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3.17 14:56
산업 에디터

㈜효성이 오는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팔순을 넘긴 조석래 회장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이에대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사면‧복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오는 18일 ㈜SK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와 국민연금 등은 1심에서 탈세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 받은 조 회장과 법의 심판을 받고 31개월 복역 후 경영일선에 복귀한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누군가 "이것이 옳은 얘기인가”라고 질문한다면 기자는 동의할 수 없다. 일면 논리의 모순이 발견돼 100%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있어서다.

#대기업 오너에게 ‘무죄 추정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가. 

조 회장은 1심에서 배임혐의에 대해 무죄선고가 나왔다. 탈세 혐의는 유죄 선고를 받았고 항소심을 준비 중이다. 조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관련 반대론자들은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으니 등기이사는 안된다고 한다. 대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무죄추정은 헌법상 보장돼있다.
조 회장은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등기이사로서 책임있는 경영을 해선 안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게다가 등기이사로 재직하다, 유죄가 확정되면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아도 되는 특권이라도 주어지는 게 아니다. 도덕성을 앞세운 잣대가 너무 작위적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2013년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 건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대기업에 대한 검찰조사가 확대되고 국회 출석요구가 잦아지자 대기업 오너들이 대거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지금 효성과 SK 총수들의 등기이사 선임 반대를 외치고 있는 단체들은 당시 대기업 오너들이 쥐꼬리만한 지분을 가지고 법적인 책임은 전문경영인인 아랫사람에게 지운다며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었다.  

#지난 2013년 진보정당과 시민단체가 입안하고 지지했던 차별금지법안에는 전과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이 포함돼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는 왜 이중 잣대인가.

한 때 이런 얘기가 있었다. ‘징역 3년 선고에 집행유예 4년’ 재벌 총수들에 대한 사법부의 양형 기준이라며 회자됐던 얘기다. 그런데 최 회장은 소위 재벌 총수들 가운데 가장 긴 2년7개월동안 복역했다. 물론 죄가 더 컸으니 그랬으려니... 인정한다.

어쨌든 최 회장은 죗값을 받지 않았는가. 최 회장이 복귀한 후 SK하이닉스는 1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 중이다. 그리고 경영상 무한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에 올라 신뢰경영을 하겠다는데 하지말라고 한다.

조석래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지 말아야 할까.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다. 죄는 밉다. 죄를 지어서도 안된다. 그렇지만 한 쪽만을 보고 다른 한 쪽을 잃어서는 안된다.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수만명(직원들과 그들의 가족포함)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그룹 오너가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 최선인지 곱씹어보자는 얘기다.

우리는 어떤 조직에서든 리더는 도덕적이고 유능하며 솔선수범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언제 우리의 바람을 모두 충족한 리더가 있었던가.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 각층의 우두머리들 중 우리가 바라던 리더의 모습을 보여 준 이는 많지 않았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현실을. 그리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삼갔으면 좋겠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것일 뿐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