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1.15 14:54

폼페이오 국무장관 "호르무즈에 기여해야"…강 "국제노력 기여방안 다각도 검토"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의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한 강경화(사진왼쪽)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의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한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강경화 외교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 및 동맹 현안, 역내 및 최근 중동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했다.

이날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한·미·일, 미·일, 한·일 외교장관회담도 연쇄적으로 열리면서 한·미·일 및 양자 간 공조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중동 정세 악화와 맞물려 '한국도 큰 관심을 갖고 기여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해,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동참을 사실상 한국 측에 압박한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등에 담긴 남북협력 구상과 관련, '예외인정 사업들'에 대해 미국 측과 논의하고 우리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미 간 인식차 우려 등에 대한 불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쇄회담은 북한이 충격적 실제 행동에 나서겠다며 새로운 전략무기의 도발을 예고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미·이란 간 갈등으로 중동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이뤄졌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 개최는 지난해 3월 말 이후 9개월여만이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은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등으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해 8월 초 태국에서 열린 뒤 5개월여만이다.

이날 한·미, 한·미·일 회담은 팰로앨토 포시즌스 호텔에서 각각 약 50분씩 진행됐다.

외교부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외교장관이 한반도 문제 관련 상황 평가를 공유하고, 굳건한 한미 공조 하에 비핵화 대화 프로세스 동력 유지, 북미 대화 재개 및 남북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양측은 한미관계가 상호 호혜적인 방향으로 협력을 심화해 왔다는데 공감하고 동맹을 한층 강화할 방안들에 대해 심도있는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양 장관은 최근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뜻을 같이하고, 이 지역 내 평화·안정이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을 같이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진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간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북핵 문제 관련 3국 간 협력방안 및 역내 중동 정세 등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3국 외교장관은 북한 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 및 중동 내 긴장 고조 상황과 관련, 한미일 공조·소통·협조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이 위태해지고 불안정이 야기되면 유가가 상승하고 국제경제 전체적으로 파급효과가 크다"며 "모든 나라가 영향을 받게 된다는 측면을 들어 국제사회가 공동의 노력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나 중동 정세 안정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이에 강 장관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기업 보호"라며 "우리 석유 관련 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안정이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지금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이와 관련, 강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많은 경제적인 스테이크(stake·이해관계)가 걸린 나라들은 다 기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며 "미국은 우리도 70%의 원유 수입을 그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런 뜻에서 한국도 큰 관심을 갖고 기여해야 하지 않느냐는 그러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부분도 물론이지만, 이 지역의 국민과 기업의 안전, 이런 것을 생각하고 이란과의 관계 등도 다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범정부 및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 장관은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개별 관광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 등을 포함한 남북협력 구상에 대해서도 폼페이오 장관과 논의했다.

이에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 관광은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면서 "남북 간 협력하면서 유엔 제재로부터 예외적인 승인이 필요하다면 노력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 후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며 "비핵화 및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가 진전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남북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대화가 됨으로써 북한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관여) 모멘텀을 계속 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로선 그간 남북 간의 중한 합의들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고 제재 문제가 있다고 하면 예외인정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그런 사업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관해 폼페이오 장관과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눴으며 미국 측에서도 우리 쪽의 의지와 희망 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개별관광' 언급이 이산가족 상봉 등과 관련해 우리 스스로가 너무 제약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나온 것이라는 정부 측 입장을 설명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고위당국자가 전했다.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향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도발이 없다는 점과 상황이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평가하면서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 만큼 대화를 끌어가기 위한 공조를 강화해나가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한 큰 틀에서의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양 장관은 한미가 이견의 폭을 좁혀가고 있다고 평가한 뒤 아직 이견이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 워싱턴D.C.에서 방위비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협상팀이 협상을 지속해 진전을 낼 수 있도록 독려해 나가자는 의견교환을 했다고 당국자가 전했다.

미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한미 외교장관회담과 관련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한미가 긴밀한 대북 조율 지속을 재확인하고 한미동맹의 지속되는 힘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한미일 삼자협력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한국의 신남방정책 협력에 대한 약속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서는 한미일이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번영 및 안보에 대한 한미 및 미·일 동맹 및 한미일 삼자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트윗에 공개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사진에 따르면 국무부 대북 특별 부대표를 맡아온 알렉스 웡 국무부 북한 담당 부차관보도 참석자에 포함됐다.

한편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후 열린 강경화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간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선 한국 측의 일본 측 수출규제 철회 요구 및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한일 외교장관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북한 정세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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