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은 기자
  • 입력 2020.02.08 10:20

사스·메르스로 인한 큰 주가 변동 없어…국내 증시, 3월 이후 안정 가능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를 확대·그래픽화한 모습. (이미지출처=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를 확대·그래픽화한 모습. (이미지=미국 질병통제센터(CDC)홈페이지)

[뉴스웍스=이정은 기자] 아직 치료제가 보급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에 상륙하며 경기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사스(SARS·사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015년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온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으면서 당시에도 이로 인한 주식시장 폭락이 걱정됐다.

과거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니 사스, 메르스 유행 시기에는 우려보다 큰 주가 변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도 주가는 개의치 않고 순항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메르스 유행 시기 (2015년 5월 20일 ~ 2015년 7월 31일)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견된 날짜는 2015년 5월 20일이다. 이후 국내 마지막 감염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7월 4일부터 잠복기의 두 배인 28일 동안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이날부터 28일 후인 8월 1일을 메르스 종식 시기로 보고 코스피지수를 집계했다.

분석 결과 5월 20일부터 코스피는 등락을 거듭했지만 감소세를 보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확진자 2명이 국내에서 발견됐다는 발표가 나온 다음날인 5월 21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0.78% 내린 2122.81에 장을 마쳤다. 이후 확진자 30명이 발생했고, 첫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 2명이 발생한 다음날인 6월 2일 코스피는 2078.64로 마감되며 2주일 간 40포인트 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추가 감염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으며 코스피는 2100선을 회복했지만, 중국 증시 폭락의 영향을 받아 2000선 초반으로 떨어졌다. 7월 8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5.9% 하락 마감됐으며, 코스피는 이날 전일 대비 1.18% 떨어진 2016.21로 장을 마쳤다.

메르스는 사실상 종식됐지만 떨어진 코스피는 경기 불황 등 다양한 요인으로 쉽게 오르지 않았다. 2000선 초반에서 움직이던 코스피는 11월 10일 1996.59로 마감되며 2000선 밑으로 하락해 이후 연말까지 1900선에 머물렀다.

 ◆사스 유행 시기 (2003년 4월 29일 ~ 2003년 7월 7일)

2003년 초 홍콩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유행한 사스에 감염된 첫 국내 환자는 4월 29일에 발견됐다. 이후 당시 국립보건원(현재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이 사스 대비 비상 방역을 종료한다고 공식적으로 선포한 7월 7일까지를 국내 사스 유행기간으로 보고 코스피지수를 집계했다.

당시 코스피는 국내 첫 사스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상승세를 보였다. 첫 환자가 발견된 다음날인 2003년 4월 3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33% 오른 599.35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이후 방역이 종료된 시점인 7월 7일에는 전거래일 대비 1.59% 오른 704.39에 마감됐다. 국내 사스 유행기간 동안 100포인트 넘게 오른 것이다. 이러한 상승은 사스 발병 자체 보다는 IT버블이 걷히며 호재를 맞이한 당시 시장 상황이 코스피에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시기 (2020년 1월 21일 ~ )

지난 1월 21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견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1% 내린 2239.69에 마감됐으며, 이후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자 코스피는 하락을 거듭해 2200선을 지키지 못했다. 2월 2일 국내 확진자가 하루에 3명 발생하며 그 다음날인 2월 3일 코스피는 2118.88포인트를 기록, 2100선 초반으로 가라앉았다.  

현재 공식 발표상 약 2만800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은 춘절로 늦게 열린 증시에서 급락세를 보였다. 11일만에 열린 2월 3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7.72% 내린 2746.61에 장을 마쳤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으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은행 지급준비율과 대출우대금리를 낮출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에는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가 지난해 9월 1일 750만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오는 14일부터 절반으로 낮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상하이 종합지수는 4일부터 7일에 걸쳐 매일 상승 마감되며 2800선 후반을 회복했다. 미국 뉴욕 3대 지수(다우, 나스닥, S&P500)도 중국발 관세 인하 소식에 6일(현지시각)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적극적 경기부양 조치로 증시 공포 확산 안될 것

중국이 4일과 6일 연속으로 내놓은 금리 및 관세 인하 조치로 세계 증시가 급격히 하락하는 불상사는 막았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급속도로 늘어나 곧 3만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에서 확진자 발생이 감소되는 최근 추세가 이어질 것인가 여부가 중요하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경기 상황 및 시장 요인에 따라 주가지수가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학습효과에 따라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이전 사례와 같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확산되면서 주요 국가 주가지수는 대체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감염자수가 점차 감소하면 증시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는 "과거 질병이슈가 등장했을 때 약 2개월 후 수습된 것을 생각하면 국내 증시의 안정 시점은 3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감염자 수 피크 시기로 전망되는 2월 초까지는 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라면서도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 정책이 동반될 것으로 보여 주식시장에 대한 공포가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2003년 사스 유행 당시 질병이 장기적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되자 각국 증시는 상승세를 재개했다"라며 "바이러스 확산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증시는 경기 회복 선행성을 반영해 1~2개월 내로 낙폭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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