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2.06 12:17

'6시간' 첫 회의…7개 계열사 후원금·내부거래 사전 감시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삼성그룹의 윤리·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7개 계열사에 대해 필요한 조사 및 조사 결과보고,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됐다.

위원회는 지난 5일 약 6시간에 걸친 '마라톤'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제1차 회의에서는 위원회 운영에 기초가 되는 제반 규정들을 승인하고 관계사들의 준법감시 프로그램 등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구체적인 활동 일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위원회는 협약을 체결한 삼성 그룹 7개 계열사들의 대외후원금 지출 및 내부거래를 사전에 검토하고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 여부를 판단해 의견을 제안하게 된다. 다른 거래에 대해서도 위원회가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있다고 인지하는 경우에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체적인 준법감시 시스템이 실효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점검하고 개선사항을 권고할 수 있다.

◆후원금·내부거래 감시…경영진 직접조사 권한도

제1차 회의에서는 위원회의 설치 운영과 권한에 대한 사항을 정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규정에 따르면 관계사가 대외적으로 후원하는 돈에 대해 위원회가 사전 또는 사후에 통지받아 모니터링을 한다. 관계사의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위원회가 사전 또는 사후에 통보받아 감시한다.

합병과 기업공개를 포함해 관계사들과 특수관계인 사이에 이뤄지는 각종 거래와 조직변경 등에 대해 위원회가 그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자료제출을 요구하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위원회는 관계사와 별도로 신고 시스템을 갖추고 철저하게 신고자의 익명성과 비밀을 보장하는 장치를 통해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위원회는 관계사 최고경영진이 준법의무를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인지했을 때 이를 예방하기 위해 관계사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직접 위험을 고지하는 등 의견을 제시하고, 관계사 준법지원인으로 하여금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관계사 최고경영진이 관여한 준법의무 위반행위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위원회가 관계사 준법지원인 등에게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 조사결과에 대한 보고 및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관계사 자체 조사가 미흡할 경우에는 위원회가 해당 사안을 직접 조사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사무국 또는 외부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권한 실효성 확보…이사회에 위원회가 직접 의견 제시

위원회는 권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먼저 관계사들이 위원회의 요구나 권고를 받고도 이를 수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적시해 위원회에 통지해야 한다. 위원회는 이 경우 원래의 요구나 권고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다시 권고 또는 요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재권고 또는 재요구에 대해서도 관계사가 다시 수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령상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그 사실을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공표할 수 있다.

관계사 준법지원인이 위원회의 요구·권고와 관련해 준법감시 등 업무수행에 부적절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준법지원인 등의 임명이나 해임에 관한 승인 권한을 갖는 이사회에 위원회가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업무 보좌할 사무국 설치…사무국장에 심희정 변호사 선임

위원회의 업무를 전속적으로 보좌할 실무 조직인 위원회 사무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사무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의결했다.

사무국장은 위원장의 지휘·감독에 따라 사무국 업무를 총괄하는데, 사무국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인사인 심희정 변호사(현 법무법인 지평 소속 파트너변호사)가 선임됐다.

사무국 직원 중 일부는 관계사들 준법감시조직에서 준법감시인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4명을 파견받았다. 이와 동수의 외부인사를 영입한다. 그 구성은 변호사 2명, 회계사 1명, 소통업무 전문가 1명이 될 예정이다. 외부인사들에 대해서는 현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무국 규정에는 사무국 직원의 관계사 업무 겸직을 금지하고 위원장 및 위원의 위촉기간과 동일하게 사무국 직원의 임기를 2년 및 연장 가능한 것으로 정하는 등 독립성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장진혁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으로 선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  (사진=장진혁 기자)

◆오는 13일 제2차 회의…지속 논의 방침

위원회는 향후 관계사들의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세밀하게 검토한 후 보완하거나 개선할 점은 없는지, 있다면 어떠한 방안을 권고할 것인지 등에 관해 필요한 논의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다음 회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5차 공판 전날인 오는 13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으로 선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에게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할 이야기가 많았다"며 "2차 회의는 오는 2월 13일 오전 9시30분에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1차 회의는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에서 오후 3시부터 오후 9시까지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초 회의는 1~2시간 가량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6시간 후에 마무리됐다.

위원 6명은 회의가 끝난 직후인 오후 9시경 모두 빠져나왔으나, 김 위원장은 40여분 후인 오후 9시40분경 사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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