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은 기자
  • 입력 2020.01.18 09:35

[뉴스웍스=이정은 기자] DLF사태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하고,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지 사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가 2019년 정부업무평가 종합 A등급을 받았다. A등급은 S등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문제는 지난해 금융권에서 사건이 줄줄이 발생한 데 있다. 은행 창구에서 예금에 가까운 안정형 상품에 자금을 맡기러 온 투자자에게 "원금 손실이 거의 없다"는 말로 초고위험 상품에 가입하게 해 수십억원 규모의 원금 손실을 낳으며 논란을 키운 DLS·DLF 사태, 펀드 환매중지로 투자자들의 자금 약 8400억원이 묶여버린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한국 경제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 두 차례나 일어났다. 피해자들의 피해보상 문제, 책임자들의 문책 및 징계 등 어떤 것도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라임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대형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 국가 금융정책을 총괄하고 국내 금융기관과 금융감독원을 감독하는 역할을 지닌 금융위가 일을 잘했다는 것이 정부 평가라는 점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DLF사태에 대한 금융기관의 책임을 묻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DLF 판매 은행 중 소비자 피해 및 불완전판매 규모가 컸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심의 대상에 올리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DLF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을 소환, 책임을 물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근거로 부실한 내부통제를 보인 두 금융사의 경영진에게 중징계를 내리겠다는 뜻을 비쳤다. 해당 은행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11시간 동안 징계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인 후에도 결론을 못내 오는 22일 2차 제재심을 다시 연다고 한다.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정작 감독을 소홀히 하고 관련규정을 모호하게 처리한 직원들에 대한 징계는 아직 말도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금감원의 상위 부처인 금융위의 책임도 이에 못지 않게 크다.

'내로남불'과 다를바 없는 금감원의 입장을 보며 지난해 10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DLF사태로 한참 떠들썩한 상황에서 은 위원장은 "(투자상품은) 자기 책임으로 투자하는 것이며, 투자하는 분들도 안전한지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회사가 치매 판정을 받은 80대, 노후자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려는 70대, 투자경험 없는 60대 투자자에게 "손실확률 0%"라고 강조하며 초고위험상품인 DLF상품을 판매했던 사실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이같은 교과서에서나 나올 만한 이론을 섣불리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정부부처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경제 활력 제고'를 언급했다. 세금 퍼주기로 공공 일자리만 늘어난 상황에서 이런 자화차찬이 우습다. 더구나 금융투자업계는 DLF사태와 라임자산운용사태를 겪으며 신뢰도가 땅으로 떨어졌다. 잘 불려줄테니 돈을 맡기라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런 곤경에 처한 금융투자사들은 '떨어진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올해 업계의 제1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S등급과 A등급을 받은 우수 기관에 대해 '정부업무평가 기본법'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별반 개선되지 않은 금융관리감독까지 겹치면서, 관리감독 부실로 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답답한 마음은 쉽사리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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