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1.25 07:30
(사진제공=SK)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고 최종현 SK회장. (사진제공=SK)

[뉴스웍스=장진혁·허운연 기자] 설날 아침이면 으레 차례를 지내기 마련이다. 전날부터 준비한 차례상을 놓고 조상님을 기린다. 마음 속에서는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가 오시는 날이지만 아무래도 눈에 보이지 않아 아쉽다.

일본에서는 세상을 떠난 가족의 온기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3D 프린터나 클라우드 기술을 구사해 고인(故人)의 생전 모습을 사실적인 조각상으로 만들거나 고인의 육성을 전하는 사업들이 확산되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다사(多死)화'에 직면한 일본은 고인을 추모하는 수단도 다양해지고 있다.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게임인 '포켓몬 고'와 비슷한 방식으로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는 서비스가 일본에서 등장했다. 바로 묘석과 석재를 판매하는 일본기업 양심석재가 제작한 앱인 '스폿 메시지'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지도 위의 특정 지역을 지정하고 그 위치에서 보고 싶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앱을 통해 볼 수 있게 한다. 생전에 고인과 함께 방문한 장소에서 추억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묘지 비석에 고인의 모습이 나타나게 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사진출처=스팟메시지 유튜브 캡처)
'스폿 메시지'를 활용하면 묘지 비석에 고인의 모습이 나타나게 할 수 있다. (사진출처=스폿 메시지 유튜브 캡처)

우리나라 또한 추모 문화가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5G가 처음 개통되고 인공지능(AI)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이 융합되면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 세계에서 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R 기술이 발전하면서 홀로그램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살아생전 고인의 모습을 입체 영상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실제 SK그룹은 지난 2018년 8월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고(故) 최종현 SK회장 20주기 추모행사에서 고인을 현실 세계로 데려왔다. 고 최종현 회장이 SK텔레콤의 AI기술을 통해 홀로그램 영상 및 음성으로 20년만에 환생해 참석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 최종현 회장은 후대가 이룬 비약적 성장을 격려했다. 그는 "선경 시절부터 글로벌 기업 SK가 되기까지 청춘을 바쳐서 국가와 회사만을 위해 달려와 준 우리 SK 식구들 정말 수고가 많았다"며 "앞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할, 더 치열하게 뛰어줘야 할 SK 가족들, 항상 지켜보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과 딸, 손녀 등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기도 하고 자신을 보러 온 참석자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등 생전에 보였던 사람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SK회장은 홀로그램 영상을 본 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이통사를 비롯한 IT업체들은 가상세계를 실제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AR은 실제 현실 세계 위에 디지털로 구현한 사물을 포개서 띄우는 기술이다. 현재는 가상의 침대·식탁 등 가구를 내 집 방이나 부엌에 배치해보거나 가상의 옷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등을 볼 때 이용된다.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아이돌 스타들이 내 옆에서 같이 춤을 추는 시대를 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TV 속 스타를 합성해 이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고 버튼 하나로 손쉽게 녹화해 SNS로 공유할 수 있는 AR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5G 상용화와 동시에 수많은 AR콘텐츠를 5G 가입자에게 제공한 결과 최근 모바일 가입자가 1500만명을 돌파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컨슈머 사업총괄 사장은 "모바일 가입자 1500만 달성은 5G뿐만 아니라 홈·미디어, IoT, AI 등 모든 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시너지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5G가 상용화되면서 AI, AR·VR 기술과 융합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제공=삼성전자)
'CES 2020'에서 페데리코 카살레뇨 삼성 북미 디자인혁신센터장이 찬드니 카브라 디자이너와 함께 '젬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5G, AI, AR 등 첨단 혁신 기술의 등장이 어떻게 개인을 둘러싼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융합될 수 있는지를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박람회 ‘CES 2020’에서 '젬스(GEMS,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를 입은 사용자가 'AR 글라스'를 쓰고 가상의 개인 트레이너에게 맞춤형 피트니스를 받는 것을 시연했다.

시연자는 트레이너와 함께 런지와 니업 같은 동작을 하고 자세 교정을 받았으며 운동 결과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피드백된다.

사람들은 점점 집을 피트니스나 요리 스튜디오, 갤러리 등 자신만의 맞춤형 공간으로 완전히 재창조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이제 집에서 생생한 AR 영상을 통해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히말라야 산맥과 물속에서 운동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도 있게 됐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2010년대의 기술 플랫폼이 휴대전화였다면 2020년대에는 AR 글라스에서 혁신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AR은 시공간 제약을 넘어선 경험을 제공한다"며 "현재 출시된 일부 장치는 아직 부족하지만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페이스북은 현재 AR 헤드셋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VR 기술의 선구자인 '오큘러스 VR'을 20억 달러에 인수한 뒤 지난해 AR 게임 헤드셋 '리프트 S'를 내놓은 페이스북은 현재 '오리온'이란 암호명으로 AR 글라스를 개발 중이다.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디자인 쪽에서 협업해 2023∼2025년 출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첨단 혁신 기술의 발전상을 들여다보면 '사자 소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똑바르게 찍은 전신사진이 아니라도 키를 측정하고 얼굴을 구성해 살아생전의 고인 모습을 완벽히 재현할 날이 머지않았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현실로 뵐 날이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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