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1.28 13:14

연세대의대 이배환·차명훈 교수팀, 동물실험서 입증

생리학교실 이배환(사진)교수와 차명훈 교수.
생리학교실 이배환(사진)교수와 차명훈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국내 의료진이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만성통증을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는 원리를 밝혀냈다. 이에 따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의대 생리학교실 이배환·차명훈 교수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통증상황에서 대뇌의 불확정영역(zonaincerta)에 있는 ‘별아교세포(astrocyte)’ 수가 현저히 감소하고, 전기자극을 주는 운동피질자극술(MCS)을 받을 경우 별아교세포 수가 다시 정상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위적 전기자극으로 시냅스(신호전달이 이뤄지는 신경과 신경의 접합부위 구조) 변화를 유도해 만성통증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약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만성통증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성통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예컨대 말초신경이 손상 받아 유발된 통증, 또 복합부위 통증증후군(CRPS)처럼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통증, 이밖에도 암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만성통증도 있다. 이러한 만성통증은 약물치료 효과가 기대보다 떨어지고, 효과가 있더라도 약물 부작용에 의해 치료를 지속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통증 조절방법을 뇌구조의 신경학적 변화에서 찾고자 했다. 머릿속 대뇌에는 역할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불확정영역(zona incerta)으로 불리는 부위가 있다. 앞선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만성통증을 앓고 있는 경우 불확정영역의 신경세포 활성도가 많이 낮아져 있었다.

이에 착안한 연구팀은 전기자극으로 불확정영역의 신경세포 활성도를 높이면 불확정영역의 활성도가 정상적으로 회복해 통증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아래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동물에 신경손상을 준 실험군(하늘색, 파란색)과 허위손상을 준 대조군(빨간색)으로 분류해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통증의 역치를 측정했다. 역치가 낮아질수록 통증은 증가한다.

차트 왼쪽과 같이 신경손상이 있는 실험군은 자극에 대한 역치가 점차 낮아지는(통증은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특히 허위손상을 입은 대조군과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이후 반복적인 운동피질 자극술을 10일간 반복하며 통증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자극술을 받은 실험군(파란색)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조군(빨간색)과 동일한 수준까지 증가하는 역치를 나타내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관찰했다.

하지만 신경손상 이후 아무런 치료자극을 주지 않은 실험군(하늘색)에서는 역치의 변화를 관찰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운동피질 자극술을 시행한 동물모델의 뇌변화를 관찰해 대뇌 불확정영역에서 ‘감소했다가 회복’되는 별아교세포의 활성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운동피질 자극술은 신경손상으로 유도된 통증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불확정영역의 신경세포의 시냅스 변화와 별아교세포 조절을 매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배환 교수는 “뇌의 신경가소성 변화가 인위적인 자극으로도 가능하며 이를 응용해 치료가 어려운 만성통증 환자의 통증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명훈 교수는 “후속 연구를 통해 뇌 세포 간 신호 조절을 명확히 규명한다면 뇌를 이해하고 통증 조절 과정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과학저널 ‘Nature’자매지 ‘Scientific Reports’에 1월 22일자로 게재됐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