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1.25 00:00

가양주 문화는 다양성 가져…개성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와 잘 어울려

발효중인 술 항아리 (사진=손진석 기자)
발효중인 술 항아리 (사진=손진석 기자)
설연휴를 맞아 고향 집을 찾아가면 가족들은 물론 동네 친지를 만나면서 술을 한잔하게 된다. 조상들이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기는 언제부터일까. 가장 먼저 술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된 문헌은 이규보(李奎報)의 ‘동명왕편(東明王篇)’이다. 고구려 시조인 동명성왕(東明聖王) 건국담의 ‘고삼국사(古三國史)’에 술 관련 이야기가 인용되어 있다. 이때부터 이미 술이 대중에게 퍼져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집에서 술을 빚어 손님을 초대하고 대접했으며, 제사와 차례 등 집안 행사에도 이용해왔다. 농번기를 앞두고 술을 만들어 농사일로 고된 하루를 달랬다. 이러한 우리 전통주가 일제 강점기로 인해 사라졌다가 최근 다시 복원되고 있다.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전통주에 대해 이모저모 알아봤다.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우리가 흔히 보는 술은 종류와 분류 방법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 막걸리, 소주, 맥주, 양주, 와인 정도로만 알고 있다.

대대로 마셔왔던 전통주는 농민주와 민속주로 크게 구분한다.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 범주에서 발효주에는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가 포함되고, 증류주는 소주와 리큐르로 분류된다.

전통주는 곡물에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양조곡주와 이를 증류시킨 증류주로 대별된다. 양조곡주와 증류주에 다시 꽃잎, 생약제 등을 넣어 그 향과 성분을 우려내는 가향주, 약용약주, 혼성주로 나눌 수 있다.

전통주를 만들기 위해 밑술을 담그고 있다.(사진 제공=삶과 술)
전통주를 만들기 위해 밑술을 담그고 있다.(사진 제공=삶과 술)

◆담금의 횟수가 술의 도수 좌우 

우리 술의 알콜 함량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한마디로 술을 여러 번 걸쳐 담글수록 알콜 도수가 높아진다.

우리 술을 만드는 방법에는 일양주, 이양주, 삼양주라는 것이 있다. 일양주는 담금 한 번으로 술을 만드는 것이다. 이양주는 담금을 두 번 하는 것이고, 삼양주는 세 번 하는 것이다.

밑술에 효모를 배양하기 위해 담그는 것이다. 누룩 속의 자연 효모균을 배양하는 과정이다. 삼양주는 밑술에 다시 한 번 밑술을 더하고 덧술을 하는 방법으로 효모배양을 더욱 왕성하게 이끈다. 이렇게 담금 회차가 증가하면 알콜 함량도 상향된다.

사용되는 재료와 밑술의 처리 방법에 각각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양주는 알콜함량이 10~12% 즉 10~12도가 된다. 이양주는 12~16%, 삼양주는 14~18% 이상의 평균적인 알콜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담금을 여러 번 하면 맛과 향이 달라져 좋은 술을 얻을 수 있다. 일양주에서 여러 번 담금(중양주) 하면 재료의 깊은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고 깔끔한 술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뜨물처럼 희고 탁해 ‘탁주’…탁주 걸러낸 맑은 술이 ‘청주’

먼저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하다하여 탁주로 불리는 막걸리는 찹쌀·멥쌀·보리·밀가루 등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켜 만든다. 보통 일양주로 알콜 함량이 6~7도로 저도수의 술이 된다.

전통 막걸리는 누룩과 쌀로 인해 약간 씁쓸하면서 시큼하다. 약간의 단맛을 기본으로 한다. 다양한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인 송순, 밤, 배, 잣 등을 부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처음 만들 때부터 발효가 끝나는 스무하루까지 그 맛이 변하기 때문에 입맛에 골라 먹을 수 있다.

재래식 소주를 만드는 소주고리(사진=손진석 기자)
재래식 소주를 만드는 소주고리(사진=손진석 기자)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막걸리와 관련, 한국전통주를 연구하는 관계자는 “전통주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수입산 쌀을 사용해 만들어도 전통 막걸리라고 한다”며 "전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막걸리 대부분은 탄산과 입국 등을 사용, 제조했다. 맛이 가볍고 깔끔하고 신맛이 강하기에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첨가해 신맛을 줄여 준 것이 특징이다. 한 때 전국의 막걸리 맛이 모두 비슷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청주는 쌀과 누룩만 사용해 삼양주로 담근 탁주를 30~35일간 숙성해 여과해 얻는 순곡주이다. 맑은 술을 말한다. 알콜 함량은 20도 전후로 성분과 품질에 따라 등급이 갈린다. 일본 술 사케는 바로 우리의 청주에 속한다. 경주법주, 백화수복, 청하 등이 해당된다. 

백미와 찹쌀, 기타 곡류를 주원료로 삼고 가시오가피, 산수유, 홍삼, 구기자, 국화 등 약재를 넣어 발효시킨 술덧(항아리나 용기 안에서 발효중인 술, 누룩을 섞어 버무린 지에밥)을 여과하여 13~15도의 알콜 함량을 지니도록 맑게 거른 술이 약주다. 사실 약주는 순곡주인 청주에 약재 등의 부재료를 넣어 만든 청주라 볼 수 있다. 정부에서 지정한 규정에는 술을 만들 때 쌀 중량대비 누룩 비율이 1%이하면 청주, 1%이상이면 약주가 된다.

문배주, 안동소주, 청송불로주, 옥로주 등은 대표적인 재래식 소주다. 쌀과 보리 등 곡물을 주원료로 담금해 발효한 탁주에서 청주를 얻고 이를 다시 소주고리로 상온 증류한 후 숙성을 거쳐 만든다. 재래식 고급소주는 평균 25∼45도의 알콜 함량을 지닌다.

재래식 소주는 고려 후기 몽골의 침입 당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몽고의 전진기지가 있던 개성과 안동, 제주도에서 많이 빚어지기 시작해 지금도 이 지역의 특산품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애환이 서려있는 정통 민속주이다. 

전통주와 안주가 있는 술상, 시음을 위해 여러개의 술잔이 보인다. (사진 제공=김원하 기자)
전통주와 안주가 있는 술상, 시음을 위해 여러개의 술잔이 보인다. (사진 제공=김원하 기자)

이처럼 전통주는 기본적으로 4~5가지로 나뉘어진다. 대체로 맛이 평준화되어 있는 일본, 중국 혹은 외국의 유명 술들과는 달리 우리 술은 만드는 장인들의 아이디어와 지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농산물로 인해 매우 다양한 맛을 내고 있다.

최근들어 옛것의 복원과 함께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술의 개발 노력이 활발하다. 대부분의 양조장은 가내 수공업으로 소량 생산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현대적 설비로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등 매출 신장을 위한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술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사람을 만나면 애용되는 도구이자 기호 식품이다. 물론 술을 멀리 하는 사람도 있지만 술은 우리의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젊은 세대의 전형적인 흐름인 다양성은 어찌보면 우리 전통주와 일맥상통한다. 가양주 문화가 바로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는 최근 세태를 맞아 전통주에서 자신의 개성에 맞는 나만의 술을 찾아도 좋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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