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2.01 04:00

자유한국당 50명, 민주당 33명…전체 1915명의 31%인 601명 각종 전과 보유

[뉴스웍스=장대청‧전현건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예비후보 가운데 166명이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웍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1915명의 전과 경력을 전수조사한 결과, 31일 오후 기준 한 번 이상의 전과를 가진 후보자는 총 601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후보는 166명으로 27.6%를 차지했다. 예비 후보들의 범죄 전력 중에서 음주운전을 비롯한 도로교통법 위반이 가장 흔한 사례였다.  

음주운전 전과를 가진 예비후보들 사이에는 정치적인 색깔 차이나 지역별 구분 등 특정 지을 만한 공통점은 없었다. 학생 운동 이력을 가진 후보나 사기 전과를 가진 후보를 포함해 나이와 성별, 정당에 관계없이 많은 후보들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선거통계시스템.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선거통계시스템.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정당 구별없이 시·도마다 '음주운전 전과 후보' 등록 

음주운전 전과를 지닌 예비후보는 원내 정당에선 자유한국당이 50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33명으로 뒤를 쫓았다.

허경영 대표가 이끄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은 무려 838명을 예비후보로 낸 만큼 음주운전 전과 후보도 57명이나 됐다. 이어 무소속 10명, 정의당 6명, 바른미래당 3명, 우리공화당 3명, 민중당 2명, 새로운보수당 1명, 노동당 1명 등 대부분의 정당에 음주운전 전과를 가진 예비후보가 있다. 10명 이상 후보를 낸 정당에는 모두 음주운전 전과 후보가 포함됐다.

음주운전 전과를 가진 예비 후보자는 모든 시·도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389명이 예비 후보로 등록한 서울의 음주운전 전과자 후보는 16명이지만, 425명으로 등록 수가 엇비슷한 경기도에서는 41명이었다. 경기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음주운전 전과 예비 후보가 3배 이상 많았다. 서울은 경쟁이 치열하고 쉽게 이슈가 될 수 있는 지역인 만큼 더 강한 기준이 적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 외 지역에서는 세종(1명)을 제외하고 열에 하나 꼴로 음주운전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13명, 경북 13명, 경남 12명, 인천 10명, 대구 9명, 충남 8명, 울산 8명, 강원 7명, 전남 6명, 대전 6명, 광주 5명, 충북 5명, 전북 3명, 제주 3명으로 나타났다. 등록한 예비 후보 숫자 대비 음주운전 전과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울산이었다. 47명의 예비 후보 중 8명, 17%가 음주운전을 적발당했다.

경북·경남에서는 총 25명의 음주 전과 후보 중 민주당 후보가 2명인데 비해 한국당 후보가 12명이고, 전북·전남에서는 총 9명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3명이지만 한국당 후보는 0명인 등 지역별로 정당마다 차이가 나기도 했다.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예비 후보 55명이 등록한 국가혁명배당금당. (사진=국가혁명배당금당 홈페이지)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예비 후보 55명이 등록한 국가혁명배당금당. (사진=국가혁명배당금당 홈페이지)

◆'음주 후보'끼리 격돌하는 선거구도…'음주운전 재범'은 29명

음주운전 전과를 가진 후보들끼리 같은 지역구에서 맞붙는 경우도 있다. 음주운전 전과를 가진 후보가 2명 이상 있는 지역구는 총 31곳이다. 3명 이상인 지역구도 울산 동구, 경북 경산시, 경기 김포시을 등 3곳에 달한다.

거대 양당인 한국당과 민주당에선 음주운전 전과 후보끼리 경선에서부터 격돌한다. 특히 경북 경산시와 경기 김포시을에는 세 명의 음주 후보가 모두 같은 당이다. 경북 경산시 선거구에서는 총 9명의 한국당 후보가 이름을 올렸는데 이 중 3명이 음주운전 전과를 가졌다. 경기 김포을에서는 7명의 민주당 후보 중 3명이 음주운전에 적발된 적이 있다. 4명의 한국당 예비후보 중 음주운전 후보 1명을 포함 3명이 전과가 있는 서울 서대문구을처럼 정당 지지자들의 선택이 더 어렵게 된 선거구도 적지 않다.

2회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된 '재범' 후보들은 29명이다. 1번 이상 적발과 마찬가지로 국가혁명배당금당 후보가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당(4명), 민주당(3명), 정의당(2명) 등 원내 정당에서도 도로교통법을 여러 번 위반한 후보들이 선거에 나왔다. 

특히 제주시을 선거구에 출마한 배당금당의 한 후보는 2004년 음주운전으로 1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후 9년에 걸쳐 총 4번 적발됐다. 4차례 전과는 다른 예비후보들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횟수다. 이 기간 누적된 처벌만 해도 징역 8개월, 집행 유예 2년, 벌금 600만원이다. 영암군·무안군·신안군 선거구에 나온 배당금당의 한 후보도 1999년 음주운전 전과를 시작으로 추후 음주운전 1회와 폭력행위, 상해 등 8개의 전과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살인 전과자와 청소년 강간 전과자가 후보로 출마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배당금당에는 폭행, 상해 등 전과와 음주운전 전과를 같이 가진 후보들이 여럿 있었다.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에는 집시법·국보법 전과와 음주 운전 전과가 동시에 있는 후보들도 눈에 띄었다. 

재범률이 45%에 달하는 음주운전 범죄. (사진제공=경찰청)
재범률이 45%에 달하는 음주운전 범죄. (사진제공=경찰청)

◆"국회의원은 치외법권 취급"…음주운전 관련 기준 강화 목소리 커져

'술 마시고 운전대 잡는 것은 습관'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높은 범죄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음주운전 재발률은 44.7%에 달한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2018년 12월 이를 반영한 '윤창호법'이 시행됐다. 이로써 현재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3%, 즉 소주 한 잔만 마시고 핸들을 잡아도 음주운전에 적발된다. 윤창호법은 시행 이후 음주운전 사망자가 전년 대비 30%가량 줄어드는 등 효과를 거뒀지만, 이후 2019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음에도 선거에 나온 예비 후보는 6명이다.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음주운전 전과자를 배제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 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민주당의 경우 선거일로부터 15년 이내 3회 이상, 10년 이내 2회 이상 적발 기록이 있는 자가 공천에서 배제된다. 12월 18일 이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도 총선 공천을 하지 않는다. 한국당은 2003년 이후 3회 이상 적발 대상자를 배제한다.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런 공천 검증방식에 대해 "기본적으로 쓰리아웃이라는 기준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외국의 경우에는 한 번의 음주운전 기록 자체만으로도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 연예인이 음주운전을 하면 곧바로 자리를 잃는 반면 예비 후보들의 과거 경력에는 너무 관대하다.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을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서는 안 되는 만큼 정치권이 솔선수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행 정치평론가는 "장관 청문회 때도 예비살인인 음주운전은 그냥 넘어간다"며 "뿐만 아니라 법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음주운전 문제에 있어) 치외법권처럼 예외로 취급된다"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영입 위주의 정치인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금의 도당 정치나 인기 위주 영입 방식으로는 민주적 공천제도가 불가능하다. 인기에 치중해 도덕적 감수성이 떨어지는 영입보다 정당 자체의 체계화된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음주운전은 쉽게 넘어갈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만큼 각 정당도 음주운전 기준 강화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한국당의 영입 인재 박찬주 전 육군 대장과 미투 파문을 일으킨 민주당 영입 인재 원종건 씨 등 정당들의 인재 검증 기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철마다 단순히 인기인들을 끌어오는 것이 아닌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서 정치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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