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1.30 09:11

고대의대 감염전문의 김우주 교수가 설명하는 '우한 폐렴'의 모든 것

[뉴스웍스=정리 고종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맹위가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감염질환은 나라마다 확산돼 방역망을 뒤흔들고, 심지어 괴담까지 횡행하며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런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대응해야 극복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최신 이슈에 대해 국내 최고의 감염 전문의인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자료를 냈다. 이를 문답식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Q: 28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위기’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A: 정부도 이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중국에서 입국한 분들 중 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중 3·4번째 환자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면서 100여명을 접촉했다. 2차 감염자가 생길 경우 지역사회에 감염을 전파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선제적 방역 차원에서 경계단계로 상향했다고 생각한다.

Q: ‘위기’와 ‘경계’의 차이는.

A: 우리나라의 재난경보시스템은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다. 감염병 위기도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재난의 하나다. 이번 감염병도 평상시 관심단계에서 지역사회의 2차 감염 우려가 발생하면서 3단계로 격상시킨 것이다. 앞으로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로도 올라갈 수 있다.

Q. ‘심각’단계는 어떤 상황일 때 발효되나?

A: 환자의 발생과 지역사회 전파, 위기와 심각성이 기준이다. 일례로 지역사회에 환자가 발생하면 그 자체가 이미 경계단계다. 예컨대 병원에 내원해서 어떤 응급치료 중에 의료진이 감염되고, 다수의 ‘수퍼 전파(Super-Spreader)’ 사건이 생긴다면 심각단계 격상도 고려해볼 수 있다.

Q: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증상 없이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A: 일반적으로 감염병은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는 전파력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예외적으로 홍역이나 인플루엔자 같은 경우는 증상 시작 전이라도 전염력이 있다. 그만큼 전파력이 세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동에서 시작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나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다. 메르스나 사스는 증상이 없을 때는 전염력이 없다.

그런데 27일 중국 국가위생위원회 주임이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환자가 증상이 없을 때도 전파력이 있다고 해서 놀라게 했다. 이는 전파력이 빠르고 확진환자가 더 많이 생길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또 29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재확인해 줬다. 중국을 방문한 결과, 증상이 없는 무증상 시기에도 전파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방역방식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지금은 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를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것이다. 앞으로 방역과 통제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아직 확실한 근거를 마련하려면 추가 연구나 무증상시기에 감염 전파력이 있다고 하는 과학적인 자료가 제시돼야 한다.

다만 열과 기침, 재채기를 했을 때의 전파력 보다는 무증상일 때의 전파력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계속 추이를 살펴보고, 자료를 받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Q: 현재 확진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전염력은 어느 정도인가.

A: 중국과 전 세계 감염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실제는 이보다 열배 이상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홍콩대학과 영국 런던임페리얼 대학 감염병 모델링 전문가들이 발표한 바 있다. 우한시 실제 환자는 홍콩대학에서는 4만4000여 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발표된 자료는 중증이거나 확진자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4개 대륙에 모두 확산돼 현재 상황으로는 판데믹이라는 전세계인 대유행으로 가는 단계에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Q: 치사율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A: 아직 진행형이고 유동적이기 때문에 현재의 치사율이 최종 치사율과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잠정적으로 중국의 자료를 보면 2~3%의 치사율을 보인다. 이는 사스의 10%, 메르스의 35%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하지만 처음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41명의 폐렴환자의 연구결과에선 이보다 높다. 며칠 전 과학저널 랜싯(LANCET)에 발표된 자료에선 사망률이 15%다. 그리고 사망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 당뇨나 암, 만성질환, 심혈관질환, 폐질환, 신장(콩팥)질환이 있는 분들이다. 이 같은 양상은 사스나 메르스, 또 다른 일반 감염병과 비슷하다.

Q: 판데믹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A: 지금 세계보건기구가 22일, 23일 양일에 거쳐 긴급위원회를 개최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격론 끝에 찬성과 반대가 반반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국제적인 공중보건위기상황(Public Health Of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을 결정하는 것은 향후 추이를 보고 결정할 것 같다. 판데믹에 준하는 상황을 선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Q: 우리나라 확산 전망은?

A: 아직 국내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에서 2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때문에 우리가 우려하는 대상은 입국 확진자들과 접촉한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한 차단이 중요하다. 지금이 가장 고비이면서 골든타임이다. 접촉자를 최대 잠복기 2주 동안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모니터해서 만약 증상이 있다면 빨리 격리해서 치료해야 한다.

철저하게 동선을 추적하고 파악하는 일은 매우 힘들고 지루한 작업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Q: 중국에서는 열흘 내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A: 그렇게 발표했지만 사실 근거가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이미 우한은 정점에 있다고 보고, 31개성시 모두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나. 베이징이나 저장성, 상하이는 100여명 이상이 감염자가 생겨 유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점에 대한 부분은 어떤 근거에서 말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Q: 최선의 예방법이 있다면.

A: 지금 여러가지 루머가 많다. '쳐다보면 걸린다'던지, '손으로 눈을 비비면 걸린다'는 식이다. 정확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경로를 파악하고, 거기에 따른 과학적인 예방방법이 중요하다.

사스나 인플루엔자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기침, 재채기를 할 때 튀는 물방울에 바이러스가 많이 포함돼 있다. 상대 면전에 있는 환자가 기침과 재채기를 하면 비말(0.5㎛ 이상)이 눈이나 코, 입의 점막, 피부로 튈 수 있다. 다만 피부는 단단한 막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한다. 눈이나 코, 입의 점막에 붙어 기생할 때 호흡기 감염이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침 에티켓도 지키고,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해야한다.

또 하나는 접촉 전파다. 우리가 콧물을 흘리거나 재채기를 하면 손으로 입, 그리고 콧물이 손에 묻는다. 이런 분비물에 바이러스가 묻어 전파될 수 있다. 가급적 주변사람과 악수하지 않도록 하고, 손씻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탁자나 손잡이, 컴퓨터 자판에 바이러스가 묻을 수 있다. 이때 다른 사람이 와서 손잡이나 탁자를 만진다면 오염된 비말이 손에 부착될 수 있다. 그 손으로 눈이나 코를 만지면 감염이 된다. 이를 간접 접촉전파라고 한다.

따라서 환자가 있었던 주변 집기에 바이러스가 오염되지 않도록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결국 '기침 에티켓'과 '마스크 착용', '손씻기'를 철저히 하고 주변 환경소독을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Q: 올바른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방법이 있다면?

A: 정작 제대로 손씻기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싱크대에서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손등, 손바닥 등을 깍지 끼고 비비면서 20~30초간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철저히 씻어야 한다. 싱크대가 없다면 알코올 손세정제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방법이다. 손에 알코올을 손바닥, 손등 또 손등 밑까지 적셔서 바이러스가 생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마스크를 쓰는데도 요령이 있다. 면 마스크는 얼굴을 가리는 정도여서 감염예방용은 아니다. 감염예방용은 미세먼지 마스크라고 하는 KF80을 써야한다. 식약처에서 인증한 0.6㎛ 이상을 사용하면 80% 이상 차단할 수 있다. KF94나 KF99도 있는데, 이는 0.4㎛ 미만의 파티클을 94~99% 예방한다. 하지만 구멍이 굉장히 미세해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유용하지 않다.

병원에서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N95 마스크도 있다. 이것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진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의사나 간호사들이 착용하는 마스크다. 굉장히 고효율 마스크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상생활을 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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