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1.28 17:24

“증권사의 PBS, 본 취지와 달리 펀드 유동성에 대한 시장불안감 증폭시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주부터 안전자산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주요국들의 주가와 금리가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손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손 부위원장은 “국내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분쟁 1단계 합의와 중동 불안 완화로 1월 중순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지난주부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오늘 코스피는 3.1% 하락하고 환율은 8.0원(0.7%)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0.55%), 호주(-1.45%) 등 주요국 주가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며 “(중국은 춘절로 휴장)어제 미국(-1.57%)을 비롯한 영국(-2.29%), 독일(-2.74%), 프랑스(-2.68%) 등 유럽 주요국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등의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바이러스 확산 정도, 국내 유입 여부 등에 따라 상이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리스크 확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경제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대응이 강화되고 확산이 완화되면서 금융시장이 정상화됐던 과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금융시장은 회복력을 갖추고 있다”며 “사상 최고수준의 외환보유액과 순대외채권 등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보유하고 있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손 부위원장은 “아직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으나 향후 전개양상에 따라 글로벌과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다 해야 한다”며 “우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고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시장에서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겠지만 각국 정부의 대응과 그간의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사태가 궁극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사태가 안심수준에 이를 때까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컨틴전시 플랜 재점검 등을 통해 대비할 것”이라며 “시장불안이 확대되면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신속하게 시장안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손 부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관광분야 등 일부 업종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관련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집중 모니터링해 필요 시 신속한 금융지원이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일본 수출규제 TF 및 금융시장반 등 이미 마련된 대응체계를 활용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의 불안심리를 악용한 허위사실 유포, 시세조종 등 각종 불공정 행위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시장에 수상한 움직임이 없는지 집중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분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과 확산은 국내외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한 요소이긴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심 보다는 실제적인 영향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점검이 필요하다”며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도 과거의 극복경험을 바탕으로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응한다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 부위원장은 “최근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에서 유동성 문제로 인한 환매연기 상황이 발생했다”며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대량 자금회수 요청을 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편입자산 부실과 관계없는 정상적인 펀드에까지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를 확산시키고 펀드 투자대상기업의 부담으로도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증권사의 PBS(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신용공여, 증권대차, 컨설팅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 역할은 사모펀드 운용지원과 인큐베이팅을 위한 것임에도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오히려 펀드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향후에도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증권사, 운용사 등 시장 참여자들간의 협조적인 관계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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