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15 17:31
일본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유리건판으로 남긴 개성의 명륜당 사진이다. 수도인 서울의 명륜당과 함께 공자의 가르침을 받들어 유생을 길러내던 곳이다.

성균(成均)은 중국 고대의 학교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이름을 딴 건물이 많다. 조선 500년과 그 전의 왕조인 고려 후반기에 흥성했던 유학(儒學)의 본거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에 있는 성균관대학교(成均館大學敎) 안의 성균관(成均館)이다. 물론 이곳은 서울이 아니지만, 성균관대의 다른 캠퍼스가 있어서 이 역명을 붙였다.

본래 成均館(성균관)에는 공자(孔子)의 위패를 모셔 놓은 대성전(大成殿), 경전(經典)을 강의했던 명륜당(明倫堂) 등의 대표적인 건물이 있다. 이곳의 별칭은 제법 많다. 우선 태학(太學)이 있다. 춘추전국시대보다 앞선 시절인 서주(西周) 때의 최고 교육기관을 부르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벽옹(辟雍)이라는 별칭도 있다. 역시 서주 시대에 귀족의 자제들을 모아 가르치는 곳이었다.

반궁(泮宮)이라는 단어도 나오는데, 太學(태학)과 辟雍(벽옹)이 천자(天子)가 머무르는 수도에 지어진 최고 교육기관이었다면, 泮宮(반궁)은 그 아래인 제후(諸侯)의 도읍에 만든 고급 교육기관이었다는 설명이다. 현관(賢關)이라는 별칭도 눈에 띈다. 역시 동양 고대의 고급 교육기관을 지칭해, 결국 成均館(성균관)의 별칭으로 정착했다. 원래는 재주 있는 사람(賢)들이 거치는 관문(關)의 뜻이라는데, 일종의 ‘출세 코스’로서의 교육기관을 지칭했던 듯하다.

미나리를 뜻하는 글자가 붙어 있는 근궁(芹宮)도 마찬가지다. 앞서 소개한 제후 나라의 교육기관인 泮宮(반궁)이 물가에 있었는데 그곳의 미나리를 읊었던 <시경(詩經)>의 구절에서 나왔다고 한다. 가장(首) 좋은(善) 곳이라는 뜻의 ‘수선지지(首善之地)’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나라의 으뜸 지역인 수도, 도읍을 가리켰는데 ‘교육의 메카’라고 자부했던 까닭인지 이 말 역시 成均館(성균관)의 별칭으로 자리 잡은 모양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장소로서 이 기관이 내세웠던 이념은 서울 명륜동의 成均館(성균관)이 잘 드러내고 있다. “부족(未就)한(之) 인재(人才)를 완성(成)시키고, 풍속(風俗)의(之) 다름(不齊)을 고르게 한다(均) (成人才之未就, 均風俗之不齊)”는 지향이었는데, 한문 두 구절의 각 앞 글자를 떼 내 ‘成均(성균)’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설명이다.

학교(學校)라는 명칭은 요즘의 우리 각급 교육기관을 일컫는 일반적인 명사다. 이런 단어 조합이 있었던 배경은 두 글자 모두 고대 중국에서 ‘가르쳐서 길러내는’ 교육기관의 명칭이었기 때문이리라. 學(학)은 太學(태학)에서 비롯했을 것이고, 校(교)는 역시 전설상의 왕조인 하(夏)나라 때의 교육기관 이름이었다고 한다. 실재했던 은(殷)나라에서 교육기관의 이름은 ‘序(서)’라고 적었고, 그 뒤의 왕조인 주(周)에서는 학교를 ‘庠(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예전 왕조 시절의 일반적인 교육기관은 흔히 ‘상서(庠序)’로도 적었다.

학교를 가리키는 글자는 또 있다. 塾(숙)이라는 글자는 흔히 ‘글 읽는 방’ ‘글방’의 새김을 갖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 왕후장상(王侯將相) 등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집 안에 마련해 그 자제들을 교육했던 곳을 가리켰다고 한다. 또 그런 귀족들 말고도 주민들의 교육 수요에 맞춰 마을 입구 등에 만든 교육기관을 지칭했다고도 한다. 개인이 사재를 털어 학교를 짓거나, 지방정부 등이 예산을 확보해 지은 학교 등을 예전에는 의숙(義塾)이라고도 했다. 학당(學堂)이란 단어도 역시 배움터의 의미다. 조선에서 아동들에게 글을 가르치던 곳은 바로 서당(書堂)이다.

서울의 명륜동에 있는 성균관대의 수원 캠퍼스가 바로 이곳에 있어 역명이 ‘성균관대(成均館大)’다. 아직 꽃 피우지 못한 젊은이들을 침착하게 가르쳐 그 그릇을 완성케 하고, 세상의 어지러운 습속을 바로잡아 고르게 한다는 그 成均館(성균관)의 원래 교육 이념은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단지 가진 재산의 격차로 후대들의 교육 현장에서도 빈부 사이의 틈이 더 벌어지지 않을까 큰 걱정이지만….

<지하철 한자 여행 1호선>, 유광종 저, 책밭, 2014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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