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실패하나?⑬] 공공성 강화가 서비스산업 낙후 초래
[한국은 왜 실패하나?⑬] 공공성 강화가 서비스산업 낙후 초래
  • 김태기 교수
  • 승인 2020.01.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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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의 경제클리닉 “이익집단 배불리는 공공성·규제 강화가 서비스산업 발목…과감한 규제혁파 만이 돌파구”
김태기 단국대 교수
김태기 단국대 교수

교육부의 규제가 작은 특수 대학이 일반대학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낳았다. 국제사회는 KAIST의 실력이 서울대보다 높다고 평가한다. 관치금융으로 소문난 우리나라 은행은 외국 가면 동네 은행 취급받는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인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국민은행도 60위에 지나지 않는다.

2009년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규제가 풀리자, 의료관광객이 급증해 10년 만에 2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세계는 의료서비스가 인공지능 등으로 꽃을 피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시들고 있다. 사람을 키우고, 돈을 굴리고, 아픈데 고치는 등의 일을 서비스라고 부르는데, 서비스산업을 키운 나라는 제조업까지 생산성이 올라가 경제가 성장하고 고임금 일자리가 늘었다.

서비스라고 하면 놀고먹는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다행히 한류 바람이 불고 스포츠 스타가 탄생하면서 가셔지고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서비스를 공공재로 인식하게 만든 사회 분위기다. 서비스가 개인과 기업의 행복과 이윤을 키워주는 사유재인데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는 발상이 판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은 교육의 공공성, 금융의 공공성, 의료의 공공성 등으로 서비스마다 공공성이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지배한다. 학교는 교육기관, 은행은 금융기관, 병원은 의료기관이라며 공공기관 취급받고 있다. 공공성 강화가 생산수단의 국유화는 아닐지라도 재산권을 침해하고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을 눌러, 서비스산업은 고용만 늘었을 뿐 저생산성·저임금 일자리로 채워졌다.

민주화 이후 서비스산업의 고용 비중은 73%로 급격히 증가해 주요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으나 생산성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주요 선진국은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올라가 제조업의 80%를 넘었지만 우리나라는 4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연구개발투자도 산업 전체의 8%에 지나지 않지만, 주요 선진국은 40% 정도로 증가해 우리나라보다 5배 정도 많아졌다. 서비스산업이 낙후되면서 전문가와 기술자의 고용 비중이나 서비스의 수출 비중은 제자리걸음을 해 각각 22%와 15%로 주요 선진국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성 강화가 우리나라를 이익집단이 지배하는 나라로, 서비스산업은 규제산업으로, 경제는 저임금 일자리만 넘치도록 만드는 비극을 낳은 것이다.

문재인 정권 들어와 공공성 강화는 기승을 더 부렸다. 20대 국회에서 규제법안은 2019년 말 현재 3795건, 규제조항은 7112건이 새로 생겼다. 임기인 5월까지 가면 19대 국회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 보인다. 지지기반이 취약한 만큼 이익집단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정권을 연장하려는 동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공공성과 규제의 강화 뒤에는 이익집단이 배후에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익집단은 공공성 강화나 공공 이익 우선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규제로 집단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것이 생리다. 정치가 불안한 남미나 남부 유럽이 규제를 강화했고, 그 결과 사회가 불안하고 경제는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로 양극화된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공공성 강화의 비극을 해결하려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서비스산업이 공공성 강화의 덫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기술혁신과 시장의 요구다. 미국은 경제 침체의 원인을 서비스업의 저생산성에 돌리다가 공화당 민주당 모두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1975~2006년 동안 규제의 74%를 폐지하자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급증해 놀라워하며 이를 신경제(new economy)라 불렀다. 유럽 좌파의 대부였던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금융과 방송 등 핵심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풀었다. 노동시장 규제는 유지해도 생산물시장 규제는 풀어야 일자리를 만들고 제조업이 강한 독일과 경쟁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런 결단으로 미국과 프랑스는 서비스산업 강국이 되었다.

제조업 시대는 가고 서비스가 경제를 끌어간다. 제품의 편의성이나 디자인 등 서비스가 경쟁력을 좌우하기에 제조업체도 서비스기업이 된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서비스산업의 낙후뿐 아니라 제조업도 위태롭게 만든다. 삼성 갤럭시가 애플 아이폰보다 수익성이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비스산업은 규제가 제조업보다 4배나 많아, 해외로 떠나는 자본도 제조업보다 4배 많았다. 제조업은 싼 인건비 때문에 해외로 떠났는데 이제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까지 더해졌다. 현대차가 최근에 자율주행서비스 때문에 미국에 대규모 투자한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 정권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 택시와 타다 갈등의 본질은 규제의 문제에서 있는데 이를 외면함으로써 서비스산업의 혁신을 더 요원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서비스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 국민의 교육수준이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기에 창의성을 저해하는 규제를 풀면 실현될 수 있다. 가수의 활동을 공공성의 논리로 규제하고 연예기획사를 공공기관으로 간주했다면 지금의 방탄소년단(BTS)은 없다. 작년 10월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3일 공연의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9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13만 명 관객 수입뿐 아니라 외국인 관객의 한국 방문도 여기에 포함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는 서비스산업의 규제개혁 효과가 가장 큰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공공성 강화의 논리에 현혹되어 청년을 취업부터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희망을 접은 N포 세대로 만들고 있다.

공공성의 강화로 자유와 기회를 억압하는 정치는 끝내야 한다. 규제로 사업자단체나 노동조합 등 이익집단의 배만 불리는 정책은 퇴출해야 한다. 공공성 강화로 위장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을 막아야 신뢰를 회복하고 세금 안 들이고 잘 살 수 있다. 이제 국민이 깨어나야 할 때다. /글=김태기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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