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2.04 12:15

"손 대표와 끝까지 함께 못해 형언할 수 없는 심정"

이찬열 의원 (사진제공=이찬열 의원실)
이찬열 의원 (사진제공=이찬열 의원실)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최측근인 이찬열 의원이 4일 탈당했다. 이 의원은 손 대표가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때 "나는 손학규 덕에 공천받았고 3선 의원까지 됐다"며 함께 당적을 옮겼던 대표적인 '손학규계' 정치 인사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언론에 배포한 탈당선언문에서 "저는 오늘 바른미래당을 떠나 동토의 광야로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09년 재·보궐선거에서 손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국회에 입성했고 3선을 하는 동안 손 대표와 운명을 함께 해왔다. 

이 의원은 "3년 전 바른미래당 전신인 국민의당에 오면서 '타고 온 쪽배를 모두 불살라버려 돌아갈 데도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런 절실함과 간절함으로 당의 발전을 위해 제 온몸을 바쳤다"고 전했다.

그는 "피도 눈물도 없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비정한 정치판이지만 저라도 의리와 낭만이 있는 정치를 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제 한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를 탓하겠는가. 다 제 탓이라고 생각한다"며 "손 대표님과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형언할 수 없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님이 안 계셨더라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손 대표님과의 의리를 제 삶의 도리라 여기는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내에서 의원들이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손 대표가 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최측근인 이 의원이 가장 먼저 탈당하면서 결국 '무더기 탈당'이 현실화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의 탈당으로 의석수가 19석으로 줄어 바른미래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현재 바른미래당 소속 현역 의원은 20명(지역구 7명, 비례대표 13명)이다. 손 대표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호남계가 중심이 된 지역구 의원이 먼저 탈당할 예정이다. 

나머지 비례대표 의원들은 당헌·당규상 제명 요건인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9명 이상)'을 충족한다. 이후 '셀프 제명'을 통해서 당을 나갈 수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당에서 제명될 경우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시기의 문제일 뿐 탈당 결심은 섰다"고 말했다. 당권파 의원들도 손 대표에게 "다음 주 월요일(10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전원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바른미래당은 현역 의원이 없는 정당으로 전락한다.

한편 바른미래당은 교섭단체 여부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정당보조금도 크게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일이 총선 전 마지막 국고보조금 지급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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