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15 17:44
얼굴의 빛깔을 의미하는 낱말이 안색(顔色)이다. 그러나 표정을 비롯한 얼굴에 드리우는 여러 조짐을 다 포괄하는 말일 게다. 그런 얼굴 표정에 따르는 한자 낱말이 퍽 많다.

‘머리’를 의미하는 한자는 제법 다양하다. 우선은 首(수), 頭(두)가 있다. 그 밖에 元(원)도 있다. 元은 우리에게 중국에 들어섰던 왕조의 이름 원나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원래의 새김은 머리다. 머리는 사람 신체의 으뜸을 의미한다.

그래서 옛 왕조 시절의 최고 권력자인 임금을 元首(원수)라고 적었으며, 군대의 최고 지휘관을 으뜸 장수라는 의미에서 元帥(원수)로 적었다. 狀元(장원)도 마찬가지다. 과거(科擧) 시험을 치르는 일종의 문서 형식인 狀(장)에서의 으뜸(元)이라는 뜻으로 풀 수 있다.

머리에 관한 한자는 즐비하다. 頂(정)은 정수리, 顚(전) 역시 마찬가지다. 顚倒(전도)라고 하면 머리가 엎어진 모양이니, 나중에 ‘뒤집힘’의 뜻도 얻는다. 額(액)과 顙(상)은 이마, 頤(이)와 頷(함)은 턱을 가리킨다. 頤指(이지)와 頤使(이사)라는 단어가 있는데 턱으로 이것저것을 지시하는 사람의 행위다. 건방지고 오만한 모습을 의미한다.

얼굴을 가리키는 한자는 面(면)이 우선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얼굴을 臉(liǎn)으로 적는다. 面이라는 글자가 먼저 생겼고, 臉은 나중 생겼다. 우리 한자 생활 속에서 이 臉이라는 글자의 용례는 거의 없다. 顔(안)은 원래 사람의 이마를 가리켰다가, 나중에 얼굴 전체를 지칭하는 글자로 발전했다.

따라서 顔色(안색)이라고 하면 얼굴 색깔, 얼굴 빛, 낯빛 등의 뜻이다. 한자는 표의(表意)문자다. 따라서 당초에 매긴 의미가 뭔지 살펴야 그 후의 풀어짐을 잘 헤아린다. 顔은 앞서 적은대로 원래는 ‘이마’다. 이마 아랫부분이 미간(眉間)인데, 그 사이에 끼어드는 각종의 기운을 원래는 色(색)이라고 했단다. 따라서 顔色이라고 적을 경우의 원래 뜻은 ‘미간에 맺힌 사람의 기분 상태’다. 그러다 결국 ‘낯빛’이라는 의미로 발전했다.

이 顔色이라는 단어가 현대 중국어에서는 ‘색깔’로 쓰인다는 점은 제법 잘 알려져 있다. 그에 앞서 얻은 뜻이 위에 적은대로니 참고할 만하다. 그런 사람의 낯빛은 아주 다양하다. 慍色(온색)이라고 적으면 화가 난(慍) 얼굴빛이다. 愧色(괴색)이라고 적을 경우는 사람이 부끄러워(愧) 짓는 표정이나 낯빛이다. 얼굴색이라고 해서 직접 面色(면색)이라고도 적는다. 얼굴에 도는 기운의 빛이 氣色(기색)이고, 역시 얼굴에 나타나는 핏기의 정도는 血色(혈색)이라 부른다.

실색(失色)은 그래서 쓰는 말이다. 대경실색(大驚失色)은 우리가 자주 쓰는 성어다. 유교 경전 <예기(禮記)>에서는 ‘복장 등이 단정치 못한 상태’의 의미로 나오지만, 여기서는 아주(大) 놀라(驚) 얼굴이 푸르르…, 그러다가 하얘지는 경우다. 핏기가 가신 얼굴이 바로 失色이다.

우리에겐 대경실색하는 일이 적지 않다. 대형 사고가 잊을만 하면 터지고, 북녘의 김씨 정권도 핵실험 등으로 우리를 자주 놀라게 만든다. 그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자세에도 가끔 놀라고, 북한의 위협이나 경제의 어려움을 금세 잊는 정치권의 건망(健忘)에도 거듭 놀란다. 그런 놀람이 거듭 이어지고, 실색도 빈번하다. 핏기 가신 얼굴이 창백(蒼白)함이니, 우리 사회의 지금 빛깔이 그렇다.

 

<한자 풀이>

頂 (정수리 정): 정수리. 이마. 꼭대기. 아주. 대단히, 상당히. 머리로 받치다. 머리에 이다. 무릅쓰다. 지탱하다, 버티다. 해내다, 감당하다.

顚 (엎드러질 전, 이마 전): 엎어지다. 뒤집히다. 거꾸로 하다. 미혹하다. 넘어지다. 미치다. 산의 꼭대기.

額 (이마 액): 이마. 머릿수. 수효. 수량. 현판. 일정한 액수. 한도.

顙 (이마 상): 이마. 머리. 꼭대기. 뺨. 절하다. 이마를 땅에 대어 절하다.

頤 (턱 이): 턱. 아래턱. 괘 이름. 기르다. 보양하다. 부리다.

頷 (끄덕일 암, 턱 함): 끄덕이다. 턱, 아래턱.

慍 (성낼 온): 성내다, 화를 내다. 원망하다. 괴로워하다. 화, 노여움.

 

<중국어&성어>

脸(臉)色 liǎnsè: 현대 중국어의 ‘낯빛’이다. =面色 miàn sè

颜(顔)色 yán sè: 일차적으로는 얼굴색, 용모다. 그러나 현대 중국어에서는 색깔, color의 뜻이 대표적으로 쓰인다.

大惊(驚)失色 dà jīng shī sè: 대경실색.

颐(頤)指气(氣)使 yí zhǐ qì shǐ: 턱(頤)으로 가리키고(指) 표정(氣) 등으로 사람을 부리다(使). 자주 쓰는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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