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1.23 19:00

강창원 KAIST 교수, 홍성철 서울대 교수 연구팀

전사과정의 네 단계. 전사과정을 개시, 연장, 종결의 세 단계로 나누었으나, 이번 연구에서 종결 이후 4번째 단계가 발견되어 재생단계라고 명명됐다. (그림제공=연구재단)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생명체가 유전정보를 발현하는 과정에서 RNA를 합성하는 복합체를 재사용하는 과정이 밝혀졌다. 기존에는 RNA가 완성되면 합성 복합체가 곧장 완전히 해체되었다가 다시 조립되는 것으로 추정해 왔다.

강창원 KAIST 생명과학과 명예교수와 홍성철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유전정보(DNA)를 토대로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 발현과정의 세부단계 하나를 새로이 규명했다.

유전정보가 담긴 원본(DNA)으로부터 복사본(RNA)을 만드는 전사과정은 개시, 연장, 종결 세 단계였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네 번째 단계, 재생 단계가 새로이 추가됐다. 

전사과정을 주도하는 RNA중합효소의 역할이 알려진 지 60여년 만에 RNA 합성이 끝나고 어떻게 다시 시작되는 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연구팀은 거푸집 역할을 하는 DNA로부터 RNA가 본떠진 이후에도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DNA상에서 이동하는 것을 알아냈다.

나아가 이렇게 잔류한 중합효소가 DNA상에서 자리를 옮겨 전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알아내고 재개시라고 명명했다. 중합효소는 마치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DNA 위를 이동하면서 RNA를 합성하다가 완성된 RNA를 방출한다.

기존에는 RNA 방출과 동시에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져 나온 후 다시 전사 복합체가 만들어져 전사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연구결과, 대부분의 경우 중합효소가 DNA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은 채로 이동하다가 새로 전사과정을 시작하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우리 생명체가 복잡한 전사복합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보다 경제성을 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한 유전자에서 전사를 연속해서 수행하거나 인접한 여러 유전자를 한꺼번에 전사할 때 매우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사반응은 모든 세포에서 일어나는 매우 기본적인 과정으로 고등학교 생물학 교과서에서부터 나오는데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전사의 '재생'과 '재개시' 단계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NA와 RNA에 형광물질을 결합시킨 후 단일분자의 형광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는 생물리학 분야 연구팀과의 융합연구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23일 게재됐다. 

강창원 교수
강창원(왼쪽부터) 교수, 홍성철 교수, 강우영, 하국선 박사 (사진제공=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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