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1.16 09:57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측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와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백악관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 합의에 최종 서명했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첫 관세 폭탄으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지 약 18개월 만이다. 글로벌 경제에 드리워졌던 불투명성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 측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와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했다.

합의문은 총 96쪽 분량으로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농산물, 금융서비스, 거시정책·외환 투명성, 교역 확대, 이행 강제 메커니즘 등 8개 챕터로 구성됐다.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은 당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한편 기존 관세 가운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 이번 합의의 골자다.

미국이 제기해왔던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환율 조작 금지 등에 대한 중국의 약속도 담았다.

중국은 농산물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향후 2년간 2017년에 비해 2000억 달러(약 23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첫해에 767억 달러, 두 번째 해에는 1233억 달러 어치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서비스 379억 달러, 공산품 777억 달러, 농산물 320억 달러, 에너지 524억 달러 등이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계획은 첫해에 125억 달러, 두 번째 해에 195억 달러 규모다. 2017년 중국은 2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농산물을 구매했다. 2년간 320억 달러를 추가 구매하면 2년간 연평균 약 400억 달러 규모가 된다.

미국은 당초 지난해 12월15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중국산 제품 16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1200억 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부과해온 15%의 관세를 7.5%로 줄이기로 했다. 다만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해오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한다.

이와함께 이번 합의에서 중국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와 기업 비밀 절취에 대한 처벌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은행 증권 보험 등 중국 금융시장 개방 확대,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중단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중국 당국의 국영기업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는 이번 합의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이 당초 합의문에 담을 것을 주장했던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법률개정 문구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분쟁 해결 절차다. 합의 위반이라고 판단할 경우 실무급·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시 관세를 부과 할 수 있는 이른바 '비례적인 시정조치' 권한을 규정했다. 분쟁해결 사무소도 설치하기로 했다.

미국이 이번 합의에서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보류하거나 기존 관세를 완화했지만 이를 다시 복원하거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관세 재부과가 선의(good faith)로 취해지는 한 중국이 보복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한편, 미중은 1단계 합의의 이행을 지켜본 뒤 2단계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측 고위급 협상단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단기적으로 1단계 합의 이행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추가 협상은 그 이후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앞으로 보조금 지급 중단과 함께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등에 대해서도 보다 세부적인 시정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2단계 합의는 더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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