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1.13 18:40

"검찰 조직, 기능 심하게 말하면 이미 거의 반신불수"
"검찰 개혁, 정치권력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있어"

김태우 수사관의 변론을 맡게된 석동현 변호사(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출처= 석동현 블로그 캡처)
석동현 전 지검장(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석동현 블로그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석동현(60‧사법연수원 15기)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이성윤(58·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 "사람에 충성하기보다 검찰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달라"고 조언했다. 이들은 과거 서울동부지검에서 각각 검사장과 부장검사로 함께 몸담은 인연이 있다. 그러나 부하 검사의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석 당시 지검장이 옷을 벗었다.

석 전 지검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짧지만 각별한 인연을 나눈 이성윤 검사장에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람에 충성하기보다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의 존재 이유, 그리고 검찰이 거쳐 온 역사와 미래를 생각해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석 전 지검장은 청와대 하명 수사로 울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다고 주장하는 김기현(61) 전 울산시장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 

이 지검장은 2012년 7월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을 맡은 적이 있다. 그 당시 상사인 서울동부지검장이 석 전 지검장이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이 있던 부서에서 실무수습을 위해 파견 근무 중이던 전모 검사가 수사 편의 등을 대가로 피의자와 성관계를 갖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불거졌다. 이로인해 지검장이던 석 전 지검장은 관리 감독 소홀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일각에선 석 전 지검장이 책임지지 않았다면 당시 부장이던 이 지검장이 옷을 벗었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지검장은 사의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 사건 이후 서울고검 검사, 광주지검 목포지청장 등 비교적 한직을 전전했다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석 전 지검장은 "우리는 2012년 서울동부지검에서 처음으로 같이 근무하게 됐는데 넉 달만인 그해 11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면서 내가 사직하는 바람에 헤어졌다"며 "헤어진 후 이 검사장도 잠시 인사상 불이익을 겪었던 것 같기도 한데, 여하간 세월이 흘러 최근 보직 면에서 극 전성기를 보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량도 역량이지만 시운이나 관운이란 것이 정말 있구나 생각해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회 표결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 개혁에 대해 "검찰 조직이나 기능은 심하게 말하면 이미 거의 반신불수가 됐다"며 "거기에 더해 법무장관이란 정치인은 검찰총장이 특별수사반 편성하는 것까지도 통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검찰은 개혁이란 명분으로 정치권력에 의해 조직과 기능이 난도질당하고 있고, 한편 대통령까지도 연루될 수 있는 중요사건 수사가 바로 이 지검장이 취임한 기관에서 진행 중에 부임했다"면서 "검찰의 명운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이 지검장의 어깨에도 상당 부분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이 지검장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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