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1.16 15:00

방송법 제정된지 32년 만의 첫 유죄 확정 판결
이정현 "사법부 판단 조건없이 승복…관련 법 점검 필요"

(사진=이정현 의원 블로그)
이정현 무소속 의원. (사진=이정현 의원 블로그)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한국방송공사(KBS)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무소속 의원(62)이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방송법이 제정된지 32년 만의 첫 유죄 확정판결이다.

대법원 3부는 16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이 의원에게 '방송법 위반죄 벌금형'이 확정됐지만,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어서 의원직을 유지하고 피선거권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받거나, 선거법 위반 외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뒤인 지난 2014년 4월 21일과 30일, KBS가 정부와 해경의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자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하라'고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의원에게 적용된 법률조항은 1987년에 마련된 방송법 4조와 105조다.

이 법에 따르면 방송 편성에 관해 법률에 따르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는데,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이 의원은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에 있던 당시 보도국장에게 정상적 공보활동의 일환으로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이라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이 의원 행위는 단순 항의 차원이나 의견 제시를 넘어 방송편성에 대한 직접적 간섭"이라며 유죄로 인정해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아직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방송법 위반 처벌조항 적용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관행이란 이름으로 별 경각심 없이 행사돼왔던 정치권력의 언론 간섭이 더 이상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2심 재판부도 유죄로 판단하고, 이 의원 측이 방송법상 '간섭'의 뜻이 불분명하고 단순 의견제시까지 처벌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며 낸 위헌심판제청신청은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시곤 국장의 지위와 둘 사이의 관계, 대화 내용 등을 보면 단순한 항의나 오보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해경을 비난하는 보도를 당분간 자제해달라거나 보도 내용을 교체·수정해달라고 방송 편성에 간섭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2심은 이 의원이 이런 행위를 "관행이나 공보활동 범위 안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은 받아들여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 역시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방송법상 '방송편성에 관한 간섭'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측은 "방송법 위반죄 일반에 관한 최초 사례가 아니라, '방송편성에 간섭해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최초 사건에서 원심의 유죄 판단을 수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날 대법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법부 최종 결정에 조건없이 승복한다"며 "여전히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세월호 유족에 위로는커녕 또다른 상처가 됐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하고 마음이 무겁다.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다만 방송법 조항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편성 독립 침해혐의로 32년 만에 처음 처벌 받는 사건이라는 사실은 그 만큼 관련 법 조항에 모호성과 다툼 여지가 있었다. 보완점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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