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20.02.10 04:25

CJ제일제당, 원물제어 기술·레토르트 기술 등에 지속 투자

(사진제공=CJ제일제당)
(사진제공=CJ제일제당)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상온 간편식의 전성시대다. 그중에서도 '죽'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후발업체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죽'이 크게 성장하면서 전체 죽 시장 1위인 동원 양반죽의 턱밑까지 바짝 다가섰다.

지난해 12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즉석죽 시장 규모는 885억원으로 전년 707억원보다 25% 성장했다. 이는 불과 3년 전인 2015년 410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커진 결과다.

그중 비비고 죽이 출시 14개월만에 파우치죽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상품죽 시장 변화를 이끌며 큰 성장을 이뤘다.

그동안 상온 제품은 고온 살균 처리로 인해 맛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으로 크게 성장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보관과 조리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니 전문점 수준의 맛 품질을 갖춘 상온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는 분명히 존재했다.

CJ제일제당은 맛 품질을 갖춘 제품을 구현한다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차별화된 R&D(연구개발)와 혁신 제조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소비자 입맛에 맞춰 맛 품질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15년 '햇반컵반'을 출시한 데 이어 2016년 '비비고 국물요리', 2018년 '비비고 죽'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이들이 개발에 집중한 대표적인 기술로는 원물제어 기술과 레토르트(고온 살균) 기술이 있다. 원물제어 기술은 고온 살균 이후에도 원재료 본연의 맛과 특성,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원재료 각각의 특성에 맞게 전처리(前處理)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기의 육즙 손실을 방지하고 야채 등은 단단한 식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비비고 국물요리에 적용됐던 상온 HMR 제조 노하우가 뒷받침됐다.

살균 역시 기존과 다른 방식이 쓰였다. 모든 재료를 함께 포장한 후 동일한 온도에서 살균처리를 했던 과거와는 달리, 원재료 특성에 맞춰 각각의 맛을 살리는 온도를 적용하는 분리 살균 방식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동등한 살균 효과가 구현되면서도 원재료가 열을 받는 시간이 줄어들어 원재료의 조직감이 향상됐다.

또한 햇반 등 쌀 가공 분야 및 상온 HMR 제품 전문가로 구성된 죽 연구개발팀이 쌀·육수·원물 세 가지에 연구를 더욱 집중했다. 원물이 너무 자잘했던 슬라이스 방식을 버리고 메뉴마다 어울리는 고명을 넣음과 함께 원물의 양, 크기도 다양화시켰다. 쌀 자가도정 기술과 죽 점도제어 기술을 통해 쌀알의 식감을 최대한 살리고 최적 물성을 확보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온라인 유통 채널 MD를 초청해 올 하반기와 내년도 주력 신제품을 소개하는 행사인 'CJ Unpacked 2019'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 왼편에 비비고 죽이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온라인 유통 채널 MD를 초청해 올 하반기와 내년도 주력 신제품을 소개하는 행사인 'CJ Unpacked 2019'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 왼편에 비비고 죽이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이 같은 노력에 소비자들도 응답했다. 비비고 죽은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3000만개를 돌파했다. 출시 후 14개월간 누적 매출은 800억원을 넘어섰고, 작년 한 해 매출만 670억원을 기록하며 출시 1년만에 준(準) 메가 브랜드 대열에 올라섰다. 최근 성장세를 감안하면 올해는 1000억원대 메가 브랜드 등극도 전망된다.

R&D 및 제조기술과 더불어 소비자 니즈에 맞춰 라인업을 확장한 것도 주효했다. CJ제일제당은 점차 세분화되는 소비자 입맛을 겨냥해 매년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 취향에 따른 선택권을 강화함에 따라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햇반컵반, 비비고 국물요리, 비비고 죽 등 상온 간편식의 성장은 단순 매출 확대가 아니라 상온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꾸면서 성장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소비자 니즈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등 가정에서 방금 만든 요리, 전문점 수준의 맛 품질 구현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출 성과에 힘입어 비비고 죽은 상품죽 시장 성장도 주도적으로 견인 중이다. 닐슨 코리아 기준 지난 2017년 720억원대 규모였던 상품죽 시장은 비비고 죽이 본격적으로 판매된 지난해 1330억원대로 2년만에 2배 가량 커졌다.

비비고 죽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연평균 34.7%를 기록했고, 가장 최근인 12월에는 38.3%로 1위(40.4%)와의 격차를 줄였다. 

지난해 43.5%의 점유율로 시장 1위를 수성 중인 제품은 1992년 출시된 동원F&B 양반죽이다. 양반죽은 쌀과 각종 부재료를 함께 저으며 끓여내는 가마솥 공법이 적용됐다. 식감 손상을 최소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동원F&B는 2018년 전남 광주공장에 약 3000평 규모의 양반죽 생산라인을 준공했다.

비비고 죽은 한 팩(450g) 3480원, 동원 양반죽 파우치죽은 한 팩(420g) 3480원으로 가격과 용량에선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따라 양사는 시장점유율을 1%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올해 한층 더 품질과 맛에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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