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전세㊦] 서민, '최후 보루' 강북권서 쫓겨나…'서울 엑소더스' 확산
[사라진 전세㊦] 서민, '최후 보루' 강북권서 쫓겨나…'서울 엑소더스' 확산
  • 남빛하늘·박지훈 기자
  • 승인 2020.0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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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난 속 '똘똘한 한 채' 투자수요로 집값 올라…전세보증금 인상·월세 전환 부담 못 견뎌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한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들 전경 <사진=박지윤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한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들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남빛하늘·박지훈 기자] #1. 결혼 2년차 30대 직장인 박 씨는 최근 서울 강북구 미아동 방 두 칸짜리 아파트 전세계약이 만료돼 갱신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집 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해 경기도 고양시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이미 버팀목 전세대출로 최대 한도를 받은 상황이었고 일부를 월세로 내자니 자산이 모일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2.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결혼 10년차 윤 씨 부부는 신혼 초부터 살았던 노원구 중계동을 떠나야 할지 고민 중이다. 윤 씨 부부 역시 집 주인이 최근 전세보증금 인상을 통보했다. 중계동을 떠나자니 교육 인프라를 누릴 수 없을 것 같아 비싸지만 '일부를 월세로 내야하나'라는 걱정이 태산이다.

서울 강북권(14개 구) 직장인 부부들이 최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른바 '탈(脫)서울족'이 생기게 된 주 이유는 돈을 열심히 모으더라도 올라가는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평생 전세살이' 걱정에 아쉽지만 경기도行

7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은 4억7796만원이다. 2014년 4월 처음으로 4억원(4억408만원)을 돌파한 후 5년 9개월 만에 18%(7000만원) 이상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가구 소득 상승률(13.4%)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7만7000원이다. 8.2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에 있는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셈이다. 강북권 평균 전세보증금은 3억8587만원으로 6.6년을 모아야 한다.

보증기금 상품을 이용하기도 어렵다. 먼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버팀목 전세대출은 한도가 최대 2억원이지만 최대치를 받기 힘들다. 부부 소득이 낮고 외벌이일 경우 받을 수 있는 한도는 1억원 내외다.

자녀를 둔 부부들도 버팀목 상품을 이용할 수 있지만 전세보증금 제한이 서울 아파트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고 대출 한도 역시 최대 1억2000만원으로 낮은 편이다.

윤 씨는 "부부가 자녀를 낳지 않고 급여를 열심히 모아도 부모님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면 결국 전세 일부를 과중한 월세로 내거나 서울을 떠나야 한다"며 "10년 전만해도 강북권은 신혼부부가 전세로 살기에 적당했지만 전세보증금 인상, 월세 전환 등의 이유로 살기 어려워진 곳이 됐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전용면적 84㎡)는 2011년 전세보증금 3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하지만 2월 현재 해당 단지는 9년 만에 2억4000만원(87%)이 오른 5억6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가파른 집값 상승에 '서울 1000만 시대' 조기 붕괴

2009년 통계청은 서울 인구가 2020년 989만6000명으로 1000만 시대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2016년 993만1000명을 기록하며 예상보다 4년 일찍 1000만 선이 붕괴됐다.

경기도 인구는 2009년 1173만명에서 2016년 1271만명으로 7년 만에 98만명(8.4%) 늘었다. 또 2월 현재 경기도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은 2억5656만원으로 2016년(2억5618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반전세화 심화로 인해 주거비 부담이 커진 반면, 경기도는 꾸준히 공급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세보증금 수준이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돼 왔다"면서 "이같은 배경이 서울 인구의 경기도 이주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이 '탈서울족'의 이탈을 더 부추겼다는 진단도 나온다. 다른 업계관계자는 "문 정부가 출범 후 경기도 남양주시, 고양시, 하남시 등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서울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잡기 위한 투자 수요가 발생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강남 집값이 뛰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보유세 부담 강화, 고가주택 주택담보대출 억제 등의 정책을 추가 발표하면서 이 수요는 규제를 피한 강북권으로 유입됐다"며 "결국 경기지역 규제가 풍선효과를 내면서 강북권 전월세 실수요자에게 타격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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