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1.28 11:14

네 번째 확진자, 21일 감기 증상으로 동네의원 진료받았는데도 신고되지 않아…여전히 허점 투성이

(사진: SBS 뉴스 캡처)
(사진=SBS 뉴스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정부가 ‘우한 폐렴’에 대한 감염병 위기경보단계를 경계단계로 격상하고, 지역사회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식’ 방역관리에는 여전히 허점이 있어 보인다.

네 번째 확진자의 경우, 이달 5일부터 20일까지 우한시를 방문했고, 증상이 없어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도 평택으로 내려갔다. 이후 21일 감기 증세로 평택 소재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25일 고열(38도)과 근육통이 발생해 같은 의료기관을 다시 방문한 뒤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자로 분류됐다.

확진자는 20일 이후 5일간 능동감시자로 분류되지 않은 채 사회활동한 계속한 것이다. 특히 21일 감기 증상으로 동네 의원을 방문했음에도 신고되지 않아 4일간을 허비했다는 것은 지역대응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환자는 25일 신고 이후 하루가 지난 26일 보건소를 찾아 폐렴 진단을 받아 유증상자로 분류됐고, 당일 폐쇄병동에 입원돼 27일 감염이 확진됐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지역대응체계를 보면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가 지역사회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해외여행력 확인', '건강보험수신자조회' 및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을 통해 중국 우한시 방문 여부를 확인'하고, 의심환자는 신속하게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매뉴얼이 초기단계부터 지켜지지 않아 마치 메르스 확산 당시의 부실한 방역체계를 재현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5일이 돼서야 환자의 이동동선을 따라 역학조사를 벌이는 한편 환자가 방문했던 의료기관을 폐쇄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5일간 밀접 접촉한 사람들의 감염여부가 나오는 2주후가 지역사회의 바이러스 확산 여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확진자와 접촉한 2·3차 감염 의심자들이 국내 확산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은 빠르면 2일부터 최장 2주까지다. 또 증상이 없는 잠복기간에도 감염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2~3차 감염자가 나올 수 있는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의료계 전문가 역시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검역만으로는 감염자를 100% 걸러낼 수 없는 만큼 의료기관과 시민의 협조가 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와 범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천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없는 사람은 공항과 같은 검역단계에서 걸러지지 않는다"며 "앞으로 2차 방어선인 선별 진료시스템과 시민의식들의 신고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중국에 다녀와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일반 의료기관에 가기보다는 질본 콜센터에 신고하거나 선별진료소에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선 중국 우한 등 고위험지역을 방문한 분들은 증상이 없더라도 최대 잠복기인 2주까지 불필요한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증상을 살펴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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