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2.02 02: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가운데 전 세계 연구진과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우선 지난달 26일 발원지인 중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리해 백신 개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협업해 백신 개발에 나섰다. 

호주 멜버른대의 피터 도허티 감염·면역 연구소는 지난 1월 29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로부터 얻은 시료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분리·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도허티 연구소 연구진은 배양한 바이러스 샘플을 전 세계 연구소와 공유하기로 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 존슨앤존슨, 노바백스, 이노비오 등 제약사들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미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는 주장도 들려온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달 29일 위안궈융 교수의 홍콩대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에게서 바이러스를 추출해 백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인플루엔자 백신의 항체 구조를 일부 변형하는 방식으로 개발했으며, 주사형이 아닌 비강분무형으로 알려졌다.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위안궈융 교수 측은 "동물 시험, 임상 시험 등의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려면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 높은 변종 가능성·낮은 수익성이 '걸림돌'

전 세계 기관·기업들이 팔 걷고 나섰지만, '단기간 내 백신 상용화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 이유는 구조적으로 변이를 쉽게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징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리보핵산(RNA)' 기반 바이러스다. RNA는 체내에 침투하면 바이러스를 늘리기 위해 유전정보를 복제하며, 그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나기 쉽다. 기껏 백신을 개발해도 변이가 일어나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 

백신의 낮은 마진율도 한몫한다. 치료제 개발과 비교도 안 되게 많은 투자금이 드는 경우가 많다. 생물학 박사인 조양래 신테카바이오 연구소장은 "백신 개발은 기술 싸움이 아닌 돈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조 연구소장은 "가령 암 치료제를 만들 경우, 대략 600명 내외의 임상시험 대상이 필요하다"며 "백신의 경우, 정말 운이 좋아도 최소 1만명이 필요하다. 피시험자 한명 당 대략 한화 1억원이 든다. 임상시험에만 최소 1조원이 필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신종 코로나' 백신, 정상 유통까지 수년 걸려  

이러한 이유로 백신 제조 기술은 지난 50여 년간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백신 사업도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인 '사스'와 '메르스'도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조 연구소장은 "백신 개발 자체는 빠르면 두 달 안에 된다. 하지만 임상시험을 거치고, FDA 승인을 얻는 정상적인 코스를 밟으려면 4년이 걸린다"고 했다. 각국 전문가들도 신종 코로나 백신 상용화까지 걸리는 최소 기한으로 1년을 제시했다. 

이어 조 연구소장은 "만약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금의 추세를 이어가 '판데믹(전 세계적 전염병)'으로 발전한다면, 당장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기술이 없어도 2개월 안에는 병에 담겨 시판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거다. 다만,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 그러한 위기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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