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1.22 11:45

인경 세브란스 교수팀, 어린이 간이식 100회 돌파…새해 첫 생명을 선사

왼쪽부터 아기아빠, 소아감염면역과 강지만 교수, 소아 소화기 영양과 고홍 교수, 이식외과 인경·김명수 교수, 엄마 박연주씨, 석준서군.
아기아빠(왼쪽부터), 강지만 소아감염면역과 교수, 고홍 소아 소화기 영양과 교수, 인경·김명수 이식외과 교수, 엄마 박연주씨, 석준서군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지난해 3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태어난 석준서 군.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황달증상을 앓자 병원을 찾았고, 검사결과 담도폐쇄증을 진단 받았다. 증상이 갈수록 악화되자 의료진은 간문부와 소장을 직접 연결해 간경변증의 진행을 막는 카사이 수술을 했다. 하지만 복수가 찼고, 빌리루빈 수치는 7.8㎎/dL으로 치솟았다. 간경변증과 담도염이 진행돼 간부전이 나타나자 생명을 포기해야 할 상황까지 온 것이다.

의료진은 엄마의 일부 간을 석군에게 이식할 것을 권했다. 엄마 역시 흔쾌히 자신의 간을 내주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석군은 A형, 엄마는 B형으로 혈액형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 또한 현대의학이 극복할 수 있다. 이식 후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탈감작요법을 시행하는 것이다. 다른 혈액형의 간을 이식받았을 때 간을 공격할 수 있는 항체를 걸러내는 것으로 생체 간이식의 경우 가능하다. 이른바 혈장교환술. 이때 항체가 생기지 않도록 약물을 주입해 이식 후의 부작용을 줄인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수술과정은 위기의 연속이다. 아이가 돌도 채 지나지 않아 감염에 취약하고, 수술 전후 사용할 수 있는 약도 제한적이다. 이식할 간 역시 작다보니 이식 후 합병증 가능성도 높고, 이식 받을 간의 크기 차이로 이식이 힘들 수도 있다.

석군은 힘든 과정을 잘 견디면서 1월 2일 엄마의 간을 이식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이는 간이식 수술 후 복수가 빠지면서 몸무게가 8.5㎏에서 7.5㎏으로 돌아왔고, 빌리루빈 수치도 7.8㎎/dL 에서 0.2㎎/dL로 회복됐다. 간의 왼쪽 일부를 공여한 엄마와 아기는 건강을 회복해 21일 퇴원했다.

이 수술로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인경·김명수 교수팀과 간담췌외과 한대훈 교수는 소아 간이식(18세 미만) 100회를 기록했다.

혈액형 부적합 소아간이식으로는 14번째다.

최근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과거 이식을 받지 못했던 면역학적 고위험 환자도 장기이식 수술에 성공하고 있다.

소아이식 수술건수도 10년전 연평균 3~5례였지만 최근에는 12례 가량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세브란스의 소아 간이식 수술건수는 전국 수술의 20~30%를 차지한다.

인경 교수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아기가 잘 견뎌줬고, 무엇보다 간이식을 위해 엄마가 체중감량을 하는 등 지난한 노력을 했다”며 “새해 첫 수술 성공인 만큼 모자의 건강 회복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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