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1.19 17:40

한일 양국에서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 대기업 일궈낸 '거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이 19일 4시 30분경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신 명예회장은 18일 밤 지병이 급격하게 악화돼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였다. 일본 출장 중인 신동빈 롯데 회장이 급히 귀국하고 직계 가족과 회사 주요 임원진이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과 12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는 등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신 명예회장은 일본 유학의 어려움 속에서 껌 사업을 시작해 롯데를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로 성장시킨 ‘거인’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 대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신 명예회장은 1921년 경남 울산에서 5남 5녀의 첫째로 태어나, 일제 강점기인 1941년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1944년 선반(절삭공구)용 기름을 제조하는 공장을 세우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며 성공한 그는 껌 사업에 뛰어들었고 1948년 ㈜롯데를 설립했다. 이후 롯데는 초콜릿,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신 명예회장은 한·일 수교 이후 한국 투자 길이 열리자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했고, 이후 호텔롯데,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 롯데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신 명예회장은 롯데를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지만, 말년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한 편에 선 신 명예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국내 계열사 이사직에서도 퇴임해 형식적으로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경영권 갈등 속에 정신건강 문제가 드러나고 90대 고령에 수감 위기에 처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법원은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없다며 사단법인 선을 한정후견인(법정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신 명예회장은 두 아들과 함께 경영비리 혐의로 2017년 12월 징역 4년 및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젊은 시절의 신격호 총괄회장(왼쪽)과 신동빈 회장(오른쪽)
젊은 시절의 신격호 총괄회장(왼쪽)과 신동빈 회장(오른쪽)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씨 등이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 신경숙 씨,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 신정숙 씨,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이 동생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로 재계를 이끌던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가 이제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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