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1.28 05:05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아날로그 시대가 저물면서 지난 설 연휴에도 전통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윷놀이를 비롯한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의 전통민속놀이는 이제 고궁에서나 볼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된지 오래다.

이제 막 아버지가 된 세대들도 전통놀이가 익숙하지 않다. 8세 아이를 둔 한 40세 아버지는 “아이와 같이 따로 설 날에 민속놀이를 해 본 적은 없다. 우리 아이는 유튜브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며 바뀐 시대상을 언급했다.

1990년대 말 국내 여가 생활의 틀이 바뀌는 대사건이 있었다. 바로 PC방 보급이다. 블리자드의 PC게임 ‘스타크래프트’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학생과 청년, 직장인들을 모두 PC방으로 향하게 했다. “지금도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한다. 우리에게는 스타가 바로 전통민속놀이”라는 37세 A씨를 보면 전통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현재도 10~30대의 주 놀이터는 PC방이다. 20년이 넘게 흐르면서 PC방 주종목은 스타크래프트에서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로 변했으나 명절에 친적들이 다 같이 PC방을 가는 것은 흔한 모습이다.

또 2009년에는 스마트폰인 아이폰 3GS가 국내에 상륙했고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5G 통신이 우리나라에서 개통됐다. 이에 설날 모인 조카들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모바일게임을 하는 모습은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더이상 뛰어 노는 것만이 놀이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지난해 14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시장점유율 세계 4위를 기록했다. 특히 모바일게임 매출은 2017년 PC게임 시장 규모를 상회한 뒤 승승장구 중이다. 결국 전통놀이가 사장되지 않으려면 모바일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사실 PC방 보급과 스마트폰 시절 사이에 ‘한게임 윷놀이’ 등이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다만 사행성 논란으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사람들끼리 실제 금전이 오가면서 사실상 고스톱이나 카드게임 취급을 받았다. 지금도 모바일 윷놀이 어플은 많다. 사행성 없는 어플도 있지만 크게 인기가 없다.

전통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된 세상에 맞춰 새로운 옷도 입혀봐야 한다. 더 이상 기록이 사라져 잊혀지는 시대가 아니다. 재미를 위해 새로운 룰을 접목시켜도 원형을 보존할 수 있다. 출시 이후 ’망겜’ 소리를 들었던 PC나 콘솔게임도 확장팩, DLC라는 형태로 새로운 것들이 추가되면 ‘갓겜’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전통놀이가 다시 붐을 일으키려면 참신함이 필요하다. 민간에만 맡겨 두는 것이 답은 아닐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킨다’는 명분도 있다. 당장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학생과 청년들로부터 샘솟는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룰을 담은 전통놀이를 개발하고 보급에 앞장서야 할 때다. 

그저 고궁에서 홍보하고 체험행사만으로 명맥을 근근이 이어나갈 것이 아니라면 전통놀이에도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혁신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디지털 시대에 맞춘 새로운 발상의 전통놀이를 기대한다. 빠르면 오는 10월 1일 추석에는 전통놀이가 한류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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