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2.04 05:00

대중 수출 감소 6600억원…중국 게임업체, 작년 한국에서 2조 벌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질병코드와 판호 발급 문제 해결 절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한국에서 게임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효자'였다가, 중독물질인 '마약'이 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각광받는 '유망주'에서 아이들을 타락시키는 '나쁜 친구'로 한순간에 바뀐다.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에도 게임은 성장을 거듭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7% 증가한 14조 29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9년부터 10년간 국내 게임 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2018년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도 전년 대비 8.2% 증가한 약 7조 546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수치만 보면 '승승장구' 하는 듯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희망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우려이다. 한마디로 이대로 가면 큰 일 날 것이라는 기의식이 팽배하다. 국내 게임산업을 가로막는 장애물 극복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게임 질병코드 등재에 반발해 '게임문화와 게임산업 장례식'을 진행했다. (사진=뉴스웍스 DB)
지난해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게임 질병코드 등재에 반발해 '게임문화와 게임산업 장례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DB)

◆WHO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될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11차 개정안은 2022년 1월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개정안을 받아들일 지는 각국이 결정한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WHO 권고를 반영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반영된다면 2022년 이후 KCD 개정 시기인 2025년에 도입된다. 

정부부처 사이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문제부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WHO에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청소년 게임 중독은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으로, 오직 게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도 지난해 3월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2019년 11월 열린 '2019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는 "게임은 질병이 아닌 건전한 여가 문화"라고 언급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WHO 권고에 따라 게임 질병코드를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WHO에서 게임 질병코드 등록을 확정하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박능후 장관은 "게임 중독 문제 해결에 보건복지부가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게임 질병코드가 KCD에 반영될 경우, 게임산업이 입을 피해는 막대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한 사회변화 연구'에 따르면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한 직접적 산업피해액은 2025년 기준 최소 3조 1376억원에서 최대 5조 2004억원으로 추정된다. 직간접적 산업피해액은 최소 4조 5809억원에서 최대 7조 5926억원이다. 질병코드 도입으로 고용 기회를 상실하는 사람들은 최대 5만 1242명으로 판단했다. 

2018년 국내 게임업체들의 중화권 수출 비중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줄었다. (자료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2018년 국내 게임업체들의 중화권 수출 비중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줄었다. (자료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3년째 '판호' 발급은 감감무소식

지난 2017년 3월 중국이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을 선언한 후, 국내 게임은 단 한 건의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도 발급받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중국 정부는 총 1570개 게임에 판호를 발급했으며, 이중 수입산 게임은 185개였다. 국내 게임은 없었다. 

중국의 글로벌 게임시장 점유율은 미국에 이어 2위다. 국내 게임업체가 가장 많이 진출하는 지역도 중국이다. 하지만 판호 발급이 중단된 후, 국내 게임사들은 활로를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 게임업체들의 중화권(대만·홍콩 포함) 수출 비중은 46.5%다. 판호 발급이 중단되기 시작한 2017년 수출 비중은 60.5%로 1년 만에 14%포인트 감소했다. 이 기간중 대 중국 수출액 감소 규모는 약 66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중국 게임은 한국시장에서 활개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중국 게임업체들은 한국에서 약 2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에는 중국산 게임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민·관·학, 게임산업 '걸림돌' 제거에 힘써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 질병코드와 판호 발급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학회장은 게임 질병코드가 게임 규제법의 근거가 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그는 "가령 '게임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로 '게임중독세'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논리적 근거가 되는 셈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판호 발급 제한이 계속되면 최악의 경우 게임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성장률은 둔화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위 학회장의 설명이다.

위 학회장은 "민간 업계는 물론 학회, 정부까지도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며 "특히 외교부·문체부는 판호 문제 해결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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