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2.04 13:43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4일 오전 네이버 1위 검색어는 ‘하나은행 5%’다. 하나은행이 기존 브랜드 이름(KEB하나은행)에서 'KEB(Korea Exchange Bank·舊 외환은행)'를 떼어내고 새출발 하는 기념으로 특별판매하는 연 5.01% 금리(우대금리 포함)의 '하나 더 적금'이 장안의 화제가 된 것이다.

해당 상품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총 53만4875좌가 팔렸는데, 금액으로 치면 1477억원이다. 전날 오전부터 이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니 하루 만에 이룬 대기록이다. 평균 가입금액은 27만6000만원으로 대부분이 최대 가입 한도(30만원)로 가입한 셈이다. 지금과 같은 수요가 특판 종료 일시인 5일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면 총 가입금액은 35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월 100만원씩 적금(시중은행 평균금리 연 1.6%)해도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세후 8만원 남짓인데, 하나 더 적금은 매달 30만원만 넣어도 같은 이자를 준다. 초저금리 시대에 이 같은 '혜자(혜택 좋은 상품)'를 찾기 쉽지 않으니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일은 당연하다.

특히 이 시기에 '하나 더 적금' 상품을 기획한 직원은 포상 받아야 마땅하다. 이 상품으로 하나은행에게 불리한 이슈가 뉴스포털에서 뒤로 밀리는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야기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당시 은행장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 DLF 관련 은행 자체 조사 결과를 삭제해 금감원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현 지성규 행장에게 주의적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일련의 사태와 관련된 기사가 네이버 포털에 쏟아지고 있지만 검색창에 '하나은행'이라고 치면 "하나 더 적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하나원큐 앱에 몰려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는 글로 가득하다. 아니면 갑자기 회사 이름을 바꿨다거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 고객을 위해 금융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우리나라 4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하나인 하나은행이 일부러 자사에 부정적인 기사를 포털검색 하위권으로 내리려고 이 같은 상품을 내놓았다는 말도 나온다.

설령 이런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주 입장에선 이번 대응이 단기적으로 고마울 수 있다. 국내 은행계 지주사에는 오너가 없다. 지배구조가 취약해지면 투자대상으로서 매력이 덜해진다. 주가 방어와 임직원 보호를 위한 여론전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앞으로 주목해야할 대목이 있다. 하나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은행은 이자 수익이 전체 실적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경쟁 은행보다 3배가 넘는, 연 5%의 이자를 이렇게 쉽게 준다면,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특판 가입금액이 전체 수신고에 비해 적더라도 수익성 훼손은 불가피하다.  

결국 대출금리를 높여 만회하는 것이 정도이다. 이것이 수익성을 지키고 주가도 유지하는 길이다. 다음 분기부터 하나은행의 대출금리 추이를 주의깊게 살펴보려고 한다. '하나은행 5%'의 이면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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