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2.01 06:05

‘미니 로또’로 소문나 올해도 인기 높을 듯

기자가 지난해 나이키 드로우에서 당첨된 ‘에어 조던 6 레트로 SP 트래비스 스캇’(왼쪽)과 ‘에어 포스 1 ’07 파라-노이즈’ 신발. 파라-노이즈, 일명 'GD포스'는 신고 다니는 중이다. (사진=허운연 기자)
기자가 지난해 나이키 드로우에서 당첨된 ‘에어 조던 6 레트로 SP 트래비스 스캇’(왼쪽)과 ‘에어 포스 1 ’07 파라-노이즈’ 신발. 파라-노이즈, 일명 'GD포스'는 신고 다니는 중이다. (사진=허운연 기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2020년 경자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지난해 리셀(resell·되팔다)로 이슈가 됐던 ‘나이키 드로우(Draw)’가 2월부터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신발을 꼭 신고자 하는 사람만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올해 드로우도 ‘용돈벌이’ 수단으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기자는 68번 드로우를 시도해 2번 당첨됐다. 확률로 따지면 2.94% 수준으로 100번 중 3번 정도에 불과했다. 

기자의 2019년 드로우는 3월 9일 ‘에어조던1 디파이언트 스타일 레트로 하이 OG’ 미당첨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45번 연속 미당첨을 거쳐 10월에서야 ‘에어 조던 6 레트로 SP 트래비스 스캇’에 처음으로 당첨됐다. 당시 30만9000원짜리 신발의 리셀가가 130만원을 상회했다.

그 뒤 14번의 미당첨을 지나 11월 ‘에어 포스 1 ’07 파라-노이즈’에 당첨됐다. 이는 제대한 지드래곤이 나이키와 콜라보한 신발로 ‘지디포스’라 불렀다. 물론 당첨된 지디포스는 흰색 스우시를 단 제품으로 한족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면서 회자됐던 빨간색 스우시에 비해 훨씬 싼 50만~60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가장 비싼 노란색 스우시 제품은 사실상 비매품이다. 그래도 원래 가격이 21만9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3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이후 6연속 미당첨을 거친 기자는 총 68번 중 2번 당첨으로 2019년 드로우를 마무리했다. 2.94%의 낮은 확률이었으나 가치는 높았다. 

기자는 68번 중 2번(위), 지인은 50번 중 2번의 당첨으로 '조던6 트래비스 스캇'과 'GD포스'에 당첨됐다. (자료=허운연 기자)
기자는 68번 중 2번(위), 지인은 50번 중 2번의 당첨으로 '조던6 트래비스 스캇'과 'GD포스'에 당첨됐다. (자료=허운연 기자)

특이하게도 기자와 동일한 ‘조던6 트래비스 스캇’과 ‘지디포스(흰색)’ 드로우에 성공한 지인이 있었다. 그는 50번 드로우에 참여해 2번 당첨됐다. 같은 상품임에도 선택에 따라 후기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지인은 2개 모두 바로 리셀했다. ‘조던6 트래비스 스캇’은 130만원, ‘지디포스’는 50만원에 팔아 127만원 가량 이득을 봤다.  

반면 기자의 경우 ‘조던6 트래비스 스캇’은 보관, ‘지디포스’는 신으면서 모두 보유 중이다. 금전적으로 따지면 리셀한 지인은 플러스 127만2000원, 사용중인 기자는 마이너스 52만8000원으로 180만원 차이가 난 셈이다. 

또 동료인 장진혁 기자(44번 중 2번 당첨)는 지난해 5월 ‘사카이 LD와플’(파빨)에 당첨됐다. 당시 리셀가가 70~80만원을 호가했으나 장 기자는 바로 신고 회사로 출근했다. 장 기자는 이후 11월 ‘오프-화이트 와플 레이서’(회핑)에서 한 번 더 당첨 운을 발휘했으나 이 때는 ‘시간 초과’로 구매하지 못 했다. 드로우는 구매 시간이 정해져 있다. 

왕진화 기자(13번 중 1번 당첨)는 6월 ‘오프-화이트 줌 테라 카이거 5’(흰녹)가 당첨됐다. 왕 기자는 “신으려고 택을 땠지만 발에 맞지 않아 보관 중”이라는 후일담을 말해줬다. 

무당첨인 다른 기자(18번 중 0회)도 있었다. 횟수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많이 하는 것이 당첨의 지름길로 보인다. 

이처럼 본인과 동료 기자, 지인 등 5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193번의 드로우에서 7번 당첨됐다. 확률로 따지면 3.6% 정도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28번 드로우를 넣으면 한 번 걸린다는 소리다. 물론 그 운이 어떤 상품에 가느냐는 것은 순전히 재수다.

서울 마포 홍대입구역 '조던홍대' 점포 외관에 '점프맨' 로고가 선명하다. (사진=허운연 기자) 
서울 마포 홍대입구역 '조던홍대' 점포 바깥에 '점프맨' 로고가 선명하다. (사진=허운연 기자) 

리셀로 이득을 취하는 것도, 그저 신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다.

프리미엄이 붙어 다시 팔리는 신발은 누구에게는 큰 수익을 기대하게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웃돈 주고 신발을 사게끔 하는 고약한 상황이 된다. 

실착러(실제 신발을 신는 사람)들에게는 최근의 리셀 광풍이 탐탐치 않다. 관련 커뮤니티를 가면 “언제 사는 게 가장 좋을까요?”, “가격이 더 내려갈까요?”라며 가격 안정화를 바라는 기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만 프리미엄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홍대에서 만난 박정아(23세)씨는 중고나라에서 53만원을 주고 ‘지디포스’를 구했다. 그는 “정말 신고 싶었다”며 “웃돈 주고 구매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 자기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리셀 관련 ‘폭리’ 논란은 계속되겠지만 ‘미니 로또’라고 소문이 난 이상 올해 드로우도 성황일 것이다. 실착러든 리셀러든, 모두의 운을 시험해볼 날이 다가오고 있다.

신을수록 갑피가 벗겨지면서 '지디포스'의 숨겨진 디자인이 나오고 있다. (사진=허운연 기자)
신을수록 갑피가 벗겨지면서 '지디포스'의 숨겨진 디자인이 나오고 있다. (사진=허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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