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1.23 17:01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을 당한 변희수 하사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BBC 영상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영국 BBC 등 외신들이 성전환 이후 강제 전역 당한 변희수 하사의 소식을 전하며 한국 사회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22일(현지시간) BBC는 육군이 변 하사에 대해 전역 결정한 일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앞 글자를 딴 말)가 되는 것은 장애나 정신 질환, 죄악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는 차별금지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BBC는 또 "반(反)성소수자 단체 활동가들이 변 하사가 공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온라인에서 그의 신상을 밝히려고 시도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군대에서 동성 성관계를 하는 군인은 군법에 의해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한국 사회의 보수성을 비판했다.

BBC에 따르면 전세계에 약 9000명의 트랜스젠더 군인이 활동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볼리비아 등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이 공개적으로 군복무를 할 수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는 허용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선 트렌스젠더 군인의 복무가 제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례가 성소수자가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라고 주목했다.

WSJ은 "한국도 과거보다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있지만,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대만이나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은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여전히 관용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변 하사는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의 전역처분 결정은 참으로 잔인하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변 하사는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해 경기도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11월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돌아왔다. 하지만 군대는 성전환 수술에 따른 신체 변화를 부상으로 간주하고 전역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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