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1.17 12:17

강호동 "60년 농협 역사에서 보기 드문 젊고 역동적인 후보"
유남영 "주요 요직 거치고 풍부한 경험 지닌 유일한 후보"
문병완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 갖춘 후보"
이성희 "농업인 월급제·농업인 퇴직금제·농업인 수당 제도 도입"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조합장, 유남영 전북 정읍농협 조합장,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조합장(왼쪽부터 차례로)이다. (사진= 네이버 인물검색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전국 230만 농민의 대표를 뽑는 제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오는 31일 실시된다. 총 12명이 농협중앙회장 후보자로 등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기 '농민 대통령'으로 누가 등극하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예비후보 등록기간에는 13명의 후보가 등록했지만, 당초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강성채 순천농협조합장은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과의 단일화 협의에 따라 전남에서는 문병완 조합장만 나선다.

이런 가운데, 농협중앙회장 선거 구도는 대략 4파전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농협중앙회 안팎 사정에 정통한 관련자들은 전반적으로 강호동(57) 합천 율곡농협조합장, 유남영(65) 전북 정읍농협 조합장, 문병완(62)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 이성희(71) 전 성남 낙생농협조합장의 4명을 유력 후보자로 꼽고 있다. 

강호동 예비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략 3강 구도로 가지 않겠느냐"며 "굳이 말하자면 영남권과 호남권이 아무래도 강세일 것이고 중부권인 경기권과 충청권 후보들도 부각되지만 전통적으로 수도권은 표가 갈리는 현상을 보여왔고, 충청권은 결속력이 다소 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적으로 영호남 간 대결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강호동 예비후보의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후보자들 중에 제일 젊고, 60년 농협 역사에서 보기 드문 젊고 역동적인 후보"라고 답변했다. 그는 "저희가 유리한 것은 대의원 조합장들 중에서 초·재선 조합장이 70%를 넘어서면서 지난 선거와는 달리 많이 젊어졌다는 점"이라며 "중앙회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50대 중후반의 조합장들도 많다. 타 후보들에 비해서 젊게 구성돼 있다는 얘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호동 후보는 현장 중심, 지역농협 중심으로 일을 해왔기에 농협개혁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각에서 후보자가 젊다는 게 강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4선 조합장이면 경륜은 인정받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현직 이사 조합장은 여원구 양평 양서농협조합장님과 이주선 충남 아산송악 조합장님 그리고 강호동 후보님 등 3명 뿐인데, 사실 현직 조합장들이 상대적으로 더 낫지 않을까 한다"고 털어놨다.

강호동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상호금융 독립법인화 및 경제지주의 지역농·축협 지원 기능 강화 △중앙회장·감사위원장 직선제 추진 및 조합장 시도지회장제 도입 △지역농·축협과 경합되는 중앙회 사업 지역농·축협에 이관 △지역농·축협 지원 강화로 실질적 수익에 기여 등을 내세우고 있다. 

유남영 전북 정읍농협 조합장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통적으로 선거판세가 영호남으로 양분되는 경향이 엿보이는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유 후보는 "사실 이렇게 보는 자체가 지역감정 프레임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지역감정 프레임을 걸어서 왜 호남에서 또 중앙회장을 맡느냐라는 프레임을 거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선거구도가 영호남의 구도라고 친다면, 전남에서 농협중앙회장을 4년동안 맡았었는데 호남 이외의 다른 지역 분들의 입장에서는 전남에 또 주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걸 뻔히 알면서도 (전남에서) 출마를 해서는 그분의 경쟁력은 없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유 후보는 자신의 장점을 적극 언급했다. 그는 "현재는 지역 색채가 많이 엷어졌고 준비된 후보를 뽑으려는 분위기도 적잖다"며 "내가 6선이다. 농협중앙회 이사도 했고 사실 상당히 어려운 곳인데 수익의 원천인 농협금융지주에서도 이사를 지냈다. 이렇게 두 가지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풍부한 경험을 한 후보는 유일하게 나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읍농협에 재직 중일때 농협이 55억원을 사기당한 사건을 (내가) 해결했다. 단번에 정상화시켰다"며 "부도 났던 농협을 정상화시켰고, 상위권 농협으로 성장시켰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나는 풍부한 경영능력과 경륜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적인 면에서도 의회 의원생활도 했고 정읍시장에 출마도 했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감각도 있다. 타 후보에 뒤지지않는 자격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단언했다.

'농협중앙회장이 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개혁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그는 "인사가 만사다. 인사가 제일 중요한데 지금까지 이것을 잘못했던 관행이 많다"며 "인사를 바로잡는 회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유 후보는 △더 든든한 농협 △조합장 연임제한제도 폐지 △경제지주 기능 재검토 △농·축협에 대한 지원 확대 △4차 산업 시대 적극 대응 △농산물 제값 받고 팔아주기 등을 선거공약으로 발표했다.

전남지역에서는 강성채 순천농협조합장과의 후보 단일화 성공으로 주목받고 있는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이 강자로 지목되고 있다. 문 조합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순천과 보성은 보성에서만 중앙회장에 출마하기로 합의가 된거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회장 선거과정을 통해 라이벌로 꼽는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특별히 없다"면서 "이제는 지역구도나 이런  떠나서 새로운 정책대결이 될 것이고 그렇다면, 이제는 각 조합장님들과 유권자들의 판단을 통해 결정되지 않겠느냐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변했다.

'호남지역이 전남과 전북으로 나뉘어진다면 영남 쪽 후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다. 영남은 경북지역이 표가 많다. 이렇게 보면 호남이 상대적으로 좀 약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그렇지만, 농협이 현재 놓여있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국제적으로도 농업에서 개도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농협은 좀 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요즘 시대상황에 맞춰 리더십도 변하고 있다"며 "정직성, 도덕성을 중시하기 시작하면서 과거와는 달라진 측면이 있다"고 일갈했다. 계속해서 "농협이 과거의 흑역사와 단절할 시대가 왔다"며 "사회현상에 맞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따라서 초재선 대의원 조합장님들이 과거의 투표성향이 아닌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후보들에게 투표를 하지 않겠느냐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 "영호남, 중부지방이 아닌 또 다른 선택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라고 보고 거기에 기대하고 있다"고 소망했다.

중부권의 강자로 회자되는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조합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당히 조심스런 분위기를 풍겼다. '영호남으로 표심이 갈려있는 상황에서 어느 후보자를 최대의 라이벌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직 공식선거 초반이라 뭐라고 말씀 드리기가 어렵다.  또 회장선거에서 특별히 라이벌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며 "모든 후보들이 훌륭하신 분들로서 선의의 경쟁일 뿐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농협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개혁과제'에 대해 묻자, 그는 "농업인은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토록 안정된 농가기본소득 체계를 만들겠다"며 "농업인 월급제, 농업인 퇴직금제, 농업인 수당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고정적인 수입원을 통해 소득이 안정된다면 농가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모든 사업을 농·축·원예·인삼협 중심으로 개편하고 농축산물 유통도 개혁을 넘어서 커다란 변화를 이루겠다"며 "이를 위해 경제사업은 품목별, 축종별 연합회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유통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며 "이를 통해 생산은 최고의 품질로 적정량을, 유통은 트렌드에 맞는 체계를 구축하고 경로에 맞는 조직 및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농업과 농협의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4차 산업 혁명을 바탕으로 디지털농협을 만들겠다'며 "고령화와 생산력 절감, 소농구조에 적합한 '인공지능 비닐하우스', 스마트팜, 농사용 드론·로봇 장비 보급 및 지원 등을 위한 '디지털 농업인 지원센터'를 설립·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농축협도 각각의 특성을 반영하여 '디지털농업화'에 나서겠다"며 "또한, 디지털 금융과 유통의 시너지를 구축하고, '케어팜'(치유농업), 관광농원도 적극 추진하는 등 우리농업과 농협의 미래를 위한 '디지털농협 구축'에 1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정식 후보 등록기간은 16~17일까지다. 이어 18~30일까지 13일간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진행되고 31일에는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292명의 대의원 조합장의 투표를 통해 중앙회장을 선출한다. 당선자는 선거인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득표자로 결정된다. 산술적으로는 147표를 얻으면 당선될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결선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선출한다. 전국 대의원 조합장은 △영남권 31% △호남권 22% △충청권 19% △서울·인천·경기권 18% △강원권 9% △제주권 2%로 나뉘어져 있다.

농협중앙회장 예비후보로 등록할 것으로 관측되는 12명의 명단은 아래와 같다.

호남은 2명이다.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 유남영 전북 정읍농협 조합장이다. 강성채 전남 순천 조합장은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과의 후보단일화로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경기도도 2명이다. 여원구 양평 양서농협조합장,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조합장이다.

경남은 2명이다.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조합장,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조합장이다.

충청에선 3명의 예비후보자가 나선다. 김병국 전 충북 서충주 조합장,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 조합장, 홍성주 충북 제천 봉양 조합장이다.

기타 3명은 이찬진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 지점장과 천호진 전국농협경매발전연구회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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