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2.06 16:08

산업부 "신규 ESS 충전율, 옥내 80% 옥외 90%로 제한"
삼성SDI·LG화학 "배터리는 점화원 아니야…원인 다양"

충남 <b>예산</b> ESS 화재 사고 사업장 발화 지점 배터리 모듈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충남 예산 ESS 화재 사고 사업장 발화 지점 배터리 모듈.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앞으로 신규 ESS(에너지저장장치)는 풀(Full)충전을 못하게 된다. 정부가 화재 위험 등을 이유로 설치 장소에 따라 충전율을 80% 또는 90%로 제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배터리·소방 등의 분야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ESS 화재사고 조사단’이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ESS 화재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4건의 화재는 높은 충전율 조건(95% 이상)으로 운영하는 방식과 배터리 이상 현상이 결합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조사단은 배터리 이상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나머지 한 건은 노출된 가압 충전부에 외부 이물질이 접촉해 화재가 난 것으로 결론지었다. 

산업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충전율 제한조치 등 ‘ESS 추가 안전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먼저 신규 ESS 설비는 설치 장소에 따라 충전율을 80% 또는 90%로 제한한다.

일반인 출입이 가능한 건물 내에 설치되는 옥내 ESS 설비의 경우 충전율을 80%로, 일반인이 출입하지 않는 별도 전용건물 내에 설치되는 옥외 ESS 설비는 충전율을 90%로 각각 제한한다.

기존 설비는 신규 설비와 동일한 충전율로 하향토록 권고하되 충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면서도 업계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연계용 ESS 운영기준 및 특례요금 개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피크 저감용 설비는 충전율 하향 권고를 이행할 경우 전기요금 할인이 적용되도록 하는 등 한전 할인특례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 재생에너지 연계용 설비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발급 기준을 개정해 ESS운영방식을 개선하고 충전율 하향권고를 이행토록 유도한다. 

정부는 옥내 설비의 옥외 이전도 지원한다. 현재 정부는 일반인이 출입 가능한 건물 내에 있는 옥내 ESS설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공통안전조치, 소방시설 설치, 방화벽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안전조치 이행이 어렵거나 사업주 등이 옥외 이전을 희망할 경우 정부가 이를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11일 ‘ESS 안전관리 강화대책’ 시행 이후 설치한 ESS에 대해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한 바 있다. 정부는 의무화 이전에 설치한 ESS에 대해서도 별도의 블랙박스 설치를 권고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ESS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 인명과 재산피해 우려가 현저하다고 인정되면 철거나 이전 등 긴급명령이 가능토록 제도를 정비한다.

정부의 긴급명령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긴급명령 미이행에 따른 벌칙 등도 신설한다. 설비에 대한 법정점검 결과 등 안전관리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정보공개제도도 신설한다.

한편,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와 LG화학은 조사단의 화재원인 발표를 반박했다.

삼성SDI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사단이 분석한 내용은 화재가 발생한 사이트가 아닌 동일한 시기에 제조돼 다른 현장에 설치·운영 중인 배터리를 분석해 나온 결과”라며 “조사단 조사 결과가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도 화재가 발생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ESS 화재 발화지점은 배터리에서 시작됐지만 화재 원인은 다양하다”며 “ESS에서 배터리가 유일하게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연물로써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점화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LG화학도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4개월간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다”며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 리튬 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은 일반적인 현상이거나 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조사단이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발화할 때 나타나는 용융 흔적을 확인한 것에 대해서는 “용융은 고체가 열을 받아 액체로 녹는 현상으로 배터리 외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화재가 배터리로 전이됨으로써 배터리 내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다”며 “이를 근거로 배터리 내부발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LG화학은 고강도 종합 안전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LG화학은 문제가 발생한 중국 난징공장 생산 배터리가 적용된 국내 ESS 사이트 250여곳에 대한 배터리 교체를 시작하고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특수 소화시스템도 순차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