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1.21 13:55

허원도 IBS 초빙연구위원 연구팀

옵토스팀원 기술에서 사용된 광수용체 단백질(CRY2 단백질)의 빛에 대한 민감도를 55배 증가시킨 몬스팀원 기술을 이용하면, 낮은 강도의 빛에서도 세포 내부의 칼슘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미지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수술 없이 손전등 강도의 빛을 머리에 비춰 공간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개발됐다.

허원도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사회성 뇌과학 그룹 초빙연구위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신희섭 단장, 이상규 연구위원 연구팀은 머리에 빛을 비춰 뇌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공간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는 비침습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칼슘은 세포 기능에 중요한 물질로, 세포 이동, 분열, 유전자 발현, 신경 전달 물질 분비, 항상성 유지 등에 폭넓게 관여한다. 세포가 제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포 내 칼슘 농도가 적절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세포 내 칼슘 양이 부족해지면 인지장애, 심장부정맥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허원도 교수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세포에 빛을 비춰 세포 내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옵토스팀원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옵토스팀원 기술을 발전시켜 빛에 대한 민감도를 55배 증가시킨 몬스팀원 기술을 개발하여, 수술 없이 머리에 빛만 비춰도 뇌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 증가를 가능하게 했다.

옵토스팀원 기술은 빛을 이용하여 비침습적으로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술이다.

쥐 머리에 청색 빛을 쬐어주면 광수용체 단백질 여러 개가 결합되며, 이 단백질 복합체가 세포의 칼슘 통로를 열면 세포 내로 칼슘이 유입된다. 외과적 시술에 비해 비침습적이긴 하나, 옵토스팀원기술을 이용하려면 생체 내에 광섬유를 삽입하여 빛을 뇌 조직 내로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광섬유 삽입은 털, 피부, 머리뼈, 생체 조직 손상 및 면역력 약화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연구팀은 옵토스팀원 기술에서 사용된 광수용체 단백질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빛에 대한 민감도를 55배 증가시킨 몬스팀원 기술을 개발했다. 수술 없이 살아있는 쥐 머리에 손전등 강도의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뇌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가 증가하고, 공간 기억 능력이 향상됨을 밝혔다. 

연구팀은 머리뼈 근처 뇌 피질뿐만 아니라 뇌 깊숙하게 위치한 해마와 시상에 위치한 뇌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 증가를 관찰했다.

몬스팀원기술을 이용하여 살아있는 쥐의 전대상 피질의 흥분성 신경 세포의 칼슘 농도를 조절하고, 공간 공포 행동 실험을 진행했다. 대조군과 실험군 쥐를 각각 준비한 뒤, 실험군 쥐에 몬스팀원 기술을 적용했다. 그 후, 공포감이 느껴지는 공간에 쥐를 놓았더니, 실험군 쥐가 대조군 쥐에 비해 공포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을 관찰했다. 뇌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가 증가하면 공간 기억 능력이 향상됨을 밝혔다.

몬스팀원 기술을 이용하면 빛 자극으로 쥐의 생리현상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뇌신경세포의 칼슘 농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다. 수술 없이 살아있는 동물의 뇌신경세포를 조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세포 수준에서 개체 수준까지 칼슘의 역할이나 칼슘에 의한 신경행동적인 변화를 규명하는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허원도 교수는“몬스팀원 기술을 이용하면 빛만으로 뇌를 손상시키지 않고 비침습적으로 세포 내 칼슘 신호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라며 “이 기술이 뇌세포 칼슘 연구, 뇌인지 과학 연구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0일 온라인 게재됐다.

허원도(왼쪽부터) 초빙연구위원, 신희섭 연구단장, 이상규 연구위원, 김성수 연구원, 경태윤 연구원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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