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1.22 18:01

지웅배 고려대의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지웅배 교수 (사진제공=고려대의대 안산병원)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보지 마세요.’ 대장항문질환을 보는 의사들의 당부다. 과거 ‘신문을 보는 행위’가 스마트폰으로 달라졌을 뿐 의미는 같다. 그렇다면 왜 화장실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활용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 이는 치질(치핵)이란 질환의 메카니즘 때문이다.

치핵은 항문에 생긴 덩어리란 뜻이다. 크게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뉘는데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외치핵 즉, 우리가 치질이라고 부르는 질환이다. 반면 내치핵은 항문 안쪽에 생겨 항문관에 돌출된 것을 말한다.

외치핵은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거니와 때론 통증도 따른다. 반면 내치핵은 통증이 없다. 또 외치핵에는 피부가 늘어져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췌피가 있다. 확실한 병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치핵으로 인해 늘어진 피부가 호전된 뒤에도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치핵은 가는 혈관 덩어리라고 보면 된다. 항문은 점막 아래 미세혈관이 모여 있는 탄력적인 조직이다. 이곳이 압력에 의해 변성이 생기거나 혈액순환이 안돼 뭉치고, 그 결과 덩어리를 이루며 점차 비대해진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외치핵 혈관 속에 피가 굳는 혈전이 생기고, 이렇게 생긴 혈전이 점점 커져 점막을 부풀게 하는 것이다.

결국 항문에 압박을 가하는 다양한 환경이 치핵을 유발하는 것이다. 예컨대 화장실에 오래 앉아 힘을 주는 행위, 복부비만 또는 임신으로 하중이 계속되는 경우, 차가운 곳에 앉아 항문의 혈관을 위축하게 만드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치핵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런면에서 생활습관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만일 치핵이 커져 불편하다면 수술로 제거하면 된다. 다행히 요즘에는 통증을 경감시키면서 항문기능을 보존하는 여러 가지 치료방법이 개발돼 예전처럼 힘든 수술 범주에 들어가진 않는다. 보통 치질수술은 3도 이상의 치핵으로 진단받거나, 보존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또 출혈이 반복되거나 청결을 유지하기가 힘들고, 가려움증이 나타날 때 결정한다.

이상의 증상이 아닌 경도치핵은 약물이나 좌욕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또 보존적 치료법 외에도 부식제 주입이나 환상고무결찰술 등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치핵 예방을 위해서는 섬유질이 많은 음식과 수분 섭취로 변비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보며 좌식변기에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은 치핵을 부르는 나쁜 습관이다. 배변 후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는 것은 항문의 청결을 유지하면서 치핵도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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