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3.16 16:42
상하이의 야경이다. 개혁개방 뒤 왕성한 성장을 자랑하며 전세계 경제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과 중국인의 경제적 마인드를 상징하듯 화려한 기운이 넘친다. <사진=조용철 전 중앙일보 기자>

2013년부터 갑자기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오른 중국어 단어가 하나 있다. ‘DAMA’라는 단어다. 얼핏 보면 무슨 뜻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페르시아 사슴 중에 이 ‘다마’ 사슴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전에 오른 말은 중국어의 말은 ‘다마(大媽)’에서 나온 단어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큰 엄마’ 또는 ‘이모’ 정도로 풀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실제 속뜻이 그럴 듯하다. 우리말로 속을 풀자면,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국의 복부인’이라고 해야 하니 그렇다. 그러나 그마저도 부족하다. 우리의 ‘복부인’은 기꺼해야 활동 영역이 부동산에 그친다.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은 증권이나 환율에만 영향력이 미친다.

그러나 중국의 ‘다마’는 전 세계 경제의 모든 분야를 쥐락펴락할 정도다. 세계경제의 무서운 다크호스로 떠오른 지 퍽 오래다. 이들은 세계의 경제가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중국 경제의 뚜렷한 상징 하나 정도로 받아들여도 좋다. 따라서 이들의 정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013년 4월 12일과 4월 15일 국제 황금 가격은 폭락세를 보였다. 온스 당 미화 1,550달러에서 1,321달러로 무려 14.7%나 폭락하고 말았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이러한 황금 시세 폭락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러다가 10일이 지난 4월 26일 갑자기 온스 당 미화 1,462달러로 가격을 회복했다.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격의 폭등도 폭등이지만 10일 동안 중국에서 판매된 금의 양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무려 300톤이었다. 전 세계 연간 황금 생산량의 10%가 갑자기 중국 내륙에서 10일 만에 팔리면서 갑자기 국제 금시세가 폭등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책적으로 금을 구매하고 있던 골드만삭스마저 놀라 금 구매를 포기할 정도였다. 중국의 복부인들과 골드만삭스의 대결은 충격적이었으나, 그 결과는 아주 분명했다. ‘다마’의 완승이었다. 그 후 ‘다마’라는 용어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엄청난 구매력을 지닌 중국의 아줌마들’이라는 표현으로 굳어졌다.

이들의 활약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3년 10월 1일부터 10월 7일까지 이어진 황금연휴기간 동안 홍콩시민들은 뭔가 아주 낯선 현상에 직면했다. 길거리 금가게 앞에서 긴 줄을 이루며 기다리고 서있는 중국 아줌마들을 목격한 것이다. 결국 홍콩 보석상들의 황금 판매액은 예년 대비 거의 7~8배가 솟구쳤다.

그러나 그마저 끝이 아니었다. 이들은 그룹을 형성해 한국에까지 몰려왔다. 2014년과 2015년 한국 제주도의 주택매매 및 땅값 상승의 배경에는 바로 ‘다마’라는 중국 개미 투자가들의 공격이 있었다. 제법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만 타이베이(臺北) 중심가의 빌딩, 호주와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영국 등의 주요 부동산도 이들 때문에 급등했다.

호주로 이민 가서 살고 있는 중국인 친구에게 직접 들은 얘기다. 이 친구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아래에서 중국 ‘다마 여행단원’들이 일요일 아침에 나타나 이 집 저 집을 손짓하며 브로커들에게 시세를 큰소리로 물어보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곧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큰 소리로 시세를 묻고 외치는 중국 다마들이 동네를 훑고 사라진 뒤 부근의 아파트 월세가 무려 20% 올라 가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사는 곳을 옮겼다는 얘기다. 그는 그 후 트라우마가 남아 가능한 한 중국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는 곳에 가서 살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마는 일반적인 중국내 개미투자가들의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가상화폐인 국제 비트 코인 시세마저 손에 쥐고 흔드는 중이다. 2013년 초 1비트코인 당 15달러 하던 시세가 그해 11월 1,203불까지 치솟았다. 거의 상상이 불가능한 추세로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 흐름에는 다마 세력이 버티고 있었다. 물론 그 뒤 비트코인 시세는 300~400달러 선에서 움직이다가 2015년 11월 500달러 수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3년 비트코인 급등 당시 중국내에서 인민폐로 1000만 위안(약 18억원)어치 이상의 비트코인 구매자 중 40%가 여성이라고 중국의 권위 있는 비트코인 플랫폼 화폐망(貨幣網)이 2013년 11월 통계 자료에서 밝힌 적이 있다.

중국에서 한동안 고추장 열풍이 불었었다. 중국 언론들이 ‘라오간마 고추장(老幹媽辣醬:우리말로 하면 노모표 고추장)’이라고 표현했던 현상이다. 원래 이 고추장은 중국에서 280그램에 인민폐 7~9위안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약 2~3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미국 온라인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24~37위안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내의 사재기 열풍으로 번지고 말았다. 미국 에이전트가 ‘라우간마’ 브랜드를 영어로 ‘Godmother’로 바꾸면서 고가(高價) 마케팅으로 전환한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한다.

2015년 11월 7일 중국 허베이(河北) 샹허(香河)현 한 광장 앞에 2만여 명의 아줌마들이 모였다. 이들은 모두가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었고, 음악이 울려 퍼지자 광장 앞에서 약간 빠른 템포로 같은 몸짓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2007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이루어낸 1만 7200명의 단체무도 기네스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서 이 광장에 모였던 것이다.

이들이 추는 춤을 ‘광장춤(廣場舞)’이라고 한다. 그러나 춤을 추는 대부분이 아줌마들이기에 별도로 ‘다마 광장춤’이라고도 한다. 원래 광동(廣東) 사람들은 대체로 저녁에 늦게 자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도 광주나 심천, 불산이나 중산 등의 공원에 가면 아침에 대부분 조용히 걷는다든지 태극권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턴가 공원 일부 구석에서 시작된 이런 광장춤이 널리 퍼지는 추세다. 약간 빠른 템포로 음악을 틀어놓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기에 더더욱 눈에 띄기 시작했다. 홍콩에서는 이미 2013년 이래 심천에서 가까운 경계지역인 상수이(上水), 웬렁(元朗), 툰문(屯門)등지의 공원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2014년 이래 이젠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장콴아우(將軍澳), 심지어 야시장으로 유명한 몽콕(旺角)에까지 게릴라성 다마 춤꾼들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지역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2015년 8월 26일 결국 이들 광장춤의 다마 그룹과 홍콩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고, 홍콩 주민 2명이 입건됐다.

2016년 3월 7일 유튜브에 올라온 다마들의 광장춤이 이목을 끌었다.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흔들며 광장 춤을 추는 다마들의 모습이었다. 장소는 바로 대만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타이베이 101층 빌딩 앞에서였다. 중국을 곱게 보지 않는 대만 사람들에게는 매우 자극적인 움직임이었다.

중국의 경제적인 활력, 그러나 품격으로 따질 때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이런 ‘다마 문화’는 출구를 찾아 중국의 밖, 먼 바다 너머로 마구 번지는 추세다. 중국 주식거래의 80%를 차지하는 개미군단의 움직임은 사실 이런 ‘다마 문화’의 한 줄기에 불과하다.

이들 중국의 경제 개미들의 주축(主軸)을 이루는 ‘다마’ 그룹은 귀가 얇다. 식후에 나누는 정보교환 뒤 곧바로 구매 또는 투매로 돌입할 정도로 매우 비(非) 이성적이다. 공개된 정보를 믿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나름대로 마련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주식, 비트코인, 명품 및 떠오르는 부동산 지역, 심지어 중국 고추장에도 눈독을 들인다.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바로 사재기에 들어간다.

이들의 광장 그룹 댄스 또한 그런 기세에 올라타 중국은 물론이고 홍콩과 대만, 한국과 동남아 등지로 퍼져나가고 있다. 가치관? 달리 내세울 것은 없다. 현세에 발복(發福)해서 무진장으로 돈을 벌어 잘 살아야 한다는, 아주 거센 현세의식이 거의 전부다.

이들은 바야흐로 세계의 경제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중이다. 거칠 것 없이 경제적 재부를 향해 달려드는 중국인들의 자세를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그저 일어선 것이 아니다. 경제의 주체들이 간직한 왕성한 욕구 때문이다.

중국에 의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경제 용어도 많다. ‘차이나 머니’의 공습은 그래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땅이 붙어 있는 연륙(連陸)의 한반도는 그래서 중국의 여러 가지를 잘 살펴야 한다. 신중하게, 치밀하게, 끈기 있게 중국인의 진정한 면모를 잘 읽어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