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앗싸③] 한국도 알바니아처럼 되나…'위성정당 선거' 부작용 나타날까
[4·15 총선 앗싸③] 한국도 알바니아처럼 되나…'위성정당 선거' 부작용 나타날까
  • 원성훈 기자
  • 승인 2020.01.2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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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개정 선거법 효과,서울·경기권에서 주로 나타날 것"
원영섭 "법률적 검토 마치고 미래한국당 창당 작업 진행 중"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한국행정학회와 한국공공선택학회가 공동주최로 '선거법 개정과 한국사회의 미래'라는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한국행정학회와 한국공공선택학회가 공동주최로 '선거법 개정과 한국사회의 미래'라는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오는 4·15 총선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각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이 관심을 끌 전망이다. 각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수 확장을 위해 비례대표 의석 획득용 정당을 실제로 창당할지, 시도한다면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할지 등이 궁금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포함해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지난해 12월 24일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 국회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던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존경하는 민주당 의원님들이 대한민국의 수준을 알바니아 수준으로 전락시킨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알바니아 사람들이 농사철에는 크로아티아·마케도니아·그리스로 넘어와서 날품팔이·일용직으로 일하다가 돌아간다. 이렇게 못사는 국가다. 독재국가다"라고 질타했다.

권 의원 외에도 지난해 12월 24일~25일 필리버스터에 나선 정유섭·유민봉 등 한국당 동료의원들도 일제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알바니아도 폐기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국회에서 때 아닌 '알바니아'가 거론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발칸반도의 그리스 북쪽에 접한 알바니아는 15세기부터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이슬람 영향권에 들어 지금도 유럽에서 유일하게 인구(약 288만 명) 과반이 무슬림인 나라다.

1912년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났지만 1939년~1944년 전체주의 이탈리아·독일의 지배를 차례로 받았다.

2차 세계대전 중 '알바니아 민족해방전선'을 이끌던 공산주의자 엔베르 호자(Enver Hoxha)가 종전 후 집권해 40년 간 '알바니아 노동당'의 총서기로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했다. 노동당 독재는 1985년 호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6년 간 계속되다가 구 소련 붕괴 이후인 1991년 알바니아에선 다당제 첫 총선이 치러졌다. 대통령제를 가미한 내각제를 도입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알바니아가 수교한 것도 그 해 8월이었다.

1991년 총선은 140석 전부를 지역구에서 단순다수제로 선출하는 방식이었지만 1년 만에 또 치러진 1992년 총선에는 '지역구 100석-비례대표 40석'으로 개편된 선거제가 적용됐다. 이후 한동안 알바니아의 선거제도는 총선이 치러질 때마다 지역구 의석수 또는 총 의석수가 큰 폭으로 바뀌는 등 불안정했다. 선거제의 기초를 담은 성문 헌법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문헌법이 도입된 것은 사회당(Socialist Party) 정부 시절인 1998년이었다. 새 알바니아 헌법은 선거제도를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혼합제로 정하고 지역구 의석수를 100석, 비례대표 의석수를 40석으로 못박았다. 헌법에 따른 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비례 40석을 모두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는 점에서는 최근 우리나라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전까지 활용해 온 '병립형 비례대표제(국회의원을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따로 뽑는 방식)'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

알바니아는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율 이상의 의석수를 채운 정당에게는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지 않도록 해 군소정당 진입을 쉽게 만든 대신 득표율 2.5%를 달성하지 못한 정당과 4%를 못 채운 선거연합체는 의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봉쇄조항을 뒀다.

알바니아의 2005년 선거는 '비례 위성정당'들의 의회 진입에 '원인제공'을 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졌다. 최근 국내에서 논쟁거리가 된 '비례 위성정당'의 모티브가 된 위성정당 난립 현상이 두드러졌던 선거였다.

선거결과, 지역구 의석 수 100석 중에서 제 1당인 민주당이 56석을, 제2당인 사회당은 42석을 차지했다. 제1당과 2당이 지역구 의석의 98%인 98석을 차지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1,2당의 정당득표율은 각각 8%, 9%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낮은 정당득표율에도 불구하고 두 당이 지역구 의석을 독차지하게된 것은 각각 비례전문형 위성정당을 4~5개씩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선거에 돌입하기 전 민주당은 알바니아 공화당 등 4개 위성 정당을, 사회당은 사회민주당·환경농민당 등 6개 위성 정당을 신설했다.

공화당·사회민주당·환경농민당 등은 지역구에서는 한 석도 얻지 못했지만 비례대표로만 각각 11석·7석·4석 등을 획득했다. 반면 민주당과 사회당은 지역구로만 각각 56석과 42석을 차지했고 전체적으로는 민주당 중심의 야당 연합세력이 과반을 차지했다.

이로인해 알바니아에서는 공정성 저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결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하고 서유럽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했다. 140개 모든 의석을 '광역 단위별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베네수엘라도 다소 비슷했다. 2005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은 비례 후보를 내고, 지역후보는 임시 복제정당을 만들어 출마시키는 전략을 썼다. 당시 제1야당은 이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합헌 결정이 나자 아예 선거에 불참했다. 결국 베네수엘라도 2009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하고 전체 국회의원의 70% 정도를 지역구에서 뽑고, 30% 정도를 비례대표로 뽑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전환했다. 그 결과 201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48.3%를 얻은 정당(여당)이 96석을, 47.2%를 얻은 정당이 64석을 차지했다. 또한 2015년 선거에서는 56.21%를 얻은 야당측이 전체 의석의 65.27%를 차지했다.

2007년 남아프리카 레소토 선거도 주목된다. 레소토에서는 두 주요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의 공정성을 심히 훼손했다. 그 결과 레소토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권자가 지역구 선거에서 1표를 행사하고 이와 독립적으로 비례선거에서 1표를 행사하는 1인2표제에서 1인1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었다.

연동형이 적용되었다고 평가받는 2001년 이탈리아 선거에서도 위성정당을 이용해 비례의석의 감소를 방지하는 전략이 사용됐다. 그 이후 선거제도가 변화됐다. 이에 더해, 헝가리와 루마니아도 일종의 연동형을 사용하다가 선거제도를 바꾸었다. 하지만, 연동형을 사용하는 독일과 뉴질랜드 그리고 영국의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는 큰 문제없이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상당수 국가가 위성정당을 설립해 선거를 치른 후 선거제도를 변경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놓고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정준표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맹점을 꼬집었다.

정 교수는 2019년 한국정당학회 하계학술회의에서 제시한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작동원리와 문제점'이라는 발표문에서 "제20대 총선 당시 국민의 당의 경우에서 보듯이 지역구에 출마하여 당선될 만한 인재들을 다수 끌어들이지 않고도 신생 정당이 지도자의 개인적 인기를 바탕으로 의석을 확보하기 쉽게 만드는 측면이 크다"면서 "정당 정치의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흔히 평가되는 비례제적 요소는 이 같이 정당의 제도화에 부정적 요소도 가지고 있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이런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석을 증가시키려는 전략의 활용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전략적 행동이 극한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결국 병립형과 같은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제자문단 '힘을 Dream팀' 출범식에는 황교안 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당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사진출처=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제자문단 '힘을 Dream팀' 출범식에는 황교안 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당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이런 가운데,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 창당준비위원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원영섭 조직부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래한국당 창당에 대한 법률적 검토는 다 끝났다"며 "정당설립의 자유는 결코 허가제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당설립의 자유는 폭넓게 보장받아야 할 자유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정당을 만들더라도 그렇게 만든 정당의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며 "정당은 허가제로 운영할 수 없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주소지가 같으면 안 된다는 식이라면 이게 바로 허가제로 운영하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제한을 거는 것 자체가 위법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다른 정당들은 위성정당 창당 흐름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른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의 흐름은 아직까지는 없다. 다른 정당들이라고 해봤자 더불어민주당 정도겠지만, 어쨌거나 민주당이 어떤 움직임으로 나올지에 대해서는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밖에도 '다른 정당들이 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그동안 많이 비난했던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결국에는 타 당들이 자기 밥그릇을 늘리려 했는데 선거를 통해 의석수가 자신들의 생각만큼 그렇게 늘어날 것 같지 않으니까 그래서 한국당을 비난하는 것으로 본다"면서 "다른 명분들은 그저 가져다 붙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미래한국당'의 최근 창당 흐름을 보면 이렇다. '미래한국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는 지난 6일 '비례자유한국당(가칭)'의 이름으로 중앙당 창당준비위원회를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이후, 지난 13일에는 중앙선관위가 '비례○○당'이라는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 내림에 따라, 지난 17일 당의 명칭을 '미래한국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로 변경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한국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는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 간에 걸쳐 5개 지역(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의 창당대회를 개최했다. 이에 더해, 미래한국당(가칭) 창준위는 "시·도당 창당에 이어 중앙당 창당대회를 준비하여 조만간 창당 활동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비례 위성정당 문제와 관련해 최근 주목할만한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한국행정학회와 한국공공선택학회가 공동주최로 '선거법 개정과 한국사회의 미래'라는 세미나였다.

이 토론회에서 제1발제자인 정준표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제도 오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심상정 안 및 개정안은 과연 그 취지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소위 '집단적 분할투표'로 인한 불공정성 시비로 정치권에 대한 신뢰만 추락시키지는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제2 발제자인 김한나 이화여대 교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검토하면서 일반적 통념과는 상반되는 결과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비례성'에 대해 거론하며 "개정안의 도입으로 개선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곳은 지역주의가 심한 대구·경북이나 호남·제주 권역이 아니라 오히려 서울과 인천·경기 권역"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대표성' 측면도 짚었다. 그는 "선거권 및 선거운동 가능 연령을 기존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해 진보적 성향의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해 이들의 의회 진출이 현재보다 용이해질 것"이라며 "방해 요인으로는 비례대표 의석 규모가 여전히 작고 이로 인해 군소정당들로 대변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에 방해를 받게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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