020년 유료방송 시장 관전 포인트다. 

<출처=넷플릭스>
<출처=넷플릭스>

◆'새로운 바람' OTT 시장

OTT는 '오버 더 탑(Over The Top)'의 약자다. 본래 셋톱박스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했지만 현재는 플랫폼에 상관없이 온라인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지칭한다.

기술 발전 덕에 하나의 콘텐츠를 TV,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로 즐기는 'N 스크린'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집에서 TV로 보던 영화를 외출하며 스마트폰으로 이어 보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됐다. 대표적 OTT 서비스 넷플릭스는 이런 환경과 맞물려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유료 가입자 1억 5000만명을 넘겼다. 

기존 미디어 생태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는 OTT 시장에 이통 3사도 참전했다.

토종 OTT 중 가장 앞서가는 건 SK텔레콤의 '웨이브'다. 지난 9월 지상파 3사와 연합해 출시했다. 지난 10월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웨이브는 서비스 시작 한 달여 만에 약 264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넷플릭스(217만명), U+모바일(214만명), 올레tv모바일(151만명) 등이 뒤따랐다. 

KT는 지난 10월 신규 OTT 서비스 '시즌'을 내놨다. 5G와 AI를 활용한 초고화질, 초저지연, 초고음질 서비스로 타 OTT와 차별화를 꾀했다. 시즌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구현모 KT 미디어부문장은 "IPTV와 인공지능TV에 이어 모바일 미디어에서도 국내 시장 트렌드를 이끌기 위해 지난 1년간 야심 차게 시즌을 준비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LG유플러스는 아직 자체 신규 OTT 출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11월부터 자사 IPTV에 '플랫폼인플랫폼(PIP)' 방식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PIP는 플랫폼 내에 플랫폼을 편입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OTT 시장에서 이통 3사의 목표는 '생존'이다. OTT의 대표주자 넷플릭스가 여전히 강세인 가운데, 글로벌 공룡기업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애플 TV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이 속속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토종 OTT의 고질적 약점인 콘텐츠 부족은 여전히 뼈아프다.

지난해 12월 20일 KT가 공개한 '5G 스트리밍 게임'을 직접 시연한 모습. (사진=전다윗 기자)
지난해 12월 20일 KT가 공개한 '5G 스트리밍 게임'을 직접 시연한 모습. (사진=전다윗 기자)

◆‘5G가 게임체인저’ 클라우드 게임 시장

KT는 지난해 12월 20일 '5G 스트리밍 게임'을 출시하며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이를 위해 대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유비투스'와 손을 맞잡았다. 

앞서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엔비디아와 함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를 선보였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과 유비소프트의 '유플레이'에서 구입한 게임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게임 기술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를 국내에 독점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게임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종이다.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 게임을 이용자들이 각자의 단말기로 즉각 스트리밍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뜻한다. 그 과정에서 별도로 게임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지 않아도 된다.

기존 PC·콘솔 기반 게임과 달리 게임 서버에서 그래픽 처리 등의 연산이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이 덕분에 모바일이나 저사양 PC에서도 고화질·고용량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강점에도 ‘클라우드 게임 상용화는 멀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터넷을 통해 신호가 오가는 탓에, 태생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용자의 버튼 조작 등이 실제 게임에 반영되는 속도가 느렸다. 통신 상태가 양호하지 않을 경우 게임을 즐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5G의 등장은 클라우드 게임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5G의 특징인 초고속·초저지연은 클라우드 게임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다.  3사가 여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문제는 5G 서비스의 품질이다. 현재 5G '먹통' 논란은 여전하다. 원활한 환경에서 5G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은 편이다. 앞으로 5G망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인만큼 상황은 나아질 전망이다.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쾌적한 5G 품질 확보가 관건이다. 안정적으로 제공하다면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함께 게임 마니아들을 자극할만한 '명작' 게임 콘텐츠 확보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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