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1.20 17:00

노동조합 "12분 늘린 근무시간 원상복구 안하면 21일 첫차부터 파업"
공사 “연장방안 잠정 중단…시민 불편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

최정균 <b>서울교통공사</b> 사장 직무대행이 노조의 압박에 한발 물러서 운전 시간을 4.7시간으로 12분 조정했던 안을 철회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사장 직무대행이 노조의 압박에 한발 물러서 운전 시간을 4.7시간으로 12분 조정했던 안을 철회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20일 오후 운전시간 조정에 반발해 시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지하철 노조에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항복했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사측이 지난해 11월부터 12분 늘린 기관사 근무시간을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예고한 대로 오는 21일 첫차부터 전면적 업무 거부에 들어가겠다고 20일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지 5시간여 만에 서울교통공사는 운전시간 변경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20일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긴급 브리핑에서 “공사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보고자 노조와 대화의 끈을 이어갔다”며 “그러나 노동조합은 공사가 취업규칙에 따라 조정한 운전시간을 종전대로 원상복귀하라는 주장만 반복할 뿐 어떤 양보도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 직무대행은 “대화의 여지가 없는 가운데 공사는 설 연휴를 앞둔 시민의 불편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에 고심 끝에 4.7시간으로 12분 조정하였던 운전시간 변경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 직무대행은 “불합리한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취업규칙(노사합의)에서 정한 운전 시간을 채우지 않아 발행하는 과도한 휴일근무는 승무원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바뀌어야 한다”며 “일부 퇴직을 앞둔 기관사가 평균임금을 부풀려 퇴직금을 더 받기 위해 휴일 근무에 몰두하는 것은 회사내의 특정 분야가 한정된 급여 재원을 잠식해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0일 오전까지도 강경한 태도로 노조의 열차운전업무 지시거부는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운전시간 조정은 서울시에서 관여 사안이 아닌 공사가 불합리한 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었다.

공사는 운전시간 조정은 특정 분야에 과도한 임금재원이 쏠려 전체 직원이 피해를 보는 불합리한 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공사 내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지하철 노조가 반발했던 운전시간 평균 12분 조정과 관련, 공사는 "승무원은 1일 평균 약 10시간을 근무하고 그 중 열차를 운전하는 시간은 약 4시간 30분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월 평균 16일을 출근해 월 평균 근무시간이 160시간 정도라는 것이다. 평균 운전시간이 조정되더라도 1일 또는 월간 총 근무시간은 기존과 변함없다는 공사 측 입장이었다.

이에 노조는 “4.7시간 근무는 2000년 이전 노사 합의 사항”이라며 “이후 1∼4호선은 승무 시간이 꾸준히 감소해 2007년 당시 노사가 줄어든 운전 시간을 유지하기로 새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 당시 평균 운전 시간은 4시간 26분이었고, 이후에도 4시간 26분으로 유지돼왔다는 것이다.

지하철 노조는 “5∼8호선의 경우 지난해 10월 단체협약을 통해 하루 운전 시간을 4시간 42분으로 한다는 기존 취업규칙 조항이 삭제되어 4시간 42분이라는 합의는 현재 1∼8호선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며 “노사합의나 취업규칙에 명시되지 않은 근무 시간 연장은 근로조건 저하에 해당해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사측이 일방적으로 시행했다”며 명백한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각을 세웠다.

이에 공사는 “승무원 총 근무시간의 변동이 없이 운전시간을 12분 늘리면 노조가 요구하는 충분한 휴무일을 보장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며 “승무원을 줄이는 게 아니라 동일한 인원으로 충분한 휴게권이 보장되어 일, 가정 양립의 초석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명절을 앞두고 파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730만명의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공사는 이후에도 현실을 개선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의 이번 불법 파업 선언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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