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2.08 06:45

1분기 국내 경기 걸림돌…사태 조기 진정되면 중국 경제 반등 가능성

(자료=픽사베이)
(사진·일러스트=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수출 증가세 반전이 기대됐던 2020년이 밝은지 고작 한 달 만에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1월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6.1% 감소했다. 이에 2018년 12월부터 이어진 월간 수출 하락세가 새해에도 계속됐다.

다만 1월 수출 감소는 예견된 수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월은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짧아 월간 집계로는 알 수 없지만 2월부터는 월간 기준으로도 증가로 전환될 것”이라며 “1월 일평균 수출액은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1월 일평균 수출액은 20억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억 달러 증가하면서 기대에 부응했다. 우리 수출 반등의 열쇠인 반도체도 서버·모바일용 반도체의 견조한 수요 증가와 메모리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3.4% 줄어드는데 그쳐 13개월 만에 한 자리 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도체 전망이 긍정적으로 돌아선데다 지난해에는 2월이었던 설 연휴도 1월로 옮겨 갔다. 지난해 계속된 미중 무역분쟁이 1차 합의에 이르면서 리스크가 줄어들었다.  반도체 부진 탈출 및 조업일수 확대 등에 따른 수출 증가가 2월부터 기대됐으나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다시 빨간불이 커졌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수출이 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연간 5% 증가하기 위해서는 1~2월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1.6% 늘어야 한다”며 “1월 수출이 6.1% 감소함에 따라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2월 수출은 10.7% 증가한 437억1000만 달러를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월간 수출증가율 측면에서는 높아 보이지만 일평균 수출이 6.5% 감소한 19억4000만 달러만 기록하면 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 연구원은 “통상 수출계약 이후 통관되기까지는 평균 1.5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품목에 따라 그 기간이 짧다”며 “신종 코로나가 2월 수출에 곧바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장기화되면 추세적 회복은 멀어진다”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반도체 수출 개선 시기도 기대보다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월 반도체 수출 개선을 예상했으나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개선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메모리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고 2019년 반도체 월별수출의 기저가 낮은 만큼 반도체 수출이 급격히 두 자릿수 역성장률을 기록하는 흐름으로 재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중국 경제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경기둔화로 인해 다수 아시아 국가들의 재정수지가 악화하고 자동차업체, 은행 등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급격한 소비 둔화로 2020년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1.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피치는 신종 코로나 확산이 2분기까지 계속될 경우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3.2%로 하락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초 전망치는 5.9% 수준이었다.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성장률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중국은 2019년 1~11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4.9%, 수입의 21.4%를 차지하는 가장 큰 교역국이다.

오현희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의 ‘2020년 우리경제의 중국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GDP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중국 GDP가 1% 하락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은 1분기 0.5% 줄어들고 이러한 효과는 4분기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의 GDP 1% 감소 충격은 우리나라 1분기 GDP를 0.2% 감소시키며 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중국 수출이 1% 줄어들면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은 1분기 0.7% 감소하면서 3분기까지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수출 1% 수출 감소는 1분기 우리나라 GDP를 0.2%, 2분기 0.3% 각각 떨어뜨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면 우리 경제도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우리 정부도 피해기업 금융지원, 자동차부품 대책 등 각종 지원책을 속속 마련해 발표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월중 관광업 지원대책, 수출지원대책 등 업종별·분야별 정책지원대책이 마련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9월 1일 이후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부과해오던 관세를 오는 14일부터 절반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3일 역RP(환매조건부채권) 운용을 통해 총 1조2000억 위안(약 204조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4일에는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5000억 위안(약 8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키로 했다. 11개 이상의 지방정부도 지방은행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발 악재로 국내 경기 회복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중 수출 회복 지연 및 국내 소비, 관광 등 내수경기 악화 리스크가 1분기 국내경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거 사스 사례 및 중국 정부의 부양 가능성, 그리고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빠른 성장은 사태 조기 진정 시 중국 경제의 V자 혹은 U자형 반등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골이 깊은 만큼 산이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관광업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가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관광업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에서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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