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2.08 07:40

고가 주택 규제로 강북 매매가격 오르면서 출현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아파트. (사진=뉴스웍스 DB)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아파트.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남빛하늘·박지훈 기자] 초등학생과 중학생 남매를 둔 40대 김 씨 부부는 요즘 울상이다. 올해 중학교에 올라가는  딸 아이 만의 방이 필요해 방 세 칸짜리 아파트로 옮기려고 했으나, 전세보증금이 생각보다 높았다. 전세대출을 받자니 연소득이 낮아 원하는 만큼 받을 수도 없었다. 김 씨 부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월 100만원을 낀 반전세 계약을 맺었다.

서울 고가주택 가격 상승세를 누르기 위해 정부가 발표한 12‧16 부동산대책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 수요가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으로 몰리면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반월세(월세 부담 비중이 큰 반전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노도강 반전세, 사실상 '반월세'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도봉구 창동 소재 태영데시앙 19층(전용면적 84㎡)은 지난달 10일 3억7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이로부터 5일 뒤 같은 면적 10층은 전세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을 조건(A건)으로 반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

반전세는 전세와 월세가 합쳐진 개념이다. 전세보증금액을 줄인 만큼의 부담을 월세로 낸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이 4억원인 아파트를 보증금 3억원으로 반전세 계약을 하려면 월세가 50만원((1억원X0.0291%)/12개월) 정도로 책정된다. 

통상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면서 월세액을 산정할 때 전월세전환율(월세X12/전세보증금-월세보증금X100)을 적용한다. 여기에는 시중금리와 동떨어진 액수를 산정하는 문제가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 전세대출 평균금리는 연 2.91%다. 해당 금리를 적용하면 보증금 5000만원은 월세 25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이를 감안하면 A건의 월세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두산위브트레지움 9층(전용면적 84㎡)은 지난달 6일 4억2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같은 달 17일 동일 면적 18층은 전세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을 조건(B건)으로 반전세 거래됐다. B건의 경우 보증금 3억2000만원를 월세로 갈음하면 78만원인데, 실제론 이보다 22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노원구도 비슷했다. 월계동에 있는 롯데캐슬루나 9층(전용면적 84㎡)은 지난 2일 4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다음날 같은 면적 1층은 전세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을 조건(C건)으로 반전세 거래됐다. C건의 경우 보증금 3억3000만원을 월세로 갈음하면 80만원이지만 20만원을 더 받았다. 보통 저층의 보증금이 고층보다 낮은 것을 감안하면 월세 부담은 더 무거워 보인다.

반전세와 반월세는 동일한 개념이지만 월세 부담이 전세대출을 이용할 때의 이자부담보다 크다면 앞서 언급한 3가지 거래 건은 반월세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반월세, '강남 얘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반월세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강남3구, 양천구(목동) 등 교육 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이다. 여기에 이른바 강북이라 묶여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노도강 지역에서도 반월세 경향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강남구 대치동 소재 래미안대치팰리스 13층(전용면적 94㎡)은 지난달 31일 9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이달 3일 같은 면적 8층은 전세보증금 7억원에 월세 260만원을 조건(D건)으로 거래됐다. 이외에 자치구에서 이뤄진 거래라면 D건의 월세는 100만원 수준이어야 하는데, 실제로 이보다 약 2.6배 높았다. D건을 비롯해 강남3구 등지에서 이같은 반월세 거래는 심심찮게 관찰된다.

노도강 지역의 반월세 현상은 고가주택(9억원 이상) 가격 상승세를 꺾으려는 정부의 12‧16 대책으로 해당 지역 매매가가 상승한 것과 관련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주 노도강 지역 아파트 값은 각각 0.09%, 0.19%, 0.16% 올랐다.

강북구 수유동 소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가가 오르니 전세가도 덩달아 뛰지만, 전세를 받아 수익을 내기에 어려우니 반전세의 월세 부담을 높이는 것 같다"며 "노도강 지역은 좋은 집도 월세 70~80만원 정도면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노도강 아파트 반전세의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는 사실 임대인 완전 월세를 놓고 싶어하는 데 반해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아 업자들의 설득으로 그나마 형식적인 반전세라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실 이 지역의 호재는 많지만 월세 100만원을 내면서까지 살만한 곳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실 강북권 아파트의 월세 비중이 높았던 건 사실이나 최근 매매수요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뛰자 이 같은 현상이 한층 심화된 것 같다"며 "임대인들이 터무니없는 월세를 부르는 경향도 있다. 사실 거품이라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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