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1.11 08:55

한 달도 못돼 충격파…은마 전용 84㎡, 1억원 떨어진 22억원에 물건 나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항공뷰 <사진=네이버 지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네이버 지도 항공뷰)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여파로 은마아파트, 반포주공1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신축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를 멈춘 곳이 속속 나타난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3주 연속 상승폭이 축소됐다. 상승세를 주도하던 주요 지역 및 고가아파트를 중심으로 대출 규제, 세금 강화 대책 영향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보합 또는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이 등장한 여파로 풀이된다.

네이버 부동산 매물에 따르면(10일 기준)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 10층(전용면적 84㎡)은 22억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11월 29일 같은 면적 실거래가인 23억보다 1억원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은마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9일 전용면적 76㎡짜리가 19억8000만원 수준에 급매물로 나왔는데, 12·16 대책 전 실거래가인 20억4000만원보다 1억4000만원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수 대기자들은 있는데 값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겠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은 지지부진한 데다 진행된다해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집주인들도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여기에 정부 규제까지 더해지니 집값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부담감도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하반기 최고 38억~40억원까지 거래됐던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도 최근 급매물이 늘며 약 34억원까지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반포주공1단지 3층(전용면적 84㎡)이 35억원에 급매물로 나왔지만, 매도자는 34억8000만원으로 값을 낮췄다.

반포주공1단지 경우 주민 갈등과 소송 전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른 부담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제기된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까지 겹쳐 매물 증가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급매물로 나오는 물건은 단지별로 3~4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통상적으로 12·16 대책 같은 것이 안나오고, 규제를 하지 않을 때도 1000세대 중 몇 십 세대 정도가 급매물로 나와있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나오고 있는 매물들은 규제가 없었다해도 팔려고 나왔을 물건들"이라며 "지금까지 값이 급등한 것으로 충분하니까 올랐을 때 팔아서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한 매물 출시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설 연휴 이전까지는 거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2018년 발표된 9·13 대책의 경우 서울지역 재건축 시세가 하락하기까지 2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반면, 2019년 12·16 대책은 1개월이 채 지나기 전에 재건축이 약세로 전환한 만큼 당시보다 충격파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투자수요가 많이 유입되는 재건축 시장이 일반아파트에 선행해서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전반적으로 집값 움직임이 축소될 전망"이라며 "대출 규제가 덜한 9억원 이하 주택이 밀집한 비강남권으로의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1월 말 설 연휴를 기점으로 가격 흐름의 방향성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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