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1.17 16:17

관건은 북측의 호응 여부…소규모 개별관광 추진한뒤 전면 확대 방침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북한 금강산. (사진=YTN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개별관광' 추진 의사를 밝히고, 정부가 제3국을 통한 '비자 방북' 허용 가능성까지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관광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북한 '개별관광'이 성사될 수 있는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북측 호응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문제를 꼽고 있다. 이 문제들이 선제적으로 해결돼야만 개별관광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7일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남북교류 활성화 조치의 하나로 북한 당국이 발행한 비자만 있어도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북한 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앞서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관광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개별관광' 자체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닌 점을 근거로 개별관광 허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처럼 현대아산을 통해 대규모로 금강산을 방문하고 관광비를 북측에 직접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고 여행자가 개별적으로 제3국의 여행사를 통해 북한의 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되기 때문에 대북 제재인 '대규모 현금(벌크캐시)'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육로로 금강산을 방문할 경우에는 유엔군사령부로부터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승인 받아야 하는 어려운 점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검토하는 '비자 방북' 조치가 실행되면 한국민이 중국 등 제3국에 있는 여행사를 통해 북한 관광상품을 신청해 북한으로부터 비자만 받고 방북이 가능해진다.

물론 지금까지 남쪽 국민이 제3국을 통해 북한을 개별관광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미국 영주권을 가진 한국민 등은 여행사 등을 통해 북한 관광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는 사회문화 교류, 인도적 차원에서 중국 등을 경유해 북한에 들어갈 경우 북한당국이 발행한 초청장과 비자가 모두 있어야 정부의 방북 승인이 이뤄졌는데, 북한 당국이 개별관광을 허용하고 비자를 내주게 된다면 이를 하나의 신변안전보장 조치로 보고 정부 차원의 방북 승인을 신속하게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일주일가량 걸리는 방북승인 기간도 더욱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 국민이 북한당국으로부터 관광비자를 받고 (전화 등으로) 통일부에 연락하면 방북 승인을 내주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며 "다만 지금처럼 관계기관을 통한 신원확인 등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 방북'은 일단 시행초기 이산가족 등 소규모 개별관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제3국을 통한 '이산가족 고향 방문' 등이 최우선 추진사업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이산가족 등 한정된 대상에 대해 소규모 개별관광을 추진하다가 전면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많은 나라가 (북한에 대한) 개별관광을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 국민들은 아직 못 간다고 하는 게 조금 우리 스스로 제약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여행을 남북관계의 특수성에서만 접근해온 시각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는 뜻으로 보인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금강산 관광이나 대북 개별 방문의 경우 유엔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언제든 이행할 수 있으며 이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모든 가능성이 현실화 되기 위해선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다시 남북 교류 협력의 문을 차단한 북한의 호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정부의 개별관광 카드는 관광자원 개발에 '올인'하는 북한의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이기도 하지만 북한의 이해와 맞아떨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북측의 호응"이라며 여러 방안들을 모색해 나갈 것을 시사했다. 

북한을 찾는 한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고민거리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 여행자가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사례가 있었다. 특히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고 2015년 말 방북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는 북한 여행 중 선전 깃발을 훔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귀환한 지 엿새 만에 사망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북한 당국이 방문객의 신변 안전을 보장한다는 초청장을 발급받아야만 방북을 허가했다. 

따라서 정부가 향후 개별 관광을 추진하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북한 당국 차원의 신변 안전 보장 장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더해 전방위적인 대북제재 공조를 강조하는 미국 등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전날 외신 간담회에서 "제재 하에서 관광은 허용된다"면서도 "북한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반입하는 짐에 포함된 물건 일부가 제재에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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