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1.28 16:38

안철수 '비대위 체제 제안'에 손 대표 '거부'…바른미래당, '내홍' 직면
'귀국하면 전권 주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 번복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 바른미래당 홈페이지 캡처)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 바른미래당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바른미래당이 또 다시 내홍에 직면했다. 안철수 전 의원 측과 손학규 대표 측이 당 지도부 교체에 대해 뚜렷한 이견을 보이면서 이 문제는 수면위로 올라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대표가 귀국한지 1주일 되는 설날에 안 대표가 전화를 해서 설 연휴가 끝나기 전에 만나 보고 싶다고 말해 27일에 보자고 했고, 안 대표는 '시간을 정해주시면 당 대표실로 찾아 뵙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며 "저는 당 대표실로 와서 만난다는 게 정치적인 예의 차원인 것으로 생각했지, 많은 기자, 카메라를 불러놓고 저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일방적 통보, 언론에서 말하는 소위 '최후 통첩'이될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회사의 오너가 CEO를 해고 통보하는 듯 말이다"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그는 "안 전 대표가 비대위 구성을 제안했고 전당원 투표제와 전당대회, 재신임 투표 등을 거론하면서 지도부 교체를 요구했다"면서 "이에 대한 답변을 안 전 대표는 29일 오전까지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에 대해 독설도 퍼부었다. 그는 "안 대표의 제안은 과거 유승민 계나 안 대표의 측근 의원들이 했던 얘기와 다른 부분이 전혀 없었다"며 "그들도 나를 내쫒으려 하면서 전당대회, 전 당원투표, 재신임 투표 등을 말했다. 왜 지도체제 개편을 해야 하는지, 왜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힐난했다.

손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안 전 대표에 대한 노골적 불만 표시를 넘어 이미 분당해서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한 유승민 의원 등과 안 전 대표를 동일시하는 발언이어서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손 대표는 기자회견문 말미에 "제가 작년 4월부터 장장 9개월에 걸쳐 유승민계 의원들이 당권을 빼앗아 보수통합으로 가려는 시도를 온몸으로 막고 만신창이가 되면서 지키고자 한 가치는 오직 정치 구조 개혁이었다"며 "지긋지긋한 극한대결의 정치를 끝장내고 타협과 합의를 통한 연합정치로 가는 발판을 만들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는 신념으로 어려운 시간을 버티어 왔고, 그 고난의 열매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 정치 구조 개혁의 첫 걸음이 시작될 것"이라며 "제가 온갖 풍파를 견디며 만들어 낸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모판에, 이제 미래세대의 소중한 씨앗을 심을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 세대가 주역이 되는 공천혁명, 국회혁명, 선거혁명을 이룩하는 것이 마지막 소명"이라며 "대한민국은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 과거로 퇴행할 수 없다. 그 출발은 오는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다"라고 말을 맺었다.

안 전 대표가 제안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과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전당원 투표제' 및 '전당대회' 그리고 '재신임 투표' 등에 대해 손 대표가 사실상 거부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조만간 당의 내홍은 필연적 수순이 됐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이런 가운데, 안 전 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손 대표를 향해 "마지막 결단이 필요한 때"라며 "정치 인생에서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잘 고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당초 손 대표 측은 안 전 의원이 귀국하면 전권을 주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던 것을 뒤집은 셈이어서 안 전 대표 측에서는 손 대표에 대한 신뢰성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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