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1.18 00:05

글로벌 명품은 '더몰', 로컬 제품은 '노벤타'·'세라발레' 최적
FTA원산지증명서 확인받으면 8% 관세 아낄 수도

박지훈 기자가 이탈리아 피렌체 더몰 아울렛에서 명품쇼핑을 마치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지훈 기자의 처)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최근 주변을 돌아보면 명절을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연말에 미처 쓰지 못한 휴가를 설날 전후에 붙여 유럽으로 1~2주간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유럽으로 가는 이들은 관광뿐만 아니라 쇼핑도 즐기리라 생각한다.

이런 흐름에 부응, 기자는 유럽의 할인 시즌인 연초 이탈리아에 입국, 자유여행을 즐기면서 현지 3대 아울렛도 방문했다. 핵심 관광지인 피렌체의 더몰과 베네치아의 노벤타, 패션도시 밀라노의 세라발레 아울렛을 다녀왔다. 돌아다니다보니 특징이 뚜렸했다. 시내 명품 부티크 매장에선 FTA(자유무역협정) 원산지증명서에 물건을 산뒤 확인 도장과 구매 날짜, 판매원 이름을 찍어 입국시 합법적으로 세금을 아낄 수 있었다.

명품 사려면 피렌체 더몰 필수…특히 '버버리' 놓치지 말자

장인정신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랜드의 품질이 아무리 좋더라도 여행객들은 가장 먼저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눈을 빼앗길 것이다. 현지 브랜드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고 명품은 특히 본고장 유럽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다.

명품 쇼핑은 3대 아울렛 가운데 피렌체의 더몰이 제일 적합하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대표 명품 구찌, 프라다, 펜디, 버버리를 갖추고 있는데다 몽클레어, 발렌시아가, 조르지오 아르마니, 생로랑, 태그호이어, 토즈, 베르사체 등이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카페와 식당을 빼면 대부분이 명품숍이다. 루이비통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브랜드마다 단독건물로 된 매장을 가지고 있어 상품 종류와 색깔이 다양하다. 아시아 관광객들이 워낙 많이 찾아오니 각 국가에서 인기 있는 모델과 색상을 고루 갖춘 편이다. 1시간마다 리무진 버스로 관광객들을 가득 실어나르는데, 제품이 많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 있는 부티크, 심지어 아울렛에서는 고객이 좀처럼 제품을 마음대로 만져보기 어렵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아무렇게나 팔에 걸고 어깨에 메도 좋다. 가격표를 꺼내 확인해도 눈치 볼 필요 없다.

무엇보다 한국인이 많다는 것이 강점이다. 원하는 물건을 찾기 어렵다면 사진이나 모델명을 직원에게 보여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더몰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도 현지인이 많은 다른 아울렛과 달리 관광객에 맞춰져 있다.

할인율은 브랜드, 제품별로 다르나 가격은 대체로 부티크 대비 최소 30% 저렴하다. 어머니에게 선물로 드릴 구찌 '마이크로시마 미니돔' 가방은 한국에서 100만원(775유로) 수준이나 60만원(450유로)에 구매했다.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할 브랜드는 버버리다. 이곳에서 버버리의 할인율은 전 품목에 걸쳐 50%에 가깝다. 제품 종류와 사이즈가 무척 다양하고 직원도 친절하게 쇼핑을 돕는다. 기자와 처는 이곳에서 부티크 가격 각각 1110유로(142만원), 850유로(110만원) 짜리 퀼팅패딩을 각각 650(84만원)유로, 500유로(65만원)에 구입했다.

다만, 더몰은 사람이 정말 많다. 중국 회사가 운영하는 셔틀버스의 첫차는 더몰 공식 셔틀버스보다 30분 빨리 출발한다. 기자는 그 시간에 맞춰 갔지만 첫차는 이미 앞서 온 사람을 꽉 채우고 15분 일찍 출발해 두 번째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다.

도착해보니 이미 프라다, 구찌 매장은 문이 열리지 않은 채로 100여명의 사람들이 줄서 있었다. 손님이 개장 시간(오전 10시) 보다 30분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이들을 힐끗 보면서 출근하는 풍경도 재미있다. 길거리에 널린 피아트 경차, 소형차가 아니라 벤츠, 아우디를 타고 온다.

아침 일찍 와도 줄은 서야 하지만 대기줄은 금방 줄어든다. 매장이 크고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건물 내로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시차와 관광으로 피곤하더라도 아침 일찍 오는 게 좋다.

베네치아 노벤타 아울렛 모습. (사진=박지훈 기자)
베네치아 노벤타 아울렛 모습. (사진=박지훈 기자)

◆ 대중적 브랜드는 한국에서…노벤타·세라발레에선 현지브랜드

더몰이 이탈리아 아울렛에 대한 기대치를 올려놓은 탓인지 베네치아 노벤타와 밀라노 세라발레는 마치 파주나 여주 아울렛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사실 규모는 더몰보다 크고 브랜드도 100여개로 훨씬 다양하다. 하지만 매장별 규모가 작은데다 유럽인 특유의 '길빵(길거리 흡연)'이 쇼핑 여건을 악화시킨다.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 올 수 없다. 사방이 주인을 따라온 반려견 천지다.

늘 그랬듯 명품숍부터 가봤다. 가격은 더몰에서 구입한 구찌 가방과 프라다 퀼팅 자켓 수준과 비슷했으나 제품 색상과 사이즈가 다양하지 못했다. 제품 종류는 가방과 같이 상대적으로 고가인 제품일수록 적고 벨트, 지갑처럼 저가인 경우는 많았다.

더몰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지만 노벤타와 세라발레 아울렛은 현지인이 절대 다수였다. 아울렛 특성대로 노벤타에서 이탈리아인은 대체로 가방보다는 지갑이나 벨트, 초소형 가방, 스카프들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했다. 관광객이 중형 가방을 중심으로 쇼핑하는 더몰과 달랐다.

노벤타와 세라발레 아울렛의 장점은 현지 브랜드가 많이 입점돼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를 지탱하는 산업은 바로 패션이다. 구찌나 프라다 같은 명품만 유명한 게 아니라 이들과 글로벌 업체에 소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탄탄하다. 북부의 중소도시가 남부와 다를 것 없는 시골처럼 보이지만 소득이 두 배 이상 많은 건 소재 산업이 발달한 덕분이다.

그 소재를 가지고 이탈리아에서 입지를 굳힌 로컬 브랜드는 한국에서 살 수 없으므로 눈여겨보자. 거테리지(남성복), 아테스토니(토털브랜드), 훌라(여성가방), 더브릿지(가죽제품) 등이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브랜드이다. 로로피아나(고가 의류)는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LVMH 산하 브랜드로 유럽인들에겐 '워너비'이다. 

나이키, 코치 같이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브랜드의 아울렛 가격은 실제로 네이버 쇼핑가보다 오히려 다소 비쌌다.

따라서 명품은 더몰에서, 현지 브랜드나 기념품은 노벤타나 세라발레에서 고르는 게 이득이다.

사실 따로 FTA원산지증명서 없다. 프린트한 문서에 적힌대로 '유럽연합 제품이라면 확인바란다'라는 내용에 도장, 서명 등이 형태로 동의해달라고 하면 된다. (자료=관세청)
FTA원산지증명서. 프린트한 문서에 적힌대로 유럽연합 생산제품이라면 도장이나 서명 등의 형태로 확인해달라고 하자. (자료=관세청)

◆ FTA원산지증명서 떼면 관세 '제로'

여러 아울렛을 돌아봐도 한국에서 눈여겨놨던 제품을 못 찾을 수 있다. 출시된 지 얼마 안됐거나 현지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이 아울렛에 나올 리가 없다.

이런 경우 불가피하게 시내 부티크 매장에 가서 현지 원가에 살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택스 리펀(Tax Refund)과 FTA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으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아내가 루이비통의 '알마BB 에삐' 가방을 원해 피렌체 시내 부티크 매장에 갔더니 마침 있었다. 한국 가격은 무려 200만원(1550유로). 기자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 가방을 50만원 가량 싸게 구입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현지가격이 160만원(1250유로로) 한국보다 저렴했고 택스리펀(20만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귀국할 때 FTA원산지증명서 덕분에 부가세(8만원)만 부담했다. 

우선 출국 전 관세청 홈페이지에서 ‘FTA원산지증명서’ 검색 → ‘원산지증명서 서식’ 클릭 → 한·EU(유럽연합) 클릭 → [별표 16] 서식이 있다. 이것과 밑에 [별표 17]과 함께 받아 영문본과 이탈리아본을 출력한다. FTA원산지증명서란 구입한 제품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에서 제작됐다는 것을 제조·판매사가 인정한다는 일종의 ‘확인서’다.

기자는 계산을 할 때 직원에게 이 증명서를 내밀며 “여기에 매장의 확인 도장을 찍고 오늘 날짜와 당신의 이름을 적어주면 내가 한국에서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직원은 잠시 사무실에 들어가더니 요청대로 처리해줬다. 뿐만 아니라 계산을 마친 후 영수증에도 증명서처럼 똑같이 해달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구입가격의 8%에 해당하는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간단히 이야기했지만 이탈리아 특유의 느린 일처리, 증명서 동의 처리 여부 확인 등으로 물건을 사는 데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직원이 매장 문을 나서는 내게 "이렇게 노력해줬으니 꼭 한국에서 세금을 감면받아라"라며 포옹을 해줬을 정도다. 증명서는 부티크에서 받을 수 있는 서류임에는 틀림 없으나 이를 받아가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짐작하게 했다.

귀국 전 아울렛이나 공항에서 택스리펀을 신청하면 약 12%(이탈리아)를 현금이나 카드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다.

귀국하면서 한국공항 세관에는 양심적으로 구입 물품을 신고하고 부가세 10%를 납부하면 된다. FTA원산지증명서를 받아두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하니 주의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부티크뿐만 아니라 아울렛도 이 같은 증명서를 발급해줘야 한다. 하지만 아울렛 직원들은 대체로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는 식으로 나온다. 아마 손님이 많아 바쁘고 굳이 이 서류를 발급해주지 않아도 물건을 살 사람은 많다는 심보일 것이다.

택스리펀은 물건을 살 때부터 직원이 서류를 주기 때문에 유럽 여행객들은 대부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FTA원산지증명서라는 존재를 아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안다고 해도 현지에서 받기 어렵다는 블로그글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난 뒤 지레 포기하기 일쑤다.

증명서를 성공적으로 발급하면 관세는 합법적으로 내지 않을 수 있다.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

피렌체 시내 루이비통 부티크에서 알마BB와 스트랩을 구매한 후 FTA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고 있다. (사진=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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