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20.01.28 05:00

시간·체력 아끼는 라이프스타일 대세…접근성·편의성 중요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각종 편의시설을 등에 업고 '슬세권'이 급부상 중이다. 

슬세권을 형성하는 주요 편의시설은 꼭 대규모가 아니어도 된다. 그저 집 주변에서 소소하게 여가 생활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상권이면 충분하다. 슬세권은 점포나 매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오밀조밀 붙어있는 곳이다.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가족 단위를, 오피스 밀집지역에서는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발달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슬세권이 형성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접근성'을 꼽는다. 불특정통행인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매장에 방문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접근성은 두 가지의 의미를 내포한다. 첫 번째는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를 나타내는 '근접성'이다. 

(사진제공=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사진제공=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예를 들어, 전체 매장이 직영점인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스세권'(스타벅스가 있는 상권)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입점에 대한 전략 또한 남다르다. 점포개발팀은 수요가 있는 후보지역을 물색한 뒤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정된 지역의 매물과 신축 건물을 조사해 입점 후보지를 압축한다. 

전국에 신규 매장을 들일 수 있는 모든 후보지를 기록한 일명 '스타벅스 국토개발계획 지도'도 있다. 이 지도에는 전국의 지하철역과 신설 예정 지역이 그려져 있으며, 역의 규모에 따라 오픈 가능한 매장 수가 계산돼 있다. 또한 개발팀은 버스 정류장의 수도 조사하며, 정류장별 승하차율과 그 주변 일대에 1인 가구가 많은지 주거 환경도 고려한다.  

두 번째는 소비자가 점포를 방문하는 데에 있어 망설이게 만드는 제약 요인의 유무를 따져야 한다. 주거지 혹은 오피스 일대가 매장과 너무 멀거나, 매장으로 향하는 길이 매우 어둡거나 비탈지면 찾아가기가 꺼려지기 마련이다. 심리적으로 그곳을 방문하는 소비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에 현장 실사를 꼼꼼히 해야 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슬세권이 주거지를 중심으로 발달하는 상권이기 때문에 실거주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한다. 슬세권에 거주하는 이들은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을 최고로 여긴다. 우리나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2인 이하 가구는 대량으로 물품을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형마트보다는 집 근처 편의점이나 단지 내 슈퍼마켓을 자주 이용한다.

즉 쇼핑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고, 문화생활을 즐길 때 주로 집 근처에서 지갑을 여는 것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인 신한트렌디스가 2017년 발표한 '집 주변 500m 이내 매장 이용자의 연령별 증가율'에 따르면 집 주변 500m 이내에서 카드로 결제한 비중은 45%에 달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55%로 여성보다 10% 많았고, 남성 중에서는 40대가 2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령별 증가율을 보면, 20대(-2%), 30대(27%), 40대(30%)에 비해 50대(57%)와 60대(94%)의 집 주변 소비가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의 집 주변 소비도 상당히 증가하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접근성과 편의성을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 확산이 '홈 어라운드 소비'의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밀레니얼 세대와 요즘 소비자들은 가까운 거리 내에서 필요한 것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선호한다"며 "2020년에도 편리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슬세권 트렌드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예비 창업자들이 해당 상권에 빠르게 정착하고 싶거나 이를 활성화 하고자 한다면 주변 점포와 주거인구, 배후인구 등 철저한 분석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의 편리성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울 수 있을 지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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